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베트남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번역가인 키유 빅 하우(Kiều Bích Hậu)가 이탈리아의 저명한 문화단체인 레지움 줄리(Rhegium Julii) 협회가 수여하는 2025년 '평생문화공로상(Lifetime Achievement in Culture)'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조 칼라브리아의 로코 폴리메니 테니스 클럽에서 열렸으며, 키유 빅 하우 작가는 직접 참석해 시 낭독과 현대시 강연을 진행했다.

레지움 줄리 협회는 1968년 창립된 이탈리아의 대표 문화 단체로, 매년 세계적으로 단 두 명의 문학·문화 인물을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이번 수상자는 허우 작가와 함께 포르투갈 시인 호세 마누엘 데 바스콘셀루스였다. 상금은 1,000유로에 불과하지만, 세계 문단에서 차지하는 명성과 권위가 높아 국제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키유 빅 하우 작가는 베트남작가협회의 오랜 회원으로, 그동안 시와 소설, 수필 등 25권 이상의 저서를 발표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낯선 자>, <교활한 자매>, <사랑의 길>, <고아의 파도>, <이상한 꿈>, <붉은 강에서 푸른 도나우까지>, <두 개의 달> 등이 있다.

작품은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등 17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국에서 출간됐다. 그녀는 번역과 문화 교류 활동을 통해 베트남 문학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왔다.
키유 빅 하우 작가는 2019년 이후 한국, 헝가리, 이탈리아, 루마니아,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문인·출판인들과 교류하며 현대 문학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는 2019년 이후 꾸준히 한국 문단과 교류하며 서울과 지방 문학 행사에 참여했다.
한국 시인과 작가들의 작품을 베트남에 소개하는 한편,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에 번역·출간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그는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와 정서가 닮아 있어 서로의 문학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여러 자리에서 밝혀 왔다.
2020년에는 영·이탈리아어 이중 언어 시집 <낯선 자(The Unknown)>가 출간되면서 유럽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이탈리아 코모에서 열리는 유럽시축제(European Poetry Festival)에 여러 차례 초청돼 베트남 문학을 소개했다.

특히 키유 빅 하우 작가는 캐나다 우키요토(Ukiyoto) 출판사의 베트남 대사로 활동하며 자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 앞장섰고, 자신이 창립한 하노이 여성 번역가 그룹은 지금까지 100명 이상의 베트남 작가를 해외에 소개했으며,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꾸준히 번역·출판하며 한-베트남 문학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한국에서 열린 세계한글작가대회 등 국제 문학 심포지엄에 초청돼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시를 낭독하고 베트남 문학을 한국에 소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약 50권의 베트남 시와 소설이 유럽,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출간됐으며, 일부 작가들은 이를 계기로 국제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키유 빅 하우 작가는 "시는 제 삶을 구원해 준 힘이었고,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독자들과 저를 이어주는 다리"라며 "이번 수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베트남 문학이 세계 문단과 만나는 또 하나의 이정표이자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문학 전체의 성취"라고 소감을 밝혔다.
키유 빅 하우 작가의 이번 수상은 동남아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는 흐름 속에서, 번역과 교류를 통한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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