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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떼창', 한국만이 빚어낸 집단적 감동의 미학

"수만의 목소리가 하나의 화음이 되는 순간, 관객은 관람자가 아니라 공연 그 자체가 된다"

전 세계 뮤지션들이 한국 무대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만 명의 관객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완성하는 '떼창'은 단순한 호응을 넘어 하나의 집단적 예술로 자리 잡았다. 전통 공동체 문화와 현대 팬덤이 결합해 탄생한 이 독특한 공연 방식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언어로 세계를 향해 확장되고 있다. [편집자 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떼창'은 이제 단순한 신조어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고유명사가 되었다.

전 세계 뮤지션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 바로 이 독특한 공연 풍경 때문이다. 수만 명의 관객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 이는 단순한 호응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합창이자 집단적 공명이다.

서구 공연 문화의 기준에서 보면 이 광경은 낯설다. 정숙을 미덕으로 삼는 클래식 공연장이나, 즉흥적 반응을 즐기는 재즈 무대와 달리, 한국의 '떼창'은 관객이 공연의 일부를 넘어 '공연 그 자체'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Eminem은 2012년 내한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의 폭발적인 떼창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평소 감정 표현에 인색한 그가 공연 도중 관객을 향해 하트를 그려 보인 장면은 전 세계 팬들에게 회자되며, 한국 공연 문화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또한 Coldplay의 사례는 떼창의 예술적 깊이를 보여준다. 2017년 첫 내한 공연에서 'Viva La Vida'의 전주가 흐르자, 수만 관객은 약속이라도 한 듯 코러스를 허밍으로 이어갔다.

보컬 Chris Martin은 노래를 멈추고 그 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듯 무대에 누웠다. 그는 이후 "인생 최고의 관객"이라 평하며 한국 공연의 특별함을 증언했다.

이러한 떼창의 뿌리는 한국인의 전통적 공동체 문화에 있다. 마당극과 판소리에서 관객이 '얼씨구', '절씨구'로 판을 완성했듯, 한국의 관객은 공연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가 더해진다. 먼 길을 찾아온 아티스트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물하려는 마음, 가사를 외우고 응원을 준비하는 행위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 환대의 표현이다.

Noel Gallagher가 한국 팬들을 두고 "위대한 정신과 미친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이라 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리학적으로 보더라도 떼창은 강력한 집단적 경험이다. 개인은 군중 속에서 고립감을 내려놓고, 하나의 소리로 연결되며 감정을 해방한다.

수만 개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질 때, 개인은 확장되고 감정은 정화된다. 이것이 바로 떼창이 만들어내는 집단적 카타르시스다.

이제 떼창은 하나의 '문화 수출품'이 되었다. 해외 K-POP 공연장에서 외국인 관객들이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따라 부르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 중심에는 BTS와 같은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감정의 교류를 확장하며 떼창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아티스트가 떠난 뒤에도, 관객의 귓가에는 여전히 자신이 내뱉은 목소리가 맴돈다. 그것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경험, 하나의 기억이다.

결국 떼창은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순수한 환대이며, 우리가 음악을 통해 여전히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한국적인, 그러나 가장 세계적인 공연의 언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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