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3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붓글씨와 초밥

"조선의 붓끝과 도쿄의 칼끝, 노력은 시대를 넘어선다"
"한석봉의 글씨와 문경환의 초밥, 장인정신의 공통 분모"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연습에서 길러진다. 조선의 한석봉과 현대의 초밥 장인 문경환 셰프, 두 사람의 무대는 시대와 분야는 달랐으나 ‘노력’이라는 본질 앞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한석봉은 촛불 없이 글씨를 연습했다. 천 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 도쿄에서 문경환(논산 출신, 2025년 9월 17일 tvN '유 퀴즈' 출연) 셰프는 천여 마리의 바닷장어를 연습용으로 사용해 초밥을 만들었다. 시대와 도구는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피나는 반복 속에서 장인정신을 세워갔다.

한석봉의 전설은 흔히 어머니와의 일화에서 시작된다. 서당에서 돌아온 석봉에게 어머니는 촛불을 끄고 붓글씨를 쓰게 했고, 자신은 떡을 썰었다. 아들의 글씨는 엉망이었고, 어머니가 썬 떡은 정갈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오밤중에 선생에게 보내며 일깨웠다. 석봉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날 이후 조선 최고의 서예가가 되기까지 수만 번의 붓놀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문경환 셰프의 시작은 한 권의 만화책이었다. <미스터 초밥왕> 속 주인공 쇼타에 매료된 그는 초밥이라는 단어 하나에 인생을 걸었다. 도쿄의 식당이 조선의 서재가 되어간 여정이었다.

전 재산 100만 원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월세 50만 원짜리 방에 살며 설거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귀국을 결심하던 마지막 날, 그는 통장 잔고 30만 원으로 초밥을 먹으러 갔고, 그 자리에서 운명을 만났다. 일본 셰프가 그의 열정에 감동해 사장에게 소개했고, 그는 도쿄 최고의 초밥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석봉은 어둠 속에서도 붓을 잡았다. 글자의 결을 손끝으로 느끼며 수천, 수만 번의 연습 끝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역사에 새겼다. 중국 사신들까지 그의 글씨를 탐했고, 군수직에 오르기도 했다. 문 셰프 역시 생선이 없어 신문지를 오려 초밥 연습을 했다. 초밥 한 점에 담긴 온도와 수분, 식감, 정성이 완벽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어깨에 석회가 낄 정도로 무리했고, 수술을 감수하면서도 칼을 놓지 않았다.

조선에서 석봉이 글씨로 이름을 떨치기까지 수십 년의 연습이 필요했듯, 문 셰프도 도쿄에서 첫 초밥을 쥐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이후 9년째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고, 이듬해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았다. 외국인 최초로 5년 연속 별을 받은 셰프가 된 것이다.

석봉에게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문 셰프에게는 만화 속 쇼타가 있었다. 문 셰프는 지금도 '쇼타'라는 이름을 예명처럼 쓰며 초심을 잊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시대와 언어, 문화를 초월해 '진심'을 전달했다. 석봉은 백성을 감동하게 했고, 문 셰프는 미슐랭을 감동하게 했다. 누군가는 그들을 천재라 부르겠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그냥 매일 했을 뿐이다."

촛불 없는 밤
붓 하나로 별을 그린 석봉
장어 천 마리
칼끝으로 꿈을 빚은 경환
부유하지 않아도
배고파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매일, 매일
지루할 만큼 같은 연습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별을 길렀다
사람들은 말하겠지
"천재였다"고
그러나 그들은 말하리라
"나는 그냥 매일 했을 뿐이다."
우리가 선 그 자리,
그곳이 바로/우리의 무대다

- 최창일 시인의 시 '무대' 전문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배너
김영두 작가, "연애의 본질을 향한 도발적 질문과 문학적 실험"… 장편소설 <벚꽃이 진다 해도>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연애는 언제나 문학의 주요한 화두였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부터 근현대 한국소설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맞닿은 서사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연애가 더 이상 낭만적 설화로만 그려지지 않는 시대에, 소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새롭게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월간순수문학사가 펴낸 김영두 소설가의 장편 <벚꽃이 진다 해도>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작가는 연애를 설렘과 황홀의 감정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 속에 도사린 지겨움과 갈등, 치떨림과 회피, 그리고 결국 맞닥뜨려야 할 자기 성찰을 드러낸다. 벚꽃이 피고 지는 순간의 화려함이 결국 사라짐을 내포하듯, 연애 또한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불가피한 소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남녀 간 연애라는 고전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게 변주되는 주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김영두 작가는 연애의 설렘과 황홀, 그러나 그 이후 찾아오는 지겨움과 치떨림까지 숨김 없이 드러내며, 사랑의 본질을 도발적으로 질문하는 서사를 펼쳐낸다. 소설 속 화자는 '노아'라는 남자를 중심에 두고 수많은 관계의 굴곡을 경험한다. 부부, 후배, 선배, 제자, 친구라는 사회적 역할 속에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희망브리지, '안아드림 페스티벌’ 참여…소방관 응원 부스 운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임채청)는 26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천년숲에서 열리는 '2025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에 참여해 ‘특명! 소방관을 응원하라’ 부스를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안전경북 아이행복 드림 페스티벌(안아드림 페스티벌)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상북도 소방본부가 주관하는 도내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 행사로, 올해로 4년째를 맞는다. 희망브리지는 이번 부스에서 ▲소방관 OX 퀴즈 ▲소방관 긴급출동키트 꾸리기 ▲소방관 응원 메시지 남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민과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소방관을 응원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활동은 희망브리지의 '국민 히어로즈'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국민 히어로즈는 월 2만원의 후원으로 소방관에게는 출동키트, 이재민에게는 구호키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소방관과 이재민을 응원하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경북도민과 함께 소방관을 응원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소방관들과

정치

더보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