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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 인묵(印默) 김형식 시 세계의 묵언(默言)

한가위 보름달 아래에서 다시 읽는 생태적 성찰의 시학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인묵(印默) 김형식 시인의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는 단순한 달의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문명과 생명의 경계에서 던지는 묵언의 질문이자, 탐욕으로 흐려진 인간의 시선을 반추하는 윤리적 시학이다.

시인은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른 밤, 구름이 달을 가리는 풍경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 '구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탐욕과 불안, 그리고 죄의식의 상징이다.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가 불안해서일까”라는 물음 속에는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우려가 스며 있다.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품어 안고 싶은
계수나무
옥토끼가 살고 있고
나의 꿈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푸른 하늘 은하 속 둥근달이었는데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가
불안해서일까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
첫 발자국을 남겼을 때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인간이
달을 죽이고 있구나
참 불행한 일입니다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 1930년 8월 5일~2012년 8월 25일, 향년 82세) : 미국 우주 비행사.

- 인묵 김형식 시인의 시 '한가위 보름달' 전문


■ 감상과 해설 / 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달빛에 비친 인간의 그림자…시의 표면과 내면

그가 달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신화적이면서도 인간학적이다.

"계수나무와 옥토끼가 살고 있는 달"은 우리 모두의 꿈과 동심의 원형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달은 더 이상 순수한 상징의 세계에 머물지 못한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로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그날부터, 시인은 인류가 또 하나의 생명을 침범했다고 느낀다.

"또 인간이 달을 죽이고 있구나.
참 불행한 일입니다."


달을 정복한 인간은 이제 그 빛을 잃은 존재로, '지구의 병'을 확산시키는 문명 주체로 전락한다. 이 한 구절에 담긴 인묵 시인의 윤리적 통찰은 과학문명에 대한 찬양 대신 문명에 대한 반성의 미학을 보여 준다.

철학적 사유…'말없는 도장'의 시학

인묵(印默)이라는 필명은 '도장 印, 말없는 默'이다. 그 이름처럼 그의 시는 소리보다 묵언(默言)의 깨달음을 전한다. 스승 성철스님의 법문이 그러했듯, 그의 시 또한 말보다 침묵으로 진리를 설한다.

달은 불교에서 '지혜의 상징'이며, 구름은 번뇌와 무명의 비유로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이 시의 제목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는 결국 인간의 번뇌가 진리를 가리고 있다는 경구로 읽힌다. 이것은 단지 자연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존재론적 성찰이자 수행의 언어이다.

그의 시적 화자는 달을 바라보며 무아(無我)의 사유에 이른다. 자연과 인간, 과학과 영성의 경계에서 “달을 죽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성찰하며, 결국은 “달을 다시 살리는 마음”이 곧 깨달음의 시작임을 일깨운다.

문명 비판과 생태윤리…‘인류의 발자국’에 대한 반성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인묵 시인의 시선은 그 순간을 '달에 남긴 발자국'이 아니라 ‘자연에 남긴 상처’로 본다.

그는 문명에 대한 찬미보다, 문명에 잠식당한 인간의 내면을 응시한다. "참 불행한 일입니다"라는 단언은 단지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윤리적 각성의 언어이다.

이 구절에는 시인이 바라보는 현대 문명의 무도(無道), 즉 인간의 ‘도덕적 무감각’에 대한 경종이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달을 정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영혼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이 시는 그 물음을, 달빛처럼 조용하지만 깊게 우리 가슴에 새긴다.

인묵 시 세계의 미학 …불교적 생명관과 언어의 수행

인묵 시인의 시는 불교적 세계관과 언어 수행의 결합이다. 그의 언어는 기교보다 사유의 깊이, 장식보다 침묵의 여운을 지향한다.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라는 반복은 결국 인간의 업(業)과 무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에게 시는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수행의 도구,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법문(法文)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 한 줄 한 줄은 마치 참선의 호흡처럼 느리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성찰의 침묵 속으로 이끈다.

달빛 아래의 윤리

인묵 김형식 시인의 '구름이 달을 가리고 있습니다'는 한가위의 달빛을 빌려 인간의 탐욕과 불안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는 말없이 묻는다.

"달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왜 우리의 눈은 점점 더 흐려지는가."

이 시는 달에 대한 노래이자, 인간 자신에 대한 경책이다. 달빛 아래에서 스스로의 그림자를 마주할 용기가 있을 때, 비로소 구름은 걷히고, 진리의 달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 인묵(印默) 김형식 시인

김형식 시인은 필명 '인묵(印默)'으로 활동하는 시인이자 평론가이다. '도장 인(印)', '말없는 묵(默)'이라는 법호에는 침묵 속의 깨달음, 언어 이전의 진리를 탐구하려는 시인의 내면 철학이 담겨 있다.

성철 스님의 몽중상좌로서 불교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시적 사유를 전개하며, 종교적 명상과 인간 존재의 윤리적 성찰을 조화시켜 왔다.

그는 한하운 시인을 '시성(詩聖)'이라 칭하며 그의 발제자로 불릴 만큼, 고통과 구도의 시학을 이어왔다. 고흥문학회 초대회장을 비롯해 <보리피리> 편집주간, <詩서울> 자문위원장, 월간문학상 선정위원장, 송파문인협회 시분과 위원장 등 다수의 문학단체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한강문학> 편집위원, <대지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도 헌신하고 있다.

대표 시집으로는 <그림자, 하늘을 품다>, <五季의 대화>, <광화문 솟대>, <글, 그 씨앗의 노래>, <人頭琴의 소리>, <성탄절에 108배>, <질문>, <無我의 강> 등이 있다.

그의 시세계는 현실의 그림자를 껴안되, 언제나 그것을 초월의 빛으로 승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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