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미증유가 무엇이죠?", "기름 종류의 이름 아닌가요", "아니면 중국과 관련된 단어인가요?" 장난 섞인 대화 같지만, 한자어에 대하여 의문의 질문이다. 미증유(未曾有)라는 단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의 한자어다. 한글세대에게는 다소 어려웠던 한자어로 보인다. 시인들이 멘토로 생각하는 김수영 시인, 미당, 백석 시인의 시집에도 한문이 더러 있는 편이다. 지성적인 시인이라고 평가되는 세분의 시인을 사례로 드는 것은 그분들이 뚜렷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수영 시인의 경우, 민음사에서 1981년 김수영 전집을 펴내며 시인이 사용한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다만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고쳐 펴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묘정(廟庭)의 노래’는 한문이 많다. 같은 한자어에도 시전(矢箭)과 같은 한문은 흔히 쓰는 글이 아니다. 날아가는 화살을 뜻한다. 시를 공부하는 문창의 학생은 다소 생소하다. 민음사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참작, 22년이 지난 2003년 김수영 전집의 표지부터 한글로 펴내게 되었다. 이후에도 개정판에서는 독자에게 보기 편하게 해설을 곁들기도 했다. 한글과 한문의 사용은 시인에게 하나의 편두통과 같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정원도(1960~) 시인이 <마부>와 <말들도 할 말이 많았다>는 두 권의 시집을 펴냈다. 정원도 시인과 일면식도 없다. SNS를 서핑하다가 우연히 조우(遭遇)한다. 시인이 14세 때에 마부(馬夫)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시인은 반야월 동산에 모셔진 아버지의 서사를 시집으로 내기로, 결심한다. 시(詩)작은 수월치 않았다. 50년, 반세기의 세월이 걸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당이 기억된다. 자화상에 나오는 '애비는 종이었다'가 스치기 때문이다. 통렬하게 고백하는 시인의 심정에 다가서면 아버지를 가진 타자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땅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할 말이 많다. 제국주의에 종으로 끌려가고 위안부로 끌려갔다. 엄지손가락이 잘렸다. 일본놈 감독은 손가락을 공중에 던지며 서로들 시시덕거렸다. 그 어머니들이 3월의 차가운 광장에 나와 울었다. 오늘의 위정자는 그들의 만행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에서라,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자칫 쾌청치 못한 자로 동료에 손가락질을 당하는 판국이다. 탁구장에서는 탁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다. 학인의 말을 따르기로 하자. 테네시 윌리엄스, 유진 오닐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서울=미래일보) 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 내가 한국을 방문한 2008년의 쌀쌀한 겨울이었다. 한국의 설악산 뒤로 해가 거의 지고 황혼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산 전체에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유서 깊은 백담사 사찰의 모양과 구조물을 보고 있었다. 나는 작은 자갈 탑을 세우고 개울 바닥에 앉아 있는 몇몇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요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서 있었다. 나는 돌탑에 호기심이 생겨서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 탑처럼 자갈을 쌓아 놓은 의미에 관하여 물었다. 비록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보편적인 언어인 몸짓으로 그것이 그들의 소원을 비는 기도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곧, 그들은 모두 도보로 계곡을 떠났고, 지는 밤의 어둠이 빠르게 그 지역을 덮고 있었다. 강렬한 고요함을 느끼며 혼자 서서 '소망의 돌탑'이라고 부르는 수천 개의 돌탑이 시냇물 바닥에 펼쳐져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나는 2007년에 백담사를 처음 방문했고, 아시아기자협회(AJA) 대표단을 위해 주임 스님이 주최한 사찰에서 '불교 오찬'을 경험했지만, AJA가 주최한 두 번째 방문에서는 사찰에서 숙박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여성 여러분(And Ladies)" 최근 오스카상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로 여우주연상을 탄 양쯔충(양자경·60, Michelle Yeoh, 楊紫瓊)의 수상소감 첫마디다. 양자경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그의 소감을 자세히 살피면 "여성 여러분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길 바란다. 전 세계 어머니들에게 바친다. 왜냐면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평범한 소감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무안한 의미가 들어 있다. 이 땅의 어머니는 이름이 없이 살아왔다. 사회적 이름을 가질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이 살아왔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양쯔충의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배우 양쯔충은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작품은 7관왕을 달성해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양쯔충은 홍콩에서 데뷔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배우로 중국계 말레이시안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집안으로 변호사인 아버지를 따라 15세에 영국 왕립무용학교에 입학했고 부전공으로 연기 학사를 취득했다. 우연한 기회에 미스 월드 대회에서 말레이시아
(서울=미래일보) 최창인 시인 = 나오지 않았다. 강신주 철학자(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가 시인과 약속을 한 모양이다. 약속의 시간을 두어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전화한다. 시인의 답변은 오늘은 시내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대답한다. 핑계도 아닌 직설 화법이다. 이런 경우 누구나 화가 치밀어 오르며 상대를 하찮게 보았다고 생각된다. 강신주 철학자는 한참을 생각한다. 시인의 솔직한 대답에 수긍하고 싶었다는 후일 담이다. 그러면서 다시 강신주는 문득 김수영 시인이 떠오른다. 시인은 '어느 날 공원을 나오면서'라는 시에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국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가" 김수영 시인의 소시민적이고 나약함을 정직하게 직면한 시를 만난다. 김수영과 같은 대가의 시인이면 대범 한 척하는 시를 쓸 수도 있다. 김수영 시인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고 노래한다. 강신주의 정직성에 대한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몇 사람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시를 쓰는 것을 연시(連詩)라 한다. 옛 선비들이 모여 곡주를 나누며 시를 짓는 것에서 유례를 찾기도 한다.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은 봄이나 가을, 날씨 좋은 날이면 호수에 배를 띄우고 둘러앉아 연시를 짓기도 했다. 그야말로 시의 멋을 아는 절선(節線)의 모습들이 아니겠는가! 기분이 최고조에 달하면 사군자를 치면서 연시를 짓기도 했다. 즉석에서 장원을 뽑기도 한다. 이와 달리 둘이서 짓는 시를 대시(對詩)라 부른다. 대시는 일본 시인들에게 보편화 되어 있 다. 한국은 대시 보다는 연시를 줄기는 문화다. 대시는 두 사람의 시인이 시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과 조지훈이 대시를 통해 만든 '나그네'와 '완화삼(玩花三)'이 대표적인 시다. 시간이 흘러도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 재미있는 대시의 한 대목이 있다. 권일송 시인이 1964년 10월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볼리비아 기수를 보고 시를 만들었다. 볼리비아는 임원, 선수, 기수를 대표하여 단 한 사람만이 외롭게 출전하였다. 그러기에 수많은 입장의 선수 속에 볼리비아 나라는 단 한 명의 기수만으로 외로운 입장이다. 입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송필호)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제61차 정기총회에서 송필호 현 회장의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1950년생인 송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제44대 한국신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2017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11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총회에 앞서 진행된 제202차 이사회에서는 기관의 대표가 변경됨에 따라 ▲김성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박충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이 이사로 보선됐다. 총회는 28일 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 이사에 대한 선임안을 심의·의결해 ▲강홍준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김웅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김현대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사장 ▲박명하 서울특별시 의사회 회장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 ▲변재운 국민일보사 대표이사 사장 ▲손인웅 한국교회봉사단 명예회장 ▲우장균 YTN 대표이사 사장 ▲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하승봉 농민신문사 사장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선임했다. 한겨레신문은 기관 임원사로, 현재 진행 중인 신임 대표이사 선임이 완료되는 대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친구의 손주는 2월은 왜 28일(윤년에는 29일)까지 밖에 없느냐 물었던 모양이다. 시도반이 백과사전 인양 전화로 다시 묻는다. 달력이 사용되기 시작한 2000년 전에는 2월은 30일로 채워졌었다. 로마의 실세였던 줄리어스 시저는 자기 이름 줄리어스(Julius)를 따서 만든 July(7월)에 2월에서 하루를 떼어내어 첨가했다. 그래서 7월은 30일에서 31일이 되었다. 2월의 달력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시저의 조카이며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도 질세라 2월에서 하루를 다시 떼어내어 자기 이름에서 유래된 8월(August)에 첨가하여 31일로 만들었다. 이로써 2월은 두 사람의 실세들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2일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렇게 7월과 8월은 31일까지 생기게 됐다. 역사는 지나고 보면 사소한 질투와 욕심에 이루어진다. 이들의 옹졸함에 후세의 할아버지들은 손주로부터 질문의 고초를 겪게 된 셈이다. 또 다른 친구는 얼마 전 손주와 교보에 간 모양이다. 수많은 책이 놓여있는데 간혹(드물게) 비닐로 싸져 있는 책들이 있다. 호기심 많은 손주가 물었다. 친구는 서점에서 해결, 하지 않고 시도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