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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문학상, 헝가리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영예

한강의 여운을 잇는 동유럽 문학의 귀환
종말의 언어로 예술을 되살려…영화와 문학, 경계를 넘는 협업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를 대표하는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László Krasznahorkai, 71)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한국의 한강 작가가 동양의 섬세한 서정으로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데 이어, 올해는 동유럽의 거장이 ‘예술의 종말’을 넘어선 문학의 구원력을 증명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 시각) 발표를 통해 "종말론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 증명한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가"라며 라슬로를 선정했다.

그의 문학은 부조리와 기괴함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는 방식으로, 카프카와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유럽의 서사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심화시킨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슬로는 1985년 장편소설 <사탄탱고>로 데뷔하며 헝가리 문단에 충격을 던졌다. 그는 전후(戰後) 동유럽의 사회적 폐허 속에서 인간의 절망, 권력의 부패, 존재의 무의미를 그리되 그 속에서도 "언어와 예술만이 남은 인간의 마지막 빛"을 포착해냈다.

뒤이어 발표한 <저항의 멜랑콜리>(1989)와 <전쟁과 전쟁>(1999)은 그의 문학을 종말론적 예언서로 평가받게 했다.

2015년, 그는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위상을 굳혔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로 하여금 '절망을 통과해 희망을 사유하는 문학'의 정점에 올려놓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라슬로의 문학은 환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가장 약한 본성을 응시하게 한다"며 "예술의 힘이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지를 증명한 작가"라고 평했다.

그의 문체는 종종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 끊임없이 반복되는 혼돈의 리듬'으로 묘사된다. 그 속에서 독자는 문학이 여전히 '세계의 붕괴를 견디는 언어'임을 체감한다.

라슬로는 문학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영화감독 벨라 타르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언어로 변주됐다.

특히 <사탄탱고>는 7시간에 달하는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 예술영화사의 전설이 되었고, <저항의 멜랑콜리>는 영화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로 재탄생해 "절망의 미학이 가진 숭고함"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라슬로는 미술가 막스 뉴먼과의 협업에서도 문학과 시각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 간의 공명"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다.

그는 1954년 헝가리 남동부 줄러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법학과 문학을 전공했고,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며 문학적 기반을 다졌다. 그의 문학은 늘 ‘고립된 인간의 내면에서 시작해 우주의 불안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가진다.


지난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한국전쟁의 기억과 여성의 상처, 그리고 생명의 존엄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했다. 그녀의 수상은 아시아 문학의 감성적 깊이와 인간적 성찰이 세계 문단에 통했다는 신호였다.

라슬로의 수상은 그 다음 페이지다. 그는 서구 문명 비판과 인간 존재의 불안이라는 유럽적 문제의식을 문학으로 끌어올리며, 한강이 보여준 "기억과 치유의 서사"와는 다른 결의 "붕괴와 재생의 미학"을 제시했다.

두 수상자는 서로 다른 대륙의 언어로 '문학이 여전히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라슬로의 노벨상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예를 넘어 문학이 여전히 자본과 속도의 시대를 저항하는 마지막 언어임을 보여준다.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그의 문장은 인간의 사유와 감각이 얼마나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동시에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이번 수상은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2002) 이후 23년 만의 쾌거로, 헝가리는 총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하게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라슬로는 예술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작가이며, 그의 작품은 인류 문명의 경계에서 새로운 빛을 던진다"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주요 작품 및 경력으로는 1985 <사탄탱고>, 1989 <저항의 멜랑콜리>, 1999 <전쟁과 전쟁> 등이 있으며, 2004 코슈트상 수상(헝가리 최고 문학상)에 이어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 국제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노벨문학상 유력 후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올해 역시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등과 함께 강력한 수상 후보 중 한 명으로 언급됐다.

영화 각본 협업으로는 '파멸'(1988), '사탄탱고'(1994),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 '토리노의 말'(2011)이 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 6권이 있다. 모두 알마 출판사를 통해 출간됐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6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를 받게 된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문학, 여전히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까

2024년 한강의 조용한 서정에서, 2025년 라슬로의 격렬한 종말론으로 이어지는 두 해의 노벨문학상은 문학이 여전히 인간의 내면과 세계의 균열을 연결하는 가장 인간적인 예술임을 일깨운다.

한강이 '상처를 통해 희망을 발견'했다면, 라슬로는 '절망 속에서 예술을 구원'했다. 노벨문학상은 올해 다시 한번 선언했다.

"문학은 죽지 않았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어는 여전히 세상을 구원한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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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다시 오늘을 건너다…<묵묵히 질량을 쓴다>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조는 과거의 유산일까, 아니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현재형의 언어일까. 묵묵히 질량을 쓴다는 이 질문에 대한 또렷한 답이다. 14명의 시조시인이 '초월'이라는 공통의 화두 아래 모여, 시조가 동시대의 감각과 질문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형식임을 한 권의 책으로 증명했다. 시조 동인 초월 동인이 첫 시조집 <묵묵히 질량을 쓴다>를 도서출판 도화를 통해 펴냈다. 이번 시조집은 우리 시조의 현재와 가능성을 탐색해온 14명의 시인이 함께 참여한 공동 작업으로, 동인의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의미 있는 첫 결실이다. 이들은 특정 이론이나 경향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초월'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각자의 시적 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시조집은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결들이 나란히 놓인 '다성적 풍경'을 형성한다. 이 시조집에서 말하는 '초월'은 흔히 떠올리는 관념적 탈속이나 현실 도피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상식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창작의 태도, 전통 형식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길어 올리려는 시도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참여 시인들은 시조라는 틀을 해체하기보다, 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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