(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 대학로가 문학의 숨결로 물든 하루였다. 지난 18일(목)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제11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사전 행사 '국제PEN한국본부 미래발전위원회 문학기행’'이 열렸다.이번 행사는 국제PEN한국본부(이사장 심상옥)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마련되었으며, 50여 명의 문인들이 참여해 한국 문학사의 자취를 되새겼다.
행사의 서두에서 유태승 국제PEN한국본부 미래발전위원회 회장은 "미래발전위원회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조직"이라며 "이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학의 세대 교류를 넓히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유태승 회장은 이어 "오늘의 문학기행이 미래 문학 발전의 작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뒤이어 김경식 사무총장이 해설자로 나서 서울 문학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갔다.
첫 답사지인 고산 윤선도 생가터에서는 그의 시 '오우가'와 더불어 "사람 대신 물·돌·소나무·대나무·달을 벗으로 삼았던 고독한 시인의 내면"을 설명하며 유배와 절개의 삶을 조명했다.
김상옥 열사 동상 앞에서는 독립운동가로서의 투혼을 기렸다.
김 사무총장은 "그는 안락을 버리고 조국의 독립을 택했다"며 "문학 또한 이런 정신 위에서 꽃핀다"고 강조했다.
기행단은 이어 이상의 모교 공업견습소를 찾아, 목조 건물로 100년 넘게 보존된 공간의 역사와 '천재 시인' 이상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현재 한국방송대학교로 활용되는 이 건물 앞에서 회원들은 사진을 찍으며 감회를 나눴다.
또한 서울대학교 문리대 터와 마로니에공원에 얽힌 지명 유래,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학림다방'의 전통도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대학로라는 공간 자체가 이미 '살아 있는 문학사'임을 확인했다.
길 건너 남이 장군 집터 표석에서는 비극적 최후를 맞은 장수의 일대기를 들으며 "스물여섯의 청년이 지녔던 기개와 비극적 운명"에 숙연해졌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곳은 김소월 옛집 매문사 터였다. <진달래꽃>이 탄생한 자리에서 회원들은 표지석에 새겨진 설명을 읽으며, 한국 서정시의 출발점이 된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이번 문학기행은 단순한 답사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제91차 PEN총회에 다녀온 참가자들의 생생한 보고가 이어졌다. 심상옥 이사장과 김경식 사무총장, 김희정·여서완 이사가 함께 했으며, 김희정 이사는 직접 통역을 맡았던 경험을 나누며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도 마련됐다. 김순진 이사가 김소월의 시 '산'을 가곡으로 불러 잔잔한 울림을 전했고, 장성유 방정환연구소 이사장은 동요 '고향의 봄'을 불러 회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 문학, 세계와 미래를 향해
문학기행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조선식당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교류의 시간을 이어갔다. 자리에서는 유태승 회장과 김유조 부이사장이 건배사를 맡아 회원들의 우정을 다졌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답사를 넘어 한국 문학의 뿌리를 확인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국제PEN한국본부는 앞으로도 젊은 작가들의 참여와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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