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4 (금)

  • 맑음동두천 0.9℃
  • 구름조금강릉 9.1℃
  • 맑음서울 4.6℃
  • 박무대전 3.5℃
  • 박무대구 5.5℃
  • 맑음울산 9.2℃
  • 맑음광주 6.6℃
  • 맑음부산 11.5℃
  • 맑음고창 3.5℃
  • 구름조금제주 13.1℃
  • 맑음강화 4.5℃
  • 맑음보은 -0.3℃
  • 맑음금산 1.1℃
  • 맑음강진군 10.8℃
  • 맑음경주시 4.8℃
  • 맑음거제 9.6℃
기상청 제공

[시의 향기] 홍중기 시인의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

분단의 상처를 딛고 핀 삶의 꽃…분단의 슬픔과 화해의 요청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홍중기 시인의 시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는 분단과 전쟁의 상흔을 끌어안은 민중의 기억을 시적 서사로 풀어낸 가슴 시린 평화시이다. 시는 언뜻 고요한 농촌 풍경에서 시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역사적 비극인 6.25 한국전쟁의 고통과 아픔이 응축되어 있다.

시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패랭이꽃은 한적한 고갯길, 그리고 농부의 삶 속에 피어난다. 이는 민초들의 삶의 터전, 일상의 배경으로 그려지면서 동시에 전쟁의 상흔과 대비되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한다.

언덕 위의 패랭이꽃은 무심히도 아름답게 피지만, 그 아래엔 깊은 숨을 몰아쉬는 할머니의 지친 육신, 그리고 돌무덤, 소나무, 서낭당이 깃든다. 모두가 한 맥락 안에서 민속과 전쟁, 생명과 죽음을 아우르는 상징들이다. [편집자 주]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

- 홍중기 시인

패랭이꽃
붉게 피는 고갯길
할머니는 황소 등에 누워
깊은 숨 몰아쉰다

서낭당에 우뚝 솟은 소나무
돌무덤 쌓이는 사연
알듯 모를 듯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천둥소리는
대포소린데 그들은 사람의 더러운 손으로 빚은 소리를
알지 못하네

한나절을 달려온
농부의 지게다리는
패랭이꽃에 주저앉고
물 두레박에 찌든
무명적삼
하얀 엄마 젖엔
갓난아이가 매달려 운다

75년전 그날은 네 살난
사내아이가 전쟁터로
걸음마를 하고
누이 동생의 죽음을 부르짖는
어머니의 한을 기억 할 수
있을까?

포탄은 동네 한복판에서
도깨비의 춤을 추며
할아버지의 집은 삼촌의
모습도 함께 삼키네

6.25 전쟁은 500만명의 생명이
쓰러지는 소꿉놀이
죽고 죽고
죽어서 말하리
사람의 욕심이
하늘과 땅사이로
넘쳐 흘러
죽음의 바다로
죽음의 산으로
쌓이고 흐르네

당신은 20세의 청년이
80세의 노인으로
홀로 남은
6.25를 보았는가

뼈를 깍는 고통보다
더 아픈 헤어짐의 고통을
끌어안고
마지막 죽음으로
와 있는 이산가족의 모습을……

우리 이제는 만나야 하네
한 민족이 두 민족으로
갈라진
비극의 아침을 접어 두고
지구촌의 한 마을로 모여
사람은
사람답게 사는
이야기를 해야 되네.



■ 감상과 해설 / 장건섭 시인(본지 편집국장)

언덕 위에 핀 꽃, 역사 위에 핀 시

홍중기 시인의 시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는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은 오늘, 여전히 지속되는 분단의 고통과 민족적 상흔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전쟁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겪은 개인과 민중의 기억, 그리고 그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삶의 형상을 조용하고도 절절하게 응시한다.

시인은 75년 전의 전쟁을 '네 살 난 사내아이가 걸음마를 하던' 기억으로 회상한다. 즉, 기억의 주체는 시간이 흘러 80세가 되었지만, 그때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신은 20세의 청년이 80세의 노인으로 홀로 남은 6.25를 보았는가"

천둥 같은 포탄 소리는 당시의 대포 소리로 바뀌어 들린다. 그러나 그 소리는 "사람의 더러운 손으로 빚은 소리"로 묘사되며, 이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빚은 비극임을 암시한다. 전쟁의 참혹함은 “도깨비의 춤을 추는” 포탄으로 형상화되고, 한 가족의 소멸로 구체화된다.

시의 제목에 등장하는 '패랭이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이 꽃은 고갯길, 농부, 무명적삼, 엄마의 젖, 갓난아이의 울음과 연결되어 민초의 삶과 연명을 상징한다. 피고 지는 들꽃의 존재는 생명력과 연약함, 동시에 살아 있음의 저항을 품는다. 그것은 전쟁을 넘어 계속되어 온 민중의 끈질긴 생존과 기억의 은유이자, 이 땅의 고통과 상처를 말없이 품고 피어난 생의 증언자이다..

민중의 언어로 새겨낸 전쟁의 서사

시인은 전쟁을 단순히 '대포소리'나 '포탄'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도깨비의 춤을 추며", "삼촌의 모습도 함께 삼키는" 정서적 풍경으로 풀어낸다. 어린아이의 걸음마, 어머니의 젖, 할머니의 한숨, 무명적삼에 밴 노동의 땀방울 등은 모두 전쟁이 파괴한 평범한 일상의 단면들이다. 이는 곧 정치적 구호나 이념으로 포장된 전쟁 담론과는 거리를 둔, 민중의 언어로 쓰인 전쟁 서사다..

시 후반부로 갈수록 시인은 점점 더 개인적인 서사에 다가선다..

"20세의 청년이 80세의 노인으로".
"홀로 남은 6.25를 보았는가".


이 구절은 역사 속의 '개인' -곧 전쟁 생존자의 주체적 시선-을 환기시킨다. 분단은 단지 두 나라로의 이념적 분리가 아니라, 수많은 개인들의 시간과 감정, 가족과 일상을 파괴한 현실이다. 시는 이를 통해 전쟁의 실체가 얼마나 거대하면서도 사적이며, 깊은 내면을 해치는가를 보여준다..

평화와 통일, 그 절실함에 대한 시적 명령

종결부는 이 시의 가장 강력한 윤리적, 인문학적 메시지를 담는다..

“우리 이제는 만나야 하네.
한 민족이 두 민족으로 갈라진.
비극의 아침을 접어 두고…".


시인은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며 평화를 향한 윤리적 실천을 요구한다. 단절된 이산가족의 고통, 전쟁의 반복을 두려워하는 세대의 불안을 모두 통합해 '사람답게 사는' 시대적 요구를 역설한다. 이는 시가 단순한 정서적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윤리적 호소와 사회적 실천의 언어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가치가 크다..

형식적으로 이 시는 민중시와 서정시의 경계를 오가며, 일상의 언어로 고통을 담담히 풀어낸다.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시인의 내면과 집단의 기억을 동시에 길어 올리는 집합적 정서의 울림이 크다. 시인은 역사적 비극을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삶으로 끌어내면서도 그 모든 절망 속에서 평화와 희망의 가능성을 간절히 그려낸다..

'시'는 기억을 넘어 연대의 언어다.

홍중기 시인의 '패랭이 꽃은 언덕 위에 피고'는 단순한 전쟁의 추모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윤리를 묻는 시이며, 평화를 요청하는 시적 선언이다. 6.25를 기억하는 오늘,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역사는 다시 쓰여야 하고, 평화는 시를 통해 다시 말해져야 한다고.


■ 홍중기 시인

홍중기 시인은 1982년 첫 시집 <아기 걸음마>를 통해 문단에 나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감성적 서정과 삶의 깊이를 아우르는 시 세계로 독자들과 만나온 그는, 시 외에도 방송과 언론 분야에서 다채로운 이력을 쌓으며 글과 말의 영역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쳐왔다.

경향신문, 레이디경향 등에서 연기자 및 인물 칼럼을 연재했고, 한국일보와 주간한국 등지에 방송칼럼을 수년간 기고하며 필진으로 활동했다. 방송계에서는 MBC-TV 공채 5기로 입사하여 방송 현장을 두루 경험했으며, 베트남 나트랑과 사이공 방송국에서 종군기자로 근무한 이력은 그의 시 세계에 전쟁과 인류애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더했다.

문학단체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그는 (사)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및 윤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남양주시인협회 고문과 한국전쟁문학회 회장을 맡아 시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역사적 성찰을 견인하고 있다.

출간한 시집으로는 <아기 걸음마>, <당신을 사랑하고 죽습니다>, <패랭이꽃은 언덕 위에 피고> 등이 있으며, 인간의 존재와 상처, 고통 속의 구원, 민족의 분단과 전쟁의 비극 등 다양한 주제를 시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학문적 배경으로는 월남군사어학교를 졸업한 후, 호남대학교 도시계획학과,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에서 수학하며 사회와 국가, 공간과 인간에 대한 시각을 다각도로 확장시켜왔다.

삶의 현장과 시대의 굴곡을 시로 증언해온 그는, 한국 현대시의 굵은 흐름 속에서 여전히 따뜻한 시선과 성찰적 언어로 독자와 마주하고 있다.

i24@daum.net
배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쏘다 …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가 지난 11월 8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대한한궁협회, 인덕대학교, 서울특별시장애인한궁연맹,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 한문화재단, 현정식품 등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에는 약 250명의 남녀 선수와 심판, 안전요원이 참여해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어울림의 한궁 축제'를 펼쳤다. 본관 은봉홀과 강의실에서 예선 및 본선 경기가 진행됐으며, 행사장은 연신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했다. ■ 개회식, ‘건강·행복·평화’의 화살을 쏘다 식전행사에서는 김경희 외 5인으로 구성된 '우리랑 예술단'의 장구 공연을 시작으로, 가수 이준형의 '오 솔레미오'와 '살아있을 때', 풀피리 예술가 김충근의 '찔레꽃'과 '안동역에서', 소프라노 백현애 교수의 '꽃밭에서'와 '아름다운 나라' 무대가 이어져 화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성의순 서울특별시한궁협회 부회장의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한궁가 제창이 진행됐다.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한궁 대회는 건강과 행복, 평화의 가치를 함께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대한한약사회, 국회 공감 이끌어 '한약학과 6년제·정원 확대' 가시화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대한한약사회(회장 임채윤)가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한약학과 6년제 전환'과 '정원 확대'에 대해 국회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종합감사에서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모두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약사 제도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회 서면질의 결과, 교육부·복지부 모두 "6년제 전환 필요성 공감" 국회 교육위원회 김대식 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은 각각 교육부와 복지부에 ‘지역 거점대학 한약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한약학과 6년제 전환’ 등과 관련해 서면질의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약학과 신설 및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추진해 나가겠다"며 "6년제 전환의 필요성 여부를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 또한 "한약사 실무 및 임상 교육 확대 등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과 한의약 산업·제약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 확충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관련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교육부와 복지부 모두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대한한약사회가 수년간 추진해온

정치

더보기
구미경 서울시의원 "서울사랑상품권 30억 원대 부정유통… 서울시의 관리 부재, 사실상 방치 수준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서울시가 지역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한 '서울사랑상품권'이 30억 원대 불법 환전 등 각종 부정유통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부실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미경 서울시의회 의원(기획경제위원회, 국민의힘·성동2)은 지난 7일 열린 제333회 정례회 민생노동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의 부정유통 실태가 심각하지만 서울시는 발행에만 치중하고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관리 포기 선언'에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구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서울사랑상품권 부정유통 건수는 총 157건, 불법 환전 규모만 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요 유형은 △웃돈을 요구하는 차별거래(73건) △물품 거래 없이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불법환전(15건) △본인 가맹점에서의 자가매출(34건) 등으로, 매년 유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취한 행정조치는 6건(총 2,100만 원 과태료)에 불과해, 전체 적발 건수 대비 조치율 3.8%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온누리상품권을 관리하는 중앙정부의 행정조치율(7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