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목)

  • 맑음동두천 2.2℃
  • 구름조금강릉 8.7℃
  • 맑음서울 4.1℃
  • 맑음대전 6.4℃
  • 구름조금대구 11.1℃
  • 맑음울산 11.7℃
  • 맑음광주 8.9℃
  • 맑음부산 13.9℃
  • 맑음고창 7.3℃
  • 구름많음제주 12.8℃
  • 맑음강화 1.9℃
  • 맑음보은 6.7℃
  • 맑음금산 8.2℃
  • 맑음강진군 10.0℃
  • 맑음경주시 10.7℃
  • 맑음거제 12.1℃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뒤안길'은 젊음의 추억이 담긴 심리적 공간이기도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 감상에서 유독 어느 문장, 단어에 마음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학인과 대화 하며 마음에 두는 문장을 묻는 것은 흔한 질문이다.

시인은 서정주 '국화 옆에서'를 읽으면 ‘뒤안길’이라는 단어가 생각을 멈추게 한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뒤안길'은 지나간 시간, 젊은 시절의 시간이 주마등이 된다. 시골에서는 대안(큰 집의 안쪽)이라 하는 '뒤꼍'도 들어 있다. 으슥하여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도 있다. 마음에 드는 다른 의미는 젊음의 추억이 담긴 심리적 공간이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시간의 흐름 속에 성숙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심리적 뒤안길에서 이것저것 상심도 하며 성장하는 것들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는 것이다.

'국화 옆에서'의 미당은 시를 만들며 한국의 자연, 문화, 정서를 넣는데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토속적인 체취가 스며들고 있다. '뒤안길'은 평범한 단어지만 리듬과 음절의 조합에 특별한 주의도 들어 있다. 이로 인해 '국화 옆에서'는 유려한고 율동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시란 모름지기 아주 평범한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뛰어난 언어 건축(묘미)이 된다. 그래서 시인은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우아한 단어를 탄생시킨다. 다시 말하면 언어를 적절하게 배열하면 표현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낸다. 자연의 비유를 빌어 시인이 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욱 심화시켜준다.

시의 정부(政府)라 칭해주는 서정주 시인도 '뒤안길'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시인이 초기에 만든 <화사집>이 하나의 사례다. 그 시집의 두 번째 면에 실린 시가 화사(花蛇)다. 화사 시의 첫 행에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화사는 꽃뱀이다. 박하는 식물의 하나이며 향신료 쓰인다. 박하는 영어로는 민트(mint), 순 우리 말로 ‘영생’이라 표기한다. 영어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 멘테이다.

박하는 교잡이 잘되면서 번식력과 생존력도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식물로, 인간이 이 향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냥 잡초였을 식물이다. 심지어 박하에는 독성 식물을 지닌 종류도 있다.

미당이 사향과 박하를 시어에 등장시키며 뒤안길을 넣는 것은 기가 막힌 시의 천재성을 말하게 한다. 어느 시인은 미당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연유가 있다면 화사의 첫 문장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에 있다라 말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번역가가 이 시의 첫 줄을 어떻게 번역하겠냐는 것이다. 사향 박하에는 에덴동산의 이브에 나타난 뱀의 의미가 있다. 그런가 하면 희랍 신화가 들어 있다. 불과 15행의 시지만 광대 무한, 언어벌판의 심상이 들어 있다.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아름다운 배암……/을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꽃대님 같다.//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푸른 하늘이다.……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우리 할아버지의 안해가 이브라서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바늘에 꼬여 두를 까부다. 꽃대님 보다도 아름다운 빛……//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설…… 스며라! 배암.' <화사> 시 전문이다.

아무리 읽어도 간담이 서늘한 시어들이다. 잔인함과 피 끓는 듯한 생명의 전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화사는 뱀과 꽃, 징그러움과 슬픔, 붉은 아가리와 푸른 하늘, 클레오파트라의 입술과 스물 난 색시 순네의 입술 등과 같은 대조적인 이미지를 사용, 선과 악, 욕망과 갈등을 관능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미당은 다른 시인과 다르게 독특한 문체와 언어 스타일을 가졌다. 이는 한국 현대 시의 대표적인 시인을 상징한다는 의미다. 어떤 이는 시신(詩神)이라 일컫는다.

신라의 국선도와 불교의 윤회전생, 그리고 민간에 떠도는 온갖 설화를 에두르는 시적 방황 또는 정신사적 편력을 지녔다 평한다. 국화 핀 가을 길을 걸어본다. 미당이 좋아한 '뒤안길'을 만날 것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배너
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쏘다 …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가 지난 11월 8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대한한궁협회, 인덕대학교, 서울특별시장애인한궁연맹,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 한문화재단, 현정식품 등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에는 약 250명의 남녀 선수와 심판, 안전요원이 참여해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어울림의 한궁 축제'를 펼쳤다. 본관 은봉홀과 강의실에서 예선 및 본선 경기가 진행됐으며, 행사장은 연신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했다. ■ 개회식, ‘건강·행복·평화’의 화살을 쏘다 식전행사에서는 김경희 외 5인으로 구성된 '우리랑 예술단'의 장구 공연을 시작으로, 가수 이준형의 '오 솔레미오'와 '살아있을 때', 풀피리 예술가 김충근의 '찔레꽃'과 '안동역에서', 소프라노 백현애 교수의 '꽃밭에서'와 '아름다운 나라' 무대가 이어져 화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성의순 서울특별시한궁협회 부회장의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한궁가 제창이 진행됐다.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한궁 대회는 건강과 행복, 평화의 가치를 함께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정치

더보기
부승찬 의원, "경기남부광역철도, 수지구민들과 조기 확정 반드시 이룰 것"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용인시병)은 6일 수지연대가 주관한 '경기남부광역철도 조기확정 촉구 걷기대회'에 참여해 "지난 총선 때 수지구민들께 약속드렸던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이미 타당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객관적으로 검증된 만큼 조기 확정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제가 가진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 수단을 다 동원해 반드시 착공되게끔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6일 부 의원은 수지연대 회원 등 200여명과 함께 신봉동·성복동 일대 3.1km를 걸으며 주민들과 수지구 교통복지,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 정체 해소 방안을 비롯해 지역 교통 현안 전반에 대한 주민 의견을 꼼꼼히 들었다. 걷기대회에 참여한 한 수지 주민은 "출퇴근길마다 꽉 막히는 도로를 지날 때마다 '언제쯤 전철을 탈 수 있을까' 하는 마음뿐"이라며 "경기남부광역철도가 설치되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꼭 착공까지 이어졌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부 의원은 "주민의 말씀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절박한 호소로 들린다"라며 "주민들의 간절함을 국토교통부와 전하고 끊임없이 설득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최선을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