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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어려운 시는 어떻게 읽어요"

"낯섦과 난해함 속에서 피어나는 시의 은총…모른다는 감각이 여는 새로운 사유의 길"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추경(秋景), 매미 소리가 사라진 가을의 한강가 카페.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의 계절에, 나는 송재구 회장과 마주 앉아 이윤선 시인의 신작 시집 <봄의 신작들>을 펼쳐 본다. 우리는 ‘어려운 시, 어떻게 읽어야 할까’라는 화두를 나눈다.

시집을 받으면 좋은 시, 혹은 낯선 시를 골라 신문에 소개한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종종 '포기하지 않는 일'을 뜻한다. 시집을 펼쳤을 때 낯선 단어, 끊긴 문장,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징이 불쑥 튀어나오면 우리는 당혹한다.

그러나 바로 그 난해함이야말로 시가 독자를 초대하는 첫 관문이다. 쉽게 길들지 않는 언어는 무의식과 감각을 깨우고, 익숙한 생각의 경계를 허문다. ‘모른다’라는 감각은 독자를 새로운 사유로 이끄는 문학의 은밀한 전략이자, 시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중견 시인 이윤선의 시 '물총새'를 읽어 보자.

다시 바라보게 한다
물에 총을 쏜다
총을 옆구리에 찬 것은 아니다
제 몸이 총알이 된 것이다
맨몸으로도 속도를 뚫는다
몸 하나로 생을 뚫는 저 물총새

새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강인함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에 총을 쏜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물속으로 빠르게 돌진하는 물총새의 사냥 장면을 강렬한 이미지로 시각화한다.

이런 묘사는 시를 읽는 재미에 빠진다. '총을 옆구리에 찬 것은 아니다 / 제 몸이 총알이 된 것이다'라는 구절에서는 물총새가 도구 없이 오직 자신의 몸으로 물을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서 얼마나 본질적이고도 강인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시인의 빼어난 다층 시선을 보이는 대목이다. '맨몸으로도 속도를 뚫는다 / 몸 하나로 생을 뚫는 저 물총새'라는 마지막 구절은 감탄을 자아낸다.

물총새는 날렵한 몸 하나로, 아무런 보호막 없이도 삶을 관통한다. 이는 단순한 생물의 모습이 아니라, 어떤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로 정면 돌파하는 강인한 삶의 태도를 상징하는 듯하다. 물총새는 자연 일부이면서도, 그 자체로 삶의 은유가 되어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시는 생명이 지닌 본질적인 힘, 자연 속 존재들이 지닌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짧은 시 속에서 물총새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생을 뚫고 나아가는 존재의 상징으로 우리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말했듯, 시는 일상어를 낯설게 만들어 우리가 언어를 새롭게 보게 한다. 파울 첼란의 시를 읽다 보면 단어들이 서로 부딪히며 기이한 울림을 만든다. 그 불협화음은 전쟁과 상처, 인간 존재의 부서짐을 단순히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독자의 감각 속에 생생히 재현한다.

난해함은 의미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가 태어나는 순간의 진동을 들려주기 위해 존재한다.

시를 '이해한다'라는 말은 때때로 시의 본질을 오해하게 만든다. 시는 정보 전달이나 논리적 논증을 위한 글이 아니며, 오히려 경험 그 자체에 가깝다.

김춘수의 '꽃'을 처음 읽었을 때, 많은 독자는 ‘이름 붙임’의 의미를 설명하려 애쓰지만, 시가 주는 가장 깊은 울림은 단어의 뜻을 넘어선 정서적 체험이다. 시의 언어는 설명을 초과하며,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의미를 빚는다.

물론 시가 태어난 시대적·개인적 맥락을 아는 일은 난해함을 조금씩 풀어가는 열쇠가 된다. 엘리엇의 '황무지'를 읽을 때,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문명의 폐허를 이해하면 시의 파편적 이미지들이 하나의 역사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삶, 그가 몸담은 사회와 문학사적 흐름을 조사하는 일은 시의 미로를 헤매는 독자에게 지도가 되어 준다. 어려운 시를 읽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천천히, 반복하여 읽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 리듬과 호흡이 살아나고, 의미가 아닌 울림이 먼저 다가온다.

첫 번째 독서는 풍경을 스치는 산책이고, 두 번째 독서는 그 풍경 안에 숨어 있는 세부를 발견하는 여행이다. 세 번째 독서에서야 비로소 시의 세계가 독자의 삶과 은밀히 겹친다.

난해한 시는 쉽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고요한 저항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언어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내면을 흔들고 사유를 확장하며, 때로는 영혼의 깊은 곳을 깨우는 일. 그것이 바로 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독서의 자세다.

시는 이해하려 애쓸 때보다, 그 난해함 속에서 자신을 비추어볼 때 비로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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