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4 (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생명을 위한 연대, 봄이 묻는 질문 – "당신은 제비인가, 매인가?"

공존과 저항, 제비에게 배우는 공동체의 힘
"돌봄과 저항사이에서 나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제비는 해마다 같은 장소로 돌아와 둥지를 튼다.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제비는 매서운 추위를 피해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후, 봄기운이 스며드는 3~4월이면 자신이 둥지를 튼 그곳으로 다시 귀향한다. 계절의 순환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것이다.

제비의 귀환은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푸른 희망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혁명처럼 벅차고, 이슬처럼 맑은 그 감동은 우리의 가슴에 환희로 번진다. 가지마다 낡은 것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생명이 숨을 틔운다.

제비는 주로 사람이 사는 집의 처마나 건물 외벽에 둥지를 튼다. 이는 포식자로부터의 안전,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연못이나 논밭 등 먹이가 풍부한 장소가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과 제비는 오래전부터 공존해 왔다.

고향집 처마에도 어김없이 제비 가족이 돌아왔다. 그들은 둥지 속에서 새끼를 기르다 가을의 끝자락까지 머물다 떠나곤 했다. 고향은 어촌이지만,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라는 낮은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보리와 감자, 콩 같은 작물들이 자라는 그 땅은 야생 생물에게는 낙원이었다. 초저녁이면 산 너머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울던 부엉이의 울음소리도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어느 초여름 오후였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 빨랫줄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을 향해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새끼 제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이며 둥지에서 나와 빨랫줄 위에 조심스레 앉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그 모습은 위태로웠지만, 형제 제비들의 짹짹거림은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 새끼 제비가 하늘 높이 비상하길 바랐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아쉬움을 접으며 그의 첫 비행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날카로운 눈과 발톱을 가진 매가 나타나 순식간에 새끼 제비를 낚아채 가버렸다. 아직 세상의 어두운 뒷면도 모르는 어린 제비는, 첫 비행을 시도하려던 찰나 허공으로 끌려갔다.

가슴을 후려치는 듯한 충격이었다. 서늘한 분노가 일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돌아온 제비 가족의 평화를 짓밟는 저 맹금류!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냉혹한 자연의 질서 앞에 개입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런데, 어미 제비가 쏜살같이 날아와 울부짖었다. 그리고 곧이어 수백, 수천 마리의 제비들이 사방에서 바람처럼 몰려들었다. 하늘은 제비 떼로 요동쳤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제비들은 날개 짓으로 매를 포위하고, 폭풍처럼 저항했다. 작고 여린 몸들이 맹금류에 맞서 격렬하게 날아올랐다.

어미 제비는 새끼를 위해 울었고, 다른 제비들은 연대를 선택했다. 하늘을 찢을 듯한 그들의 항거는 단순한 본능을 넘어선 연대의 힘이었다.

결국 매는 방향을 잃고 휘청이다 새끼 제비를 떨어뜨렸고, 겁에 질려 도망쳤다.

제비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이며 공동체를 지키는 동물이다. 약자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날카로운 울음으로 경고하고, 무리 전체가 움직인다. 이는 인간의 전투 전략과도 닮아 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자문하게 된다.

"나는 연약하다는 이유로 어떤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왔는가?"
"어떤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는가?"

제비의 연대는 나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고통을 목격할 때마다 그 광경이 떠오르고, 나는 '돌봄'이라는 언어를 외면하지 못한다.

때로 어미 제비는 적을 새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 마치 자신이 다친 듯 날개를 끌며 위장 비행을 하기도 한다. 그 모성애는 인간보다 결코 작지 않다.

제비는 빨랫줄에 앉을 때조차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바람과 속도를 맞추고 혼란을 피하며, 서로를 보호하는 비행 질서는 그들의 공동체적 본성을 보여준다.

무차별적인 위협 속에서도 연대하며 약자를 보호하는 제비의 본능은 인간과 닮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제비와 공존할 수 있다.

그리고, 봄은 또다시 돌아왔다.

새끼 제비들이 다시 비상을 꿈꾸는 이 계절,
당신은 제비인가? 매인가?

ebbnyacma@hanmail.net
배너
[詩가 있는 아침] 권천학 시인의 '아버지의 흔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분주한 하루의 문턱에서, 시는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목소리로 다가온다. '詩가 있는 아침'은 삶의 결에 스며드는 시 한 편을 통해, 잊고 있던 감정의 무늬를 되살리고, 마음속 어딘가 가만히 내려앉은 사연을 불러낸다. 이 코너는 오늘의 시와 함께, 그 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해설과 감상을 곁들인다. 더불어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가의 프로필도 함께 실어, 한 편의 시가 품고 있는 넓은 맥락과 울림을 전달하고자 한다. 만약 이 지면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은 시가 있다면, 누구든 추천해도 좋다. 추천된 작품은 검토 후 본 코너를 통해 소개할 수 있다. 시는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며, 이 아침, 그 눈으로 하루를 다시 열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아버지의 흔적 - 권천학 시인 무적함대였던 등판과 막강했던 어깨가 아버지였다 힘없는 두 다리 사이, 습하고 냄새나는 아버지의 부자지를 주물럭거려가며 내가 태어난 DNA의 통로가 되어준 흔적과 씨앗주머니의 주름 사이사이를 닦는다 퀴퀴한 역사의 어두운 길을 더듬어 들어간다 초점 없는 시선으로 그윽하게 나를 들여다보시는 아버지, 부끄러움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는 지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현장 르포]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세종 평화의 소녀상, 그 뜨거운 여름의 증언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2025년 7월, 세종시의 한복판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이 다시 한번 역사의 중심에 섰다. 불볕더위 속에서도 시민과 학생들은 손수 풀을 뽑고, 보라색 모자를 씌우며 "기억은 가꾸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모였다. 제5회 세종 평화의 소녀상 여름나기 행사는 단지 기념이 아닌, 침묵 속에서 증언하고 있는 과거와 마주한 현재의 고백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까지 이어지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잊히지 않는 책임을 새겼다. 일본군 장교였던 요시다 유우토의 사죄와, 그 아들의 반동까지… 기억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편집자 주] ◆ 세종 평화의 소녀상, 침묵 위에 놓인 연대의 보라색 모자…"뜨거운 여름, 차가운 진실 위에 피어난 연대의 꽃" 2025년 7월 5일 토요일 오후, 세종시 호수공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한여름의 오후, 평화의 소녀상 앞에는 일찍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여들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시민들의 손으로 소녀상 어깨 위에 보라색 여름 모자가 조심스레 얹힌다. 이 조용한 퍼포먼스는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믿음이자, 공동의 의식이었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세종

정치

더보기
서울시 '브랜드 총괄관'에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 내정설…민주당 서울시당 "서울의 자존심 훼손" 강력 반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이하 민주당 서울시당)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서울브랜드총괄관' 임명 가능성을 두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7월 12일 발표한 서면브리핑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의 브랜드를 뇌물 전과자이자 '명태균 게이트' 수사 피의자에게 맡기려는 시도는 서울시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 전 부시장은 이르면 다음 주 서울시 시장직속 브랜드 총괄 책임자로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서울시당은 "강 전 부시장은 2012년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며, "최근에는 '명태균 게이트'로 알려진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지효 민주당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서울시청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시민과 공무원 모두에게 치욕을 안긴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또다시 의혹으로 얼룩진 인사를 서울 브랜드의 책임자 자리에 앉히는 것은 또 다른 오만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최 부대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