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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남 시인, 첫 시집 '일요일의 화가 8요일의 시인' 출간

조명제 시인 "시가 위기인 시대에 시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한 시인을 시단에 내보내게 되어 기뻐"
"기억이 환기하는 청춘시절의 좌절과 상처를 시인 특유의 은유적 상상력과 정밀한 언어로 형상화"
어둡고 낮은 곳에서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별과 소금의 시학'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유정남 시인이 최근 첫 번째 시집 <일요일의 화가 8요일의 시인>을 도서출판 북인을 통해 출간했다.

유정남 시인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8년 <NGO신문> 신춘문예에 서민의 일상적 삶을 조명한 작품 ‘편의점의 달’로 등단, 2019년 월간 <시문학> 신인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현재 (사)한국문인협회와 (사)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이며 활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정남 시인의 첫 시집 <일요일의 화가 8요일의 시인>에는 제1부 '편의점의 달', 제2부 '타클라마칸을 지나서', 제3부 '하이패스를 지나다', 제4부 '그리움에 틈이 나면'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60편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정남 시인은 "꽃잎 한 장이 떠나고 시가 왔다"며 "나를 만지고 당신을 만지며"라며 짧은 '시인의 말'을 통해 이 책의 첫 장을 열었다.

편의점에 달이 뜬다
밤의 뚜껑을 따고 나온 번데기들이 간이테이블에 앉아 별을 마신다
컵라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면
굳은 혀들이 깨어나 풀어놓는 매콤한 언어들
풀어진 넥타이 하나 보름달로 행운의 즉석복권을 긁는다
구름으로 채워진 함량 미달의 과자 봉지들은
팽팽히 헛바람으로 부풀어 있다
차갑게 식은 유리병들의 마개를 따거나
삼각형을 베어먹으면 동그라미가 될 거라 했지만
조각난 아이들은 달빛 우유나 몇 갑의 담배를 훔쳐 달아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찍힌 바코드를 지울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는 천직이 되었다
김밥들은 자정을 기다려
어제라는 유통기한을 지우고 폐기된 하루를 위장에 채워주곤 했다
어느 날 사막으로 걸어간 아버지는
불 꺼진 도시의 별을 지키는 편의점이 되었지
가시뿐인 손목에 걸린 시계가 늘 가리키던 25시
낙타의 밤은
지독한 모래바람이 불었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을 뚫고 아버지는 언제쯤 돌아 오실까
고치를 열고 나온 나방들은
어둠이 묻은 초콜릿 하나씩 입 안에 녹이며 제 갈 길로 떠나고
진열대 위의 얼굴이 멀고 먼 아침을 기다린다
골목엔 둥근 피자가 떠오르고
길 잃은 고양이들만 차가운 달빛 조각을 뜯어먹는 밤
편의점은 잠들지 않는다

- 유정남 시인의 등단 시 작품 '편의점의 달' 전문

조명제 시인(문학평론가)은 당시 유정남 시인의 이 시 등단식 축사를 통해 "요즘은 '시를 어떻게 공부하고 가르칠 것인가. 과연 시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서 "시는 시 아닌 것 저 너머에 있으며, 수많은 시가 있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어디에 있다"고 역설했다.

조 시인은 이어 "시에 급급하면 절대로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고 강조하며 "문학은 실제로 정치·경제·역사·자연 등 모든 것들을 중심에서 끌어당기는 그 무엇으로 문학만큼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은 없다"고 설파했다.

조 시인은 그러면서 “시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시가 위기인 시대에 시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한 시인을 시단에 내보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조 시인은 또 이 책 <일요일의 화가 8요일의 시인>의 해설 '은유적 상상력이 빚어낸 상처와 꿈의 풍경들'에서 "'편의점의 달'은 유정남 시의 은유적 상상력과 그 표현적 구조의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의 하나이다"라며 "표층과 심층의 은유적 정보를 버무리고 결속한 형식 속에 삶의 가치와 꿈을 잃어버린 시대의 황량한 풍경을 그 특유의 서정성으로 온전히 갈무리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조 시인은 이어 "'밤의 뚜껑을 따고 나온 번데기들'이나 '풀어진 넥타이 하나', 그리고 '고치를 열고 나온 나방들'이 표상하는 중의적 은유의 표현 미학은 잠들지 못하는 25시 편의점의 허름한 인간 군상을 여실히 증명해준다"며 "이 작품에서도 '별'이 상징하는 이미지와 슬픔의 정조(情調)를 드러내는 '달, 달빛, 달밤'의 이미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시인은 "궁핍한 시대의 가난한 꿈은 눈물 젖은 별처럼, 멀리서 보면 영롱하다"며 "황량한 사막과 다를 바 없는, 실업과 궁핍이 정상인 듯한 시대를 다룬 이 텍스트에서 주목되는 시어들은 대개가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의 어휘들로 시의 주제적 경향과 암담하고 우울한 정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했다.

조 시인은 그러면서 "그 중 삼각김밥과 둥근 피자는 유정남 시 사상의 중요한 상징적 구조와 연결되는 이미지 기호이다"라고 덧붙였다.

수시로 별의 주파수를 놓치는
이 마을은 수신 불량 지역

장밋빛으로 끓는 리모컨의 기도에도
그는 오늘 밤 켜지지 않는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초고층 아파트 숲까지 자신을 끌고 오느라
떨림도 울림도 놓아버린
한 마리의 검은 짐승

가늘어진 발목으로
사각형의 어둠을 받치고 잠들어 있다

뜨거워지지 않는 빨간 배꼽은
세상에 맞출 수 없었던 채널의 또 다른 언어일까
그녀의 달뜬 손가락에 응답하지 않는다

클라이맥스마다 지지직대던
파동을 잡지 못한 드라마의 시간이
콘크리트 사막으로 흘러와 전파를 방해하는 밤에

돌아누운 브라운관 한 점 온기에 닿아 있을
외계를 향한
그녀의 달빛 타전은 계속된다

- 유정남 시인의 시 작품 '수신 불량 지역에서' 전문

조 시인은 유정남 시인의 '수신 불량 지역에서'에 대서도 "유정남 시의 주된 양상은 은유적 상상력의 특화라고 할 수 있다"며 "그의 은유적 상상력은 흔히 중층적 조합의 방식으로 실현된다"고 했다.

조 시인은 이어 "텍스트 '수신 불량 지역에서'의 표면 구조는 '사각형'의 텔레비전이 켜지지 않는 수신 불량 양태를 드러낸다"며 "그러나 '한 마리 검은 짐승'에 이르면 그것이 불량한 통신 자체의 은유적 상징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 시인은 "검은 짐승으로 표상된 '수신 불량‘은 심층적 양상의 치밀한 은유적 구조로 텍스트의 복합적 단위들을 포괄한다"며 "텍스트의 후반부에서도 중의적 은유의 양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조 시인은 계속해서 "'외계', '달빛 타전'은 수시로 별의 주파수를 놓치는 수신 불량 지역의 '별'과 직결된다"며 "유정남의 여러 시편에서 빈번하게 쓰인 '별'의 이미지는 '꿈'의 다른 이름이거나 그 지향점이다"라고 평했다.

조 시인은 그러면서 "시인 엘뤼아르는 '별이 없는 꿈은 잊혀진 꿈'이라고 한 바 있다"며 "인간적인 꿈의 상실시대를 시인은 결곡한 은유적 상상력과 그 기법적인 장치로 형상화해 보여준 것"이고 덧붙였다.

조 시인은 끝으로 유정남 시인의 첫 시집 <일요일의 화가 8요일의 시인>의 총평에서 "유정남 시인은 먼저 기억이 환기하는 청춘시절의 좌절과 상처를 시인 특유의 은유적 상상력과 정밀한 언어로 형상화한다"며 "꿈을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 상처 깊은 풍경에 꿈의 지향점인 별을 띄워, 인간의 삶이 결코 잊혀진 꿈이 되지 않게 혼신의 언어를 바친다"고 평했다.

조 시인은 이어 "별은 그가 창조한 시 정신이며 꿈의 지향점이다"라며 "궁핍한 시절에서 풍요의 시대를 거쳐오는 사이, 시인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인위적 일변도의 문명과 욕망의 틈바구니에서 낮은 곳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고 했다.

조 시인은 특히 "유정남 시인은 현대의 문명이 저지르는 생명 파괴의 직각적이고 그리고 직선적인 속도의 사고를 거부하며, 자연적 생명의 원리인 곡선과 둥긂과 느림의 사상을 완곡히 표방한다"며 "위태로운 직선적 고속적 사고에 대한 응전으로서 예술 혹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부드럽고 느린 곡선적 사고와 둥긂의 미학을 생존 현실의 지표로 내민다"고 했다.

조 시인은 그러면서 "그리고 기다림과 결정체적 삶의 곡선적 사유를 소금의 정제과정에서 통찰하고, 그의 복합적 은유의 표현미학이, 꿈을 잃어버린 시대의 어둡고 낮은 곳에서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위로를 향한 '별과 소금의 시학'이라는 결정체로 완결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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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다시 오늘을 건너다…<묵묵히 질량을 쓴다>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조는 과거의 유산일까, 아니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현재형의 언어일까. 묵묵히 질량을 쓴다는 이 질문에 대한 또렷한 답이다. 14명의 시조시인이 '초월'이라는 공통의 화두 아래 모여, 시조가 동시대의 감각과 질문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형식임을 한 권의 책으로 증명했다. 시조 동인 초월 동인이 첫 시조집 <묵묵히 질량을 쓴다>를 도서출판 도화를 통해 펴냈다. 이번 시조집은 우리 시조의 현재와 가능성을 탐색해온 14명의 시인이 함께 참여한 공동 작업으로, 동인의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의미 있는 첫 결실이다. 이들은 특정 이론이나 경향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초월'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각자의 시적 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시조집은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결들이 나란히 놓인 '다성적 풍경'을 형성한다. 이 시조집에서 말하는 '초월'은 흔히 떠올리는 관념적 탈속이나 현실 도피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상식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창작의 태도, 전통 형식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길어 올리려는 시도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참여 시인들은 시조라는 틀을 해체하기보다, 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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