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5 (토)

  • 맑음동두천 8.7℃
  • 맑음강릉 8.0℃
  • 맑음서울 12.2℃
  • 맑음대전 9.6℃
  • 맑음대구 7.0℃
  • 맑음울산 7.9℃
  • 맑음광주 11.4℃
  • 맑음부산 12.4℃
  • 맑음고창 7.0℃
  • 맑음제주 12.6℃
  • 맑음강화 7.5℃
  • 맑음보은 5.2℃
  • 맑음금산 4.8℃
  • 맑음강진군 7.8℃
  • 맑음경주시 5.1℃
  • 맑음거제 7.5℃
기상청 제공

[詩가 있는 아침] 정근옥 시인의 시 '칼의 눈빛'… 권력과 진리 사이, 날 선 은유의 심연

칼의 상징으로 시대를 해부하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칼은 도구인가, 권력인가, 아니면 인간 내면의 욕망인가.

정근옥 시인의 '칼의 눈빛'은 하나의 상징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시는 정의와 폭력, 충성과 맹목, 그리고 침묵하는 진리까지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오늘의 시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칼의 눈빛

- 정근옥 시인

살벌한 침묵의 칼끝에 권력이 앉아 왕관을 쓴다
날마다 위엄의 날을 세우며 음습의 빛을 번쩍거린다

진리는 칼집 속에서 울면서 숨죽이고 있는데,
권력은 칼날을 핥으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명욕에 예도를 잃은 바람, 언제나 칼끝을 찬미한다
피로 세운 영광은 비릿한 핏빛 얼룩의 꽃잎을 피운다

칼에도 법도가 있다, 손에 칼을 쥔 자는
칼이 자신이라 믿고, 칼을 휘두르며 복종을 강요한다

맹목의 충성은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파멸을 낳는다
정의의 칼날이 녹슬면, 칼 위에 세운 성은 무너져 버린다

선한 칼은 꽃잎처럼 부드러운 은빛 별로 빛나지만,
악의 칼은 무대에서 미친 듯 망나니 춤을 추다 사라진다

악행의 지배자는 칼을 믿고 권좌의 침실에서 잠들지만
달빛에 깨어있는 칼은 언제나 그 목을 겨누고 있다


- 시집 <새들의 집> 수록 작품 중에서


■ 감상과 해설 / 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정근옥 시인의 '칼의 눈빛'은 권력의 본질을 '칼'이라는 단일한 상징으로 응축해낸 강렬한 작품이다.

첫 행에서 이미 권력은 "칼끝에 앉아 왕관을 쓴다." 이 한 문장은 권력이 스스로 정당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폭력과 위협이라는 기반 위에 존재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시에서 '칼'은 물리적 도구를 넘어선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 지배 본능, 그리고 시대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존재다.

"진리는 칼집 속에서 울면서 숨죽이고 있는데"라는 구절은 권력 앞에서 침묵하는 진리의 현실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진리는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못하고, 칼은 드러나지만 정의롭지 않다.

특히 "권력은 칼날을 핥으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는 표현은 권력의 자기 도취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권력이 폭력을 어떻게 미학화(美學化)하고 정당화하는지를 폭로하는 장면이다.

중반부에서 시는 더욱 인간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맹목의 충성은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파멸을 낳는다"는 구절은 권력보다 더 위험한 것이 무비판적 추종임을 드러낸다.

칼을 쥔 자뿐 아니라, 그 칼을 찬미하는 자 역시 파멸의 공범이 된다.

후반부에서는 칼의 양면성이 드러난다.

"선한 칼"과 "악의 칼"의 대비는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쥔 인간의 윤리가 문제임을 강조한다. 결국 칼은 인간의 거울이며, 그 눈빛은 곧 인간의 내면이다.

마지막 구절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경고다.

"달빛에 깨어있는 칼은 언제나 그 목을 겨누고 있다."

권력은 잠들 수 있지만, 그 권력을 지탱하는 폭력의 구조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결국 칼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스스로를 겨눈다.

이 작품에 대해 소설가 한말숙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 시는 국내에만 머물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두고두고 읽히며 널리 알려져야 할 수작으로, 별 다섯 개로도 부족하다."

이 평가는 작품이 지닌 보편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동시에 짚어낸다.

또한 안혜초 시인도 "뜨거운 우국충절이 서려 있는 섬뜩한 역작"이라며, 이 시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시대를 향한 윤리적 외침임을 강조했다.

두 문단의 평가는 공통적으로 이 작품이 지닌 힘과 시대 인식과 미학적 긴장의 결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정근옥 시인

정근옥 시인은 문학비평가이자 시인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시>와 <교육신보>를 통해 등단한 이후 시와 비평을 아우르는 활동을 펼쳐왔다.

(사)국제PEN한국본부 감사,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부이사장),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비평가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창작과 비평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교육자로서 고등학교장을 역임하고 서울교원문학회 회장을 맡는 등 교육과 문학을 잇는 역할을 해왔다.

시집 <거울 속의 숲>, <가을 산사나무 앞에서>, <어머니의 강>, <달과 바람에게 길을 문다>, <자목련 피는 사월에는>, <인연송>, <수도원 밖의 새들>, <새들의 집>과 평론집 <조지훈 시 연구>, 산문집 <행복의 솔밭에서 별을 가꾸다> 등 다수의 저작을 통해 그의 문학 세계를 확장해 왔다.

국민훈장, 교육부총리상, 문학상 대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은 그의 문학적 성취와 사회적 기여를 보여준다.

그의 시는 시대 의식과 인간 내면의 윤리를 깊이 있게 결합한 작품 세계로 평가받고 있다.

'칼의 눈빛'은 단순한 시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향한 경고이며, 인간을 향한 질문이다. 칼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 칼이 향하는 방향은 결국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i24@daum.net
배너
[詩가 있는 아침] 정근옥 시인의 시 '칼의 눈빛'… 권력과 진리 사이, 날 선 은유의 심연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칼은 도구인가, 권력인가, 아니면 인간 내면의 욕망인가. 정근옥 시인의 '칼의 눈빛'은 하나의 상징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시는 정의와 폭력, 충성과 맹목, 그리고 침묵하는 진리까지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오늘의 시대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칼의 눈빛 - 정근옥 시인 살벌한 침묵의 칼끝에 권력이 앉아 왕관을 쓴다 날마다 위엄의 날을 세우며 음습의 빛을 번쩍거린다 진리는 칼집 속에서 울면서 숨죽이고 있는데, 권력은 칼날을 핥으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명욕에 예도를 잃은 바람, 언제나 칼끝을 찬미한다 피로 세운 영광은 비릿한 핏빛 얼룩의 꽃잎을 피운다 칼에도 법도가 있다, 손에 칼을 쥔 자는 칼이 자신이라 믿고, 칼을 휘두르며 복종을 강요한다 맹목의 충성은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파멸을 낳는다 정의의 칼날이 녹슬면, 칼 위에 세운 성은 무너져 버린다 선한 칼은 꽃잎처럼 부드러운 은빛 별로 빛나지만, 악의 칼은 무대에서 미친 듯 망나니 춤을 추다 사라진다 악행의 지배자는 칼을 믿고 권좌의 침실에서 잠들지만 달빛에 깨어있는 칼은 언제나 그 목을 겨누고 있다 - 시집 <새들의 집&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유신이 끊은 '독립유공자 손자녀 보상' 50년만에 복원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유신 시기 중단됐던 독립유공자 유족의 '손자녀 수권'이 반세기 만에 국회 입법으로 되살아났다. 여야가 만장일치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해방 후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손자녀와 그 후손까지 국가 보상의 길이 열리게 됐다. 내년 1월 1일부터 해방 이후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손자녀도 국가로부터 예우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최초 보상금 수급권자가 손자녀 이하일 경우, 그 자녀 1명까지 보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국회는 23일 제434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의원 216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의원 12명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통합·조정해 마련된 위원회 대안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윤한홍)는 지난 2일 안규백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을 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한 바 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유신 시기였던 1975년 비상 각료회의에서 축소된 '손자녀 수권'을 원상 회복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해방 이후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경우 보상금 지급 대상이 제한되면서 손자녀 세대는 상당

정치

더보기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민주당 익산시장 후보 확정 (익산=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익산시장 후보로 최정호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경선을 마무리한 그는 "익산의 정체를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라는 시민의 명령을 받았다"며 본선 압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익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전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최정호 후보가 조용식 후보를 제치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최 후보는 22일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경선 결과는 위대한 시민과 당원의 승리"라며 "정체된 익산의 판을 바꾸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경선에서 경쟁한 조용식 후보와 심보균 후보에게 감사를 전하며 "두 후보의 정책과 인적 자산을 하나로 모아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병관 전 부지사의 정책 역량까지 결집해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 갈등을 넘어선 '필승 원팀'으로 본선에 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중앙과의 연결력'과 '행정 전문성'을 내세웠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 설계와 대형 예산 확보 능력을 강조하며, 중앙정부와 국회를 잇는 네트워크를 통해 익산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