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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정서윤 시인의 '야생의 자유와 고독한 눈빛과 별 없는 밤하늘'

"야생의 자유와 그 세월이 지나간 순종과 질서가 눈빛에 녹아 있어"

야생의 자유와 고독한 눈빛과 별 없는 밤하늘

- 정서윤 시인

들개라고 하기에는 지평의 틈을 뚫고 뒤덮은 풀 위를 걸어오는 영화 속 필름 같았다 함께 걷고 함께 앉아있는 백구 두 마리를 본 것은 해발 2,300미터 롱 메이(Rong May) 정상이었다 무수한 갈래의 길을 걸어왔을 다리에 박힌 아문 상처가 목발처럼 붙어있었다 고산지대에는 풀피리 소리가 있다 돌 밑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소리 비에 씻긴 바람 소리가 있는 적막한 피리소리가 있다 나는 소설 속 예술과 세속의 길을 방황하는 떠돌이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수 없는 쓸쓸함과 수만의 길을 돌아 핏줄처럼 그 안에 있는 것이다

그의 눈에는 풀피리가 있었다
침묵하는 눈 속에 나무 속을 흐르는 수액 같은 말이 있었다

■ 시작 메모

"아침마다 우리는 물가로 나가 몸을 정결하게 씻고 떠오르는 태양 앞에 마주섰다 새롭고 부드러운 대지, 그 위대한 침묵 앞에 홀로 서 있었다 우리에게 종교는 홀로 있음과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신성한 것이었다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려 있는 안개, 눈길 닿는 모든 곳, 잉잉대는 꿀벌 한 마리까지도 우리의 기억과 가슴 속에서는 모두가 신성한 것들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과 대지를 사랑하는 데 삶의 근본이 있음을 우리는 배웠다 우리에게 야생이란 없었다 우리에게 다만 자유가 있었을 뿐이다"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아주 오래전 거리에서 인디언 세사람이 나무로 만든 피리를 연주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외로운 양치기라고 했고 누군가는 고독한 양치기라고 했다

'먼저 한국에 가세요'
하노이 공항 주변에서 고산지대로 가는 야간버스를 탔다

떠돎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자유의 열정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할 도리 없이 겪어내는 것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수난이 되기도 한다 백구다리에 박힌 질긴 상처처럼 이미 중독된 의미들의 어느 한쪽을 잘라내야 하는 아픈 세상을 세상과 함께 아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멈춰선 시간의 모서리에서 야생의 자유와 그 세월이 지나간 순종과 질서가 눈빛에 녹아있었다 그리고 순간을 기록에 담았다

■ 정서윤 시인

정서윤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관광경영학과와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과(석사)를 졸업했다, 2019년 <월간 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존재의식과 성찰을 극대화 시킨 시 '행복의 출처', '생각나는 사람으로', '호수', '유리병 속의 팔레트'가 추천시인상에 당선 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정 시인은 또한 2023년 <여행문화>에서 중세 성벽 중 유일하게 현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스페인의 코스타 브라바(Costa Brava) 해안의 작은 마을 토사 데 마르(Tossa de Mar) 기행기로 수필 등단했다.

정서윤 시인은 그동안 시집 <유리병 속의 팔레트>와 공저 <눈꽃바람 벗어나기>, <인생은 눈부신 선물>, <혼자 있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외 4권을 비롯하여 테마시집 <우리동네>를 펴냈다.

현재 서울시인협회와 율동시회, 현대작가회 회원으로 여행작가 및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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