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나희덕 시인은 '야생사과' 시에서 '어떤 영혼과 얘기를 나누었다/ 붉은 절벽에 스며 나온 듯한 그들과' 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의 시대를 '야생사과'에 비유함으로 읽힌다. 시와 대비, 20년도 넘은 시간 전에 <화양연화>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2000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는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넘어, 동아시아 영화사의 정점에 자리 잡았다. 장만옥과 양조위가 빚어낸 절제된 연기,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 그리고 느릿하게 흐르는 음악과 장면은 관객을 긴 시간 동안 붙들어 두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단순히 흥행 성적이나 수상 실적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성찰이며, 동시에 시대와 장소의 기억을 예술로 승화한 결과였다.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주인공들이 겪는 불륜의 아픔과 갈등은 노골적 장면이 아니라, 국수 가게에서 마주치는 짧은 대화, 좁은 복도를 스쳐 지나가는 발걸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한 시선 속에 담겨 있다. 절제된 방식은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말하지 않은 것의 무게를 더욱 크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구미경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 성동구 제2선거구)이 12일 왕십리2동 노인복지관 개관식에 참석해 어르신 복지공간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 이번에 문을 연 왕십리2동 노인복지관은 서울시 특별교부금 24억6천만 원으로 건립됐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복지관은 그동안 복지관이 없어 인근 지역 시설을 이용해야 했던 지역 어르신들의 불편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왕십리2동의 고령화율은 17.3%에 달해, 이번 개관은 지역사회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구 의원은 그동안 주민들과 소통하며 복지관 건립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고, 서울시와 협의 끝에 특별교부금을 확보해 사업 추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노인복지관 건립이 가시화됐다. 이날 행사에서 구 의원은 새로 조성된 복지관을 둘러보며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과 여가 활동을 위한 공간들을 직접 확인했다. 구 의원은 "왕십리2동 어르신들께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복지관이 드디어 문을 열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복지 기반을 확충해 어르신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인류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원은 ‘물’이었다. 인류 최초의 정원인 에덴동산은 두 줄기의 강물에서 시작되었다.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정의했다. 생명은 물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인류의 문명은 늘 물을 둘러싼 투쟁과 협력 속에서 전개되었다. 강이 흐르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고, 그곳에서 도시와 국가가 세워졌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문명의 토대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이 물을 '저수'하기 시작한 순간은 곧 문명의 출발점이었다.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유역,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주변에서는 계절마다 반복되는 범람과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인공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동체적 선택이었다. 이집트의 나일강도 마찬가지였다. 나일강의 범람은 기름진 토양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을 안겼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파라오는 관개와 저수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것은 곧 국가 권력의 기반이 되었다. 중국 황허강 주변의 초기 농경사회도 큰 강의 범람을 막고 물을 모으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그들에게 물은 곧 생존의 열쇠였고,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K-드라마', 'K-팝', 'K-한식'까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주자는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감독 메기 강은 주저 없이 말한다. "이제는 트로트(Trot)의 시대가 올 겁니다. 나의 다음 애니메이션 주제는 트로트입니다." 한류의 물결 속에서 트로트라는 장르는 한때 '올드하다'는 인식에 가려져 있었다. 젊은 세대와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고, 세계 대중문화와는 더더욱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사람들의 감성은 다시금 원형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트로트'가 있다. K-팝이 세련된 안무와 강렬한 사운드, 열성 팬 문화로 세계를 사로잡았다면, 트로트는 다르다.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그 속에 담긴 감정, 즉 '한(恨)'과 '흥(興)'의 미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메기 강 감독이 밝힌 "관객들이 원하는 건 '진짜'다"라는 말은 곧 트로트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트로트는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정서, 서사, 감정선이 농밀하게 녹아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별, 기다림, 눈물, 그리고 다시 일어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이연종 기자 = 태아의 심장 소리에서 노년의 노랫가락까지, 인간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예술교육을 실천하는 이가 있다. 바로 문화예술 플랫폼 '러브락'을 이끄는 김지연 러브락문화예술평생교육원(이하 러브락) 대표이자 (사)국제율동체조협회 회장이다.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러브락 1층에서 만난 김지연 러브락 대표는 "예술은 단순히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삶을 움직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말했다. 예술과 교육, 돌봄을 잇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김지연 대표의 목소리에는 예술을 대하는 철학과 교육·돌봄·국제교류까지 아우르는 비전이 묵직하게 담겨 있었다. 러브락은 태아·아동·청소년·중장년·노년에 이르는 전 생애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는 플랫폼이다. 태아기에는 탄생응원송과 태교 율동체조로 생명의 시작을 축복하고, 어린이·청소년기에는 사회정서학습(SEL) 기반의 율동과 창의리듬댄스를 통해 표현력과 협동심을 길러준다. 중장년을 위한 자기계발 과정, 노년을 위한 치매예방 건강체조와 '노인동심학교' 프로그램까지 이어지며 세대를 아우른다. 김지연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예술이 주는 치유와 성장을 직접 보았다”며 "무대 위에서
광복 80주년,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미완의 해방' 속에 머물러 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가난과 무명 속에 잊히고, 친일파의 후예는 권력과 부를 세습하며 국가의 주류가 되었다. 일제 잔재는 청산되지 못했고, 사대주의적 사고는 정치와 사회 곳곳에서 반복된다. 해방 80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는 과연 진정으로 자유로운가.[편집자주]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우리는 어차피 싸우다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의병장이 영국 기자 메켄지에게 남긴 말이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서도 재현된 이 말은, 우리 민족이 어떤 정신으로 국난을 맞이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곳곳에서 기념식과 행사가 열렸고, 서대문형무소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도 고국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광복의 감격은 세대를 넘어 공유되었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남겨진 물음표는 여전히 크다.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해방되었는가. 십만 양병설의 좌절과 임진왜란의 교훈 조선 중기, 율곡 이이는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일본의 침략 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는 흔히 '언어의 예술'이라 불린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시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언어를 모아내는 작업이다. 흩어져 있는 언어의 파편을 주워 모아 반짝이는 질서로 배치하고, 일상의 말을 빛나는 음악으로 바꾸는 일. 이것이야말로 시인의 소명이다. 세상의 언어는 너무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 아름다운 말, 인간의 영혼에 울림을 주는 말은 드물다. 시인은 그 드문 언어를 알아보고, 한 편의 시 속에 보존하는 사람이다. 고대의 서사시인에서 현대의 자유시인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행위는 본질에서 언어를 모으는 일이었다. 시인은 무엇을 모으는가. 그것은 단순히 '단어'가 아니다. 시인이 모으는 것은 의미와 울림, 감각과 정서다. 언어가 인간의 입술에서 떨어져 나올 때 그것은 흔히 무채색의 소리로 흩어지지만, 시인은 그 소리에 색을 입힌다. 무지개의 시인, 워즈워스는 "시는 강렬한 감정의 자발적 흘러넘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흘러넘침이 언어의 질서를 만나지 못한다면, 시는 산문과 다른 바 없다. 시인이 하는 일은 바로 그 언어의 바다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조각을 수집하고 배열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집의 과정은 사소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단행한 차관급 인사에서 김인호 환경교육혁신연구소장을 신임 산림청장에 임명했다. 산림청 내부에서는 김 청장을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준비된 전문가"로 평가하고 있다. 1964년 충북 청주 출생인 김 청장은 서울 서라벌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조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협동과정에서 조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사단법인 '생명의 숲' 이사, 국가환경교육센터장 등을 거치며 환경·조경·산림 정책 분야의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과 환경교육혁신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정책 수립과 현장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청장은 학문적 연구와 현장 경험, 정책 설계까지 아우른 전문가로, 산림 행정 전반의 혁신과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 체계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호 신임 산림청장은 196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서울 서라벌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 진학해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 협동과정에서 조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로 사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