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는 마음의 언어이고, 음악은 영혼의 울림이다." 이 두 장르가 하나의 무대에서 조우할 때, 관객은 일상의 경계를 넘어선 깊은 감동을 체험하게 된다. 서초문화원 클래식판타지 '시와 아리아'가 바로 그 무대다.
오는 9월 24일(수) 오후 6시 30분, 서초문화예술회관 아트홀에서 열리는 제8회 공연은 '깊이 있는 시와 서정적인 아리아의 어울림'을 기치로 내세우며, 가을의 초입에서 문화적 향기를 더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깊이 있는 시낭송과 아리아의 조화"라는 기획 의도 속에 마련됐다. 시는 언어로 영혼을 울리고, 음악은 선율로 마음을 감싼다. 두 장르가 교차하며 빚어내는 예술적 긴장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시적 체험'으로 확장된다.
시와 음악, 서로의 그늘을 밝혀주다
올해 공연의 프로그램은 시와 음악의 교차와 화합이라는 전통을 잇는다. 이번 공연은 시낭송가, 성악가, 피아니스트, 합창단이 참여하여 시와 음악이 만들어내는 서정적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의 사회는 박주아 KBS 아나운서가 맡아, 문학과 음악을 잇는 유연한 해설과 진행으로 공연의 흐름을 돋울 예정이며, 시낭송가로는 지영란, 정영희, 국혜숙, 오선숙, 김국화, 이주은, 윤금아, 김충남, 이현숙 등 원로와 중견 시낭송가들이 나선다.
이들의 낭송은 단순한 암송이 아닌, 한 줄의 시를 온몸으로 살아내는 행위로서 관객에게 다가간다. 특별 출연으로는 정의근 성악가, 김지원 피아니스트가 참여하며, 아르모니아 중창단의 합창이 무대의 풍성함을 더한다.
시낭송으로 여는 감성의 서막
공연은 먼저 시낭송 공연으로 막을 연다. '김남조 시인의 시간편지'는 정영희, 이주은, 김국화 시낭송가의 목소리를 통해 김남조 시인의 시 '편지', '가난한 이름에게', '겨울바다', '시계'가 무대 위에 소환된다.
시간과 존재, 그리움의 언어는 피아노와 어우러져 관객의 내면 깊숙이 스며든다.
이어 국혜숙 시낭송가는 한강의 역동적 흐름과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담은 이근배 시인의 '한강은 솟아오른다'를 낭송하며 시가 가진 생명력을 무대 위로 풀어낼 계획이다.
김충남 시낭송가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통해 별빛 아래 인간의 사색과 그리움을 노래하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시낭송 퍼포먼스로 표현될 내면의 자화상
이어지는 무대는 '시낭송 퍼포먼스'로, 오선숙, 윤금아, 정영희, 지영란 시낭송가가 유안진, 서정주, 오세영, 김용택, 윤동주 시인의 시를 무대 위에서 몸과 목소리로 <자화상>을 주제로 풀어낼 예정이다.
시낭송 퍼포먼스는 단순한 낭송을 넘어 시의 감정을 시각적 연출과 결합해, 청중이 시의 내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움과 향수를 담은 시낭송
김충남과 이현숙 시낭송가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낭송하며 관객에게 향수와 그리움의 정서를 전할 예정이다. 시인의 시선이 머무른 바다와 자연의 풍경을 목소리로 생생히 전달하며, 시가 지닌 정서적 울림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시와 노래, 합창으로 이어지는 감동
무대는 다시 음악으로 이어진다. 아르모니아 중창단은 푸시킨 작시, 김효근 작곡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한대수 작곡·편곡의 '아름다운 나라'를 합창하며 시적 메시지를 음악으로 승화시킬 예정이다. 시와 노래가 만나면서 청중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 대화극으로 풀어낼 인간의 이야기
특히, 무대 후반부에는 지영란, 김경복 시낭송가를 비롯한 출연진이 참여한 시 대화극 '엄마의 빈 자리'는 이번 공연의 백미다. 가족과 부재,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연극적 형식으로 확장하여, 단순한 낭송을 넘어선 종합 예술적 체험을 제공한다.
오세영, 문삼석, 김용택, 임길택, 나태주, 유자효, 김초혜, 권갑하 시를 기반으로 한 극적 형식을 통해 가족과 인간관계, 상실과 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성악과 피아노로 마무리될 서정적 여운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전문 성악가와 피아니스트의 협연으로 장식된다. 성악가 정의근은 최진 작곡·편곡의 '시간에 기대어'와 이광석 작시, 조두남 작곡의 '산촌'을 노래하며 시적 정서를 풍부한 음악적 표현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정의근은 힘 있는 테너의 울림으로, 피아니스트 김지원은 섬세한 건반의 결로 시와 음악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
피아니스트와 함께하는 이번 무대는 섬세한 피아노 선율과 성악의 조화로 관객들에게 서정적 여운을 오래도록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시낭송, 그 특별한 순간
이번 '시와 아리아'를 기획한 국혜숙 시낭송가는 "시낭송은 단순히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숨결과 감정을 청중과 함께 나누는 예술"이라며 "오는 9월 24일 열리는 제8회 '시와 아리아'는 문학과 음악이 만나 만들어내는 감성의 정수를 보여주는 한가위 문화 행사로, 관객들에게 시와 음악이 결합했을 때의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혜숙 시낭송가는 이어 "이번 '시와 아리아'는 시낭송가들의 목소리, 합창, 성악, 피아노 연주가 조화를 이루어 시와 음악이 빚어내는 서정적 경험을 관객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초문화원의 기획 의도
이번 공연을 기획한 구명숙 예술총감독은 "시는 한 사람의 내면을 울리는 예술이고, 음악은 그 울림을 확장해 모두의 공명으로 만들어 준다"며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서로 다른 예술이 만나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내는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구명숙 예술총감독은 그러면서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한 편의 시를 간직하고, 잊히지 않는 한 곡의 음악을 품고 산다"며 "이번 무대는 바로 그 기억을 불러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문화원은 그간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일상의 가까운 곳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시와 아리아’는 그중에서도 지역 문화와 예술을 잇는 상징적인 축제로 평가된다.
가을의 문턱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삶의 성찰을 불러오는 '예술적 사건'이 될 것이다. 시의 언어와 음악의 선율이 서로를 비추며, 관객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거울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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