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의 전통 정형시인 시조(時調)의 운율과 미감을 영어로 옮겨낸 시집이 최근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재미작가이자 마라토너로도 알려진 시조시인 지희선에 의해 출간됐다. 지희선 시인의 시조와 영문 번역을 병기한 시조 번역 시집 <L.A 팜트리(Los Angeles Palm Trees)>는 동경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왔으며, 한국 시조가 영어로 옮겨져 새로운 독자층과 만나게 되는 귀중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L.A 팜트리>는 한국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미국 사회와 더 넓은 영어권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인 2세들과 미국 등 세계의 독자층과 만나게 되는 귀중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시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담고 있다. ■ 경남 마산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 문학과 이민의 길을 걷다 저자인 지희선 시조시인은 경상남도 마산 출신으로, 1983년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꾸준한 문필 활동과 문단 활동을 병행하며 문학의 뿌리를 미국 땅에 깊이 내렸다. 그는 1995년 수필 ‘빈 방 있습니까?’로 <문학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발을 들였고, 이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이 최근 ‘시대의 춤꾼’으로 불리는 故 이애주 선생의 일생과 춤 역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천명(天命)>(윤영옥, 김연정 엮음/임진택, 이애경 감수/개마서원 펴냄)을 출간했다. 이 사진첩은 국가무형유산 승무 보유자이자 시대춤의 아이콘이었던 선생의 삶과 예술 세계를 오롯이 담아낸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명>은 선생이 자신의 춤을 법무의 시대, 신명의 시대, 터벌림의 시대, 천명의 시대로 나누어 정리했던 2014년 춤공연 ‘천명’의 구성을 따라 사진과 자료를 엮었다. 이를 통해 선생의 춤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며 시대와 호흡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1부 '법무의 시대'에서는 어릴 적 김보남과 한영숙으로부터 승무를 배우고 첫 춤판을 벌였던 시기부터 1983년 ‘한영숙류 이애주 춤’ 공연까지, 이애주 춤의 뿌리와 젊은 시절 사회적 사명에 대한 깊은 고민을 엿본다. 2부 '신명의 시대'에서는 1984년 춤패 ‘신’을 창단하고 불교 의식을 재해석한 '나눔굿',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도라지꽃’ 등 시대 창작물을 선보였던 시기, 그리고 민주화 현장에서 수십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김봉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첫 수필집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출간을 기념해 6월 26일 서울 인사동 '선천'에서 북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문학과 인생을 잇는 따뜻한 사유의 시간을 독자들과 함께 나눴다. 이날 행사는 송명화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시작되었으며, 권대근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문학평론가)의 심도 있는 진행 속에 김 교수의 삶과 문학 세계가 진솔하게 펼쳐졌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수생반 회원들, 계간 <에세이문예> 출신 작가들과 박경애 편집장, <산림문학> 이서연 주간(한국산림문학회 부이사장), <현대수필> 운영위원장 김숙희 원장을 비롯한 많은 서울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프라노이자 시인인 정재령의 격조 높은 축하 공연이 더해져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감성 가득한 무대로 완성되었다. 김봉구 교수는 강릉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학부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에서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학생처장과 노동대학원장 등을 역임하며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 헌신해왔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며, 계간 &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우형숙 시인이 시조 '대나무의 삶'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수행과 존재의 자세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속을 비워 맑은 기운을 품고, 굽지 않고 곧게 자라며, 가끔은 울음으로 진심을 전하는 대나무의 형상을 빌려, 시인은 '비움'과 '기백', '진정성'의 가치를 고요한 울림으로 담아냈다. 현대 시조의 정제된 언어와 간결한 형식 속에 깃든 이 작품은 치유와 통찰의 시학을 실현하며, 우형숙 시인의 작품 세계가 지닌 깊은 정신성과 도덕적 울림을 다시금 부각시킨다. [편집자 주] 대나무의 삶 - 우형숙 시인 내장을 몽땅 꺼내 땅속 깊이 파묻었다 속을 텅 비워보니 맑은 혼에 기백 생겨 독화살 날아온대도 겁날 것이 없어라 곧게 가자 곧게 가자 굴곡진 맘 걷어 내고 옹이진 마음일랑 과감히 삼켜버려 가끔은 스산히 울어 그 속뜻도 알리며 - '대나무의 삶' 전문 ■ 감상과 해설/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비움'이라는 존재론적 선택 우형숙 시인의 시조 '대나무의 삶'은 자연과 인간, 존재와 수행, 침묵과 울림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적 은유로 가득하다. 시인은 대나무의 단단하면서도 비워진 형상을 통해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홍중기 시인의 시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는 분단과 전쟁의 상흔을 끌어안은 민중의 기억을 시적 서사로 풀어낸 가슴 시린 평화시이다. 시는 언뜻 고요한 농촌 풍경에서 시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역사적 비극인 6.25 한국전쟁의 고통과 아픔이 응축되어 있다. 시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패랭이꽃은 한적한 고갯길, 그리고 농부의 삶 속에 피어난다. 이는 민초들의 삶의 터전, 일상의 배경으로 그려지면서 동시에 전쟁의 상흔과 대비되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한다. 언덕 위의 패랭이꽃은 무심히도 아름답게 피지만, 그 아래엔 깊은 숨을 몰아쉬는 할머니의 지친 육신, 그리고 돌무덤, 소나무, 서낭당이 깃든다. 모두가 한 맥락 안에서 민속과 전쟁, 생명과 죽음을 아우르는 상징들이다. [편집자 주]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 - 홍중기 시인 패랭이꽃 붉게 피는 고갯길 할머니는 황소 등에 누워 깊은 숨 몰아쉰다 서낭당에 우뚝 솟은 소나무 돌무덤 쌓이는 사연 알듯 모를 듯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천둥소리는 대포소린데그들은 사람의 더러운손으로 빚은 소리를 알지 못하네 한나절을 달려온 농부의 지게다리는 패랭이꽃에 주저앉고 물 두레박에 찌든 무명적삼 하얀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삶의 갈피마다 시심을 채우는 시인 이혜경이 여섯 번째 시집 <책갈피 이력>(가온출판사)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살아온 세월의 결을 책갈피에 비유하며, 그 사이사이에 스며든 삶의 체취와 감정을 섬세한 시적 언어로 길어 올린 작품집이다. 특히 표제시 '책갈피 이력'은 인생의 한 장면, 한 단어들을 마치 오래된 책 속 구절처럼 조용히 되짚어보게 하는 깊은 울림을 담고 있다. 책갈피 이력 - 이혜경 시인 나이는 어디로 먹는 것일까 아무런 흔적 없는데 꿈틀거린다 새파란 풀숲의 싱그런 내음 황홀한 시절이 뒤로 밀렀다 꽃을 피우고 열매 열릴 때 오늘처럼 되리라 상상하지 못하고 일상이 켜켜이 쌓인 시간인 줄 몰랐다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헌책방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종이마다 배어 나오는 냄새 세월을 태우는 흔적일까 헌책 사이 보이는 좋은 문장에서 지나온 삶의 구절은 없는데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나의 노래 지혜롭지 못한 남은 책장 갈피마다 불협화음 걸음이 만든 박자는 리듬이 없었다 책장을 넘기며 돌아보는 나의 길 몇 장 남지 않았어도 어딘가 쓸모 있겠지 갈피에 쓰인 문자가 환하다 - 표제시 '책갈피 이력' 전문 시간의 책
(경북 영주=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학은 길이었고, 그 길은 백두대간의 능선을 따라 이어졌다.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호운)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지회(지회장 김신중)가 주관한 '2025 한국문학인 백두대간 어울림한마당'이 6월 20일(금)부터 21일(토)까지 경북 영주시 일원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경상북도(도지사 이철우)와 영주시(시장 권한대행 이재훈), (사)한국문인협회 영주지부(지부장 엄무선) 후원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을 비롯 지역 문인 등 200여 명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문학과 생태, 역사와 전통, 지역성과 시대정신이 어우러진 문학 생태기행으로,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로 평가받았다. ◆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 시심의 물길을 건너다 첫날 행사는 전통과 고요함이 살아 숨 쉬는 영주 무섬마을에서 시작되었다.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이 마을은 내성천과 초평천이 감싸 안은 전통마을로, 특히 360년을 이어온 외나무다리는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외나무다리를 천천히 건너며, 마치 시의 첫 행을 적는 듯한 경건한 마음으로 문학적 사유를 나누었다. "문학이란 결국 외나무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오는 7월 15일(화)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관 국제회의실에서 '제4회 산림문학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문학으로 나무심고, 산림르네상스 열어가는 산림문학인"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지난 25년간 산림문학의 뿌리를 내리고 발전시켜온 산림문학인들의 발자취를 되새기고, 문학과 숲의 만남을 통해 생태문학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김선길 이사장은 초청의 글을 통해 "뜨거운 산불 속에서 탄생한 ‘산림문학’의 시작을 기억하며, 큰 족적을 남긴 분들의 공적을 기리고자 한다"며, "문학이 숲이 되고, 숲이 문학이 되는 이 의미 깊은 자리에 함께 해달라"고 전했다. (사)한국산림문학회는 2000년 창립 이후, 숲과 나무, 자연을 주제로 한 문학 창작과 보급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기여해왔으며, 매년 산림문학인의 날을 통해 국내 생태문학 및 환경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사)한국산림경영인협회, 내촌목공소, (주)인산죽염이 후원하며, 기념식 참석을 원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초여름, 6월의 장맛비가 대지를 적시듯 전국 문학인들이 백두대간의 숨결을 따라 한자리에 모인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문학으로 이어가는 '백두대간 어울림한마당'이 경북 영주에서 열린다. (사)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호운)는 6월 20일(금)부터 21일(토)까지, 경북 영주시 일원에서 '2025 한국문학인 백두대간 어울림한마당'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백두대간의 역사와 생태, 문화유산을 문학적으로 조명하고, 전국 문학인 간의 교류와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는 한국문인협회 중앙 및 각 지회의 문인 120여 명으로 구성되며, 1박 2일 일정 동안 지역 문화유산 탐방과 문학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에는 영주축협 대회의실에서 ‘어울림한마당’이 열려 자작 시 낭송과 문학공연, 친교의 시간이 마련된다. 이후 풍기온천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며 문인 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둘째 날인 21일에는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국보 무량수전을 간직한 부석사, 그리고 정겨운 풍기 전통시장을 탐방한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선비 문화의 흔적을 되새기며 지역의 전통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노유섭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슬픔을 이긴 기쁨으로>(인간과문학사 刊)를 펴냈다. 시인의 오랜 문학적 행보를 응축한 이번 시집에는 종이책 10권과 e-book 2권을 포함한 시인의 총 12번째 결실로, 총 85편의 시가 5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서정성과 시대성, 존재론적 성찰, 공동체 의식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삶과 시의 교차점을 정감 있게 풀어낸다. 각 부마다 특유의 감성과 통찰을 담아내며 독자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구성 또한 돋보인다. ✦ "버려진 것들이 있으랴" 1부 '버려진 것들이 있으랴'에서는 '벚꽃', '봄날', '옥수수빵', '어머니', '폭설' 등 일상 속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서정적 응시가 중심을 이룬다. 다정한 정서로 감싸 안은 일상의 순간들이 삶의 아름다움을 환기한다. 2부 '전설'에서는 수문장 교대식, 추석, 섣달그믐 등의 소재를 통해 잊혀진 시간과 기억을 시인의 감성으로 되살린다. 전설처럼 낡고 빛바랜 추억 속에서 인간사의 풍경이 스민다. 3부 '월정리역'은 광복절, 청와대, 민족 등 묵직한 소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성과 시대적 자각을 되새긴다. 시인은 현실을 외면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오는 6월 27일(금) 오후 2시 30분, 서울 공덕역 인근 대한중앙경우회 7층 강당에서 ‘제1회 코리안드림문학 심포지엄 및 회원 워크숍’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코리안드림문학회(회장 김유조)가 주최하며, '문학의 비전과 통합'을 주제로 다채로운 강연과 발표, 특강, 만찬까지 이어지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단순한 문학 행사에 그치지 않고, 출범 초기 단계인 코리안드림문학회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비전 제시의 장이기도 하다. ✦ 코리안드림 특강, 문학과 통일을 잇는 상상력 1부에서는 서인택 통일천사 공동상임의장이 특별 연사로 초청되어, ‘코리안 드림 특강’을 통해 문학과 통일, 나눔과 화합의 정신을 아우르는 강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인택 의장은 국내외 시민운동과 통일 담론의 실천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 강연을 통해 문학과 사회적 비전의 만남을 제시할 예정이다. ✦ 기조 연설 및 문학 태동의 로드맵 발표 2부에서는 본격적인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유조 회장이 코리안드림문학회의 기조를 담은 인사말과 방향 제시를 통해 문학회의 정체성을 천명하며, 이어 김상경 수석부회장(겸 사무총장)이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경남 남해의 문화적 자산인 유배문학을 재조명하는 '2025 남해유배문학토크콘서트'가 지난 6월 14일(토) 오후 2시, 남해도서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고 18일 <에세이문예사>가 밝혔다. 이번 행사는 유배문학관이 있는 '유배의 섬 남해'의 역사성과 문학적 가치를 지역민과 문학 애호가들에게 알리고, 유배문학의 현대적 해석과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토크 대상 작품으로 선정된 송명화 작가의 장수필 <못>은 '서포의 처소에서 못을 뽑다'라는 부제를 통해 조선 시대 유배문학의 정신과 시대적 맥락을 성찰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남해 미조 출신으로 <남해유배문학연구>를 집필한 권대근 교수(대신대학교대학원)의 주도로 열렸으며, 좌장은 수필가이자 평론가인 김정애 박사가 맡아 유려하고 깊이 있는 진행을 이끌었다. 발제를 맡은 권대근 교수는 "송명화 작가의 <못>은 유배문학을 현대 수필로 승화시킨 탁월한 작품"이라며 "서포 김만중의 문학과 정신을 섬세한 감성과 상징으로 풀어낸 수필 문학의 뛰어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진 지명토론에는 수필가 최순덕, 평론가 최혜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모성의 본능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담아낸 전민 시인의 시 '엄마'가 독자들의 깊은 울림을 자아내고 있다. 화마 속에서도 병아리를 품고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어미 닭의 숭고함은 곧 '엄마'라는 존재의 상징이자,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본능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한다. 시인은 짧은 시 한 편을 통해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깊은 감정의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이 말의 무게와 울림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편집자 주] 엄마 - 전민 시인 화재에 휩싸인 닭장에서 수탉들은 다 빠져나갔는데 병아리를 품속에 꼭 껴안은 채 어미 닭만 까맣게 모두 타 죽었다 사람이나 동물나라에서도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말 나직이 말하며 듣기만 해도 가슴이 물컹해지는 엄마, 어머니! - 서울지하철역 스크린 안전 도어 게시 시에서 Mother - Jeon Min / Kim In-young Out of the henhouse caught in fire All the roosters escaped, But hens remained, holding baby chicks In their bosom—until they were all bur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정명숙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몽돌밭에서>(청어출판사)를 출간했다. <바람의 말씨> 이후 발표한 이번 시집은 시인의 삶과 문학, 그리고 시간 속에서 가라앉은 그리움을 섬세한 언어로 길어 올린 총 87편의 시를 담고 있다. <몽돌밭에서>는 '몽돌밭'이라는 시적 공간을 매개로 하여 삶의 기억과 가족, 자연, 내면 풍경을 정갈한 시어로 풀어낸 작품집이다. "몽촌토성에 휘날리는 벚꽃 잎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의 실체"를 좇는 시인의 목소리는, 바람꽃처럼 연약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그리움의 형상으로 독자의 마음에 스민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몽돌밭에서'는 '그리움은 별이 되어', '달빛놀이', '인연' 등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과 감성의 교차점이 섬세하게 묘사된 시편들이 수록됐다. 2부 '슬픈 봄날'에서는 계절과 정서를 엮은 서정시들이 돋보이며, 3부 '하루해가 다 가도록'과 4부 '그리움은 별빛으로'에서는 특히 가족, 고향,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담겨 있다. '봄비 내리는 날 아버지', '아버지의 빈자리', '할머니', '향수' 등은 가족사와 고향의 정서를 시인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전통 문양 속에 잠든 신화를 깨우고, 여성의 몸과 우주의 경계를 허물며 생명과 환희의 장면을 직조한 시. 임솔내 시인의 '십장생 금침'은 관능과 신비, 탄생과 환생이 교차하는 매혹의 시적 공간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덮는 이불 한 채 속에서도 우주의 시원이 열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편집자 주] 십장생 금침(衾枕) - 임솔내 시인 십장생 수 이불을 한 채 들여온 그때부터 일 것이다 밤마다 내 배 위에 하늘이 내려오는 일 그 지체 높은 십장생이, 실밥으로 박혀 있던 열 개의 몸짓이 황금 폭포처럼 내 안으로 들기 시작했다 열락이다 기골찬 대 숲 바람소리 들린다 목이 긴 흰 새와 찔레순 닮은 관을 달고 오방색 구름톱 넘나드는 무구한 것들 온데간 데 없이 달이 부풀어 오르는 밤마다 내 배 위엔 새로운 땅이 솟는다 또 열락이다 밤새 대숲 바람소리 세차다 아슴한 그곳 봉과 황의 몸이 닿는 순간 구름보다 더 높은 곳으로 내가 치솟는다 빈 곡신에 시퍼런 썰물이 들이치면 백 년 적송이 온몸으로 운다 열 개의 몸짓이 황금폭포로 내안에 쏟아지는 일 밤마다 내게로 하늘 내려오는 일 신비한 우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절로 십장생이 되는 일 두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