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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스피노자와 떠나는 내면 여행

"이념의 잣대가 아닌 사유의 흐름으로 읽어야 할 책과 사람"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세상에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책이 던진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책을 읽고, 소개하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는 이유로 학자와 작가들이 '이념적 편향'이라는 비난을 받는 현실은 당혹스럽다. 단지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정체성이 의심받고 사상의 색깔이 덧씌워진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지식 풍토다.

우리 사회는 지식인의 글을 텍스트로 읽지 않는다. 먼저 그 사람의 소속과 좌표부터 확인하려는 습성이 만연하다. 이영희의 책을 읽었다고 하면, 내용보다 그 사람이 어느 진영에 속했는지가 먼저 논의된다. 독서란 사유의 시작이어야 한다. 세종과 정조대왕이 그러했다. 그러나 21세기, AI 시대에도 책 한 권이 '사상 검열'의 대상이 된다. 그것도 같은 화이트칼라 집단 내부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이 씁쓸하다.

지식인은 시대를 통찰하는 새로운 언어를 제시하는 존재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지성은 여전히 낡은 이념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좌우의 프레임, 해묵은 지역감정, 이념으로 줄 세우는 풍토는 사유를 가로막는다. 이념은 원래 현실을 꿰뚫는 렌즈였으나, 지금은 다름을 배척하고 대화를 닫는 도구로 변질됐다. 일찍이 김수영은 ‘시여 침을 뱉어라’고 외쳤다. 풀보다 먼저 눕는 지식인 대신, 앞을 보는 시인이 필요하다.

견해가 다른 사상가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진영에 묶어버리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무서운 현실이다. 이영희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반드시 그의 생각을 전부 수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유의 과정과 시대를 읽는 언어를 참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조차 ‘좌 편향’으로 낙인찍힌다.

사람들은 점점 말을 아낀다. 책을 추천했다가 SNS 여론의 뭇매를 맞는 장면을 보고 침묵을 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작품조차 국내에서는 정치적 시비에 휘말렸다. 중앙 일간지가 앞장서서 작품보다 이념 프레임을 먼저 씌웠다. 그렇게 지식인의 말은 줄어들고, 대중은 구호에만 반응한다.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는 위태롭다. 우리는 이미 그 기슭에 서 있다.

문제는 이념적 편 가르기가 '지역주의'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지역의 지식인 목소리는 곧 특정 정치 세력의 대변으로 오해받는다. 내용보다 배경이 먼저 평가받는다. 이는 이념이 아니라 혈연적 정치 감정의 산물이다. 결과적으로 지식은 힘을 잃고, 정서만 남는다.

이영희를 다시 꺼낸 이유는 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해서가 아니다. 그의 글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 살아 있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는 묻는다. 지식인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진리는 누가 말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 앞에 답하기를 주저한다. 말하는 순간, 특정 진영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모든 책은 질문을 품고 있다. 그 질문은 독자의 몫이다. 우리는 ‘물은 자’를 비난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영희의 사유, 백낙청의 발언, 진중권의 비평 모두 같은 도마 위에 오른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야 건강한 사회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식인을 불러내기보다 침묵시키고 있다.

이념은 우리를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의 사유는 복합적이고 모호하며 중층적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읽을 때는 이념보다 시대와 맥락, 언어와 사유의 흐름을 함께 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독서다.

이영희는 말했다. "진리는 국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로운 사유에 의해 접근된다." 이 문장은 지금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자유로운 사유는 독서에서 시작되고, 반드시 다른 의견과 만나야 한다. 그것이 지성 사회의 윤리다.

이제 지식인의 책을 읽고, 토론하고, 반론하는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반대한다면 논증으로 맞서야 한다. 책은 사유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사유의 자유이며, 지성의 존엄이다.

잠깐이나마 스피노자와 함께, 감정의 윤리학 속 내면 여행을 이어간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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