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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또 표절 논란…"더는 침묵할 수 없다"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표절 시인 징계 착수, 문인단체 차원서 근본적 윤리체계 마련 논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문단이 또다시 표절 논란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가 최근 협회 증경회장 김소엽 권사(시인)의 1987년 발표작 '바다에 뜬 별'이 J 시인의 작품으로 무단 도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협회 내부에서도 "단순한 실수가 아닌 문학 공동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사건"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2025년 발간된 문예지 '별빛문학' 가을호에 김소엽 권사의 시가 제목만 바뀐 채 원문과 동일한 형태로 실린 것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올해 출간된 J 시인의 개인 시집에서도 동일한 시가 이름만 바꿔 '신작'처럼 수록된 사실까지 확인되며 문학계에는 "명백한 표절"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협회는 지난 11월 7일 종로5가에서 긴급 소임원 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을 '협회 명예 실추를 초래한 중대 사안'으로 규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정균 회장을 비롯해 김무숙, 김광순, 안상우, 손경형, 양영숙, 김지원, 김정덕 등 협회 임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했다. 참석자 전원은 "문장과 이미지, 구성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단순 차용이나 영향의 범주가 아닌 명백한 표절"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제가 불거진 후 J 시인은 협회 측에 "별빛문학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소엽 권사에게 직접 사과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회 내부에서는 "당사자의 사과 의지보다 중요한 것은 문학윤리의 훼손"이라며 "해당 입장만으로 사안을 봉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정균 회장은 회의에서 "문학인의 양심은 작품 이전의 문제이며, 협회의 정체성과 신뢰가 걸려 있다"며 "정관에 따른 징계는 피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협회는 ▲ J 시인의 공식 사과문 제출 ▲ 개인 시집의 전량 회수·폐기▲ 정관에 따른 제명 절차 검토를 결의했다.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하기 위해 당사자 말을 듣는 청문 절차를 추후 진행하기로 했다.

과거의 상처가 반복된다…문학계 표절의 ‘만성병’

이번 사건은 문단에서 반복되어 온 표절 논란의 악순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문단의 '표절 시비'는 비공식적 압박과 침묵 속에 묻혀갔고, 2000년대 초반에는 유명 시인들의 번역·표절 논란이 잇달아 터지며 "문단의 오래된 병폐"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0년대에는 일부 교수·문학인의 표절 사건이 사회적 비난 여론을 촉발했고, 최근 2020년대에도 신인 공모전과 문예지 등에서 표절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

문학계는 이런 사안을 두고 매번 "유감"과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실질적인 제재나 내부 윤리 체계 구축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협회나 문학 단체 내부에서 표절이 드러났을 때 관행처럼 '조용히 수습'하거나, 당사자 변명을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문학계 전체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문학평론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창작자 사회의 윤리가 반복적으로 흔들리는 이유는 처벌보다 '관용'을 앞세워 사건을 무마하려는 관행 때문"이라며 "표절은 단순 도덕성 결여를 넘어, 창작 공동체 전체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향후 대책… 더는 관행으로 덮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뿐 아니라 주요 문학단체에서도 표절 근절과 윤리 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각 단체는 회원 대상 문학윤리 교육 의무화, 표절 검증 시스템 도입, 징계 기준 강화 등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최대 문학단체안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는 다음과 같은 대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1. 협회 윤리위원회 상설화 및 표절 전담 심사 체계 구축.
–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 즉시 조사 및 전문가 감정 절차 가동.
– 진상조사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투명성 확보.

2. 회원 대상 ‘문학윤리 교육’ 의무화.
– 창작 윤리, 출처 표기, 창작과 영향의 경계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
– 매년 이수 여부를 회원 자격 유지 조건으로 연동.

3. 문예지·출판사와의 연대 시스템 구축.
– 작품 투고 시 AI·비교 검증 시스템 도입 추진.
– 표절 발생 시 공동 대응 및 재발 방지 규정 마련.

4. 표절 시 징계 수위 강화 및 기록 공개.
– 기존의 경고·사과문 수준에서 벗어나 자격 정지·제명 등 실질적 제재로 전환.
– 징계 사실은 협회 홈페이지 및 협회지를 통해 공개.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표절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문단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다"라며 "협회 차원의 조치와 별개로, 전국 단위의 문학단체가 함께 표절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어 "앞으로 문예지와 출판사, 대학 문학 관련 기관과 연계해 창작 윤리를 교육하고, 표절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문학 공동체의 도덕적 감각을 재점검해야 하는 계기다. 단순 사과나 경고 수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징계 수위를 높이고, 표절 기록을 공개해 회원 모두가 창작 윤리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문단 윤리의 총체적 문제로 직시해야 한다"며 "표절과 도용은 문학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결함이며,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붙일 여지가 없도록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은 믿음 위에 세워진다"

문학적 양심이 무너질 때 피해는 독자와 후배 창작자, 문단 전체 생태계로 확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문학계 자정 능력을 점검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학단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제도적 장치와 교육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이번 표절 논란이 문학계 신뢰 회복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과거처럼 관행 속에서 잊혀질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표절 논란이 단순한 한 시인의 일탈이 아닌, 문학계 전반의 자정 능력을 점검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협회의 최종 징계와 향후 조치가 문학 공동체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오래된 관행처럼 다시 잊히는 사건으로 남을지는 향후 대응에 달려 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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