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결혼 이주 여성과 한국인 등이 참여해 자아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극 '바로, 내가 주인공이야!'가 22일 성료됐다.
이주민 지원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아시안프렌즈(이사장 이남숙)는 외국인 주민과 난민 인권 보호사업으로 진행한 연극 워크숍의 성과를 보여주는 연극 '바로, 내가 주인공이야!'를 지난 21일~22일 양일간 하루 한 차례씩 서울 강남구 선릉로 성암아트홀에서 무대에 올렸다.
연극을 만든 극단인 '다정극단'은 5년 전 일본과 중국, 몽골, 러시아, 키르키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이주배경 여성이 참여해 창단해 매년 작품을 발표해 왔는데 올해로 네 번째 무대다.
이남숙 아시안프렌즈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예년보다 늦은 7월 말부터 일요일에 모여 촉박한 시간 속에 연습을 마쳐 의미가 각별하다"며 "다정극단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친정간은 연극모임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보여주는 연극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자존감을 높이며, 이주민과 선주민이 '다름'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5년 전 여름 겁도 없이 준비도 없이 신문 사설과 칼럼을 통해 알고지낸 베트남, 필리핀,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들과 덜컥 연극모임을 만들었다"며 "한국어든 한국문화든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전달하고 동화되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이주자들 스스로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이주민관 선주민 사이에 '다름 속의 긍정'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고 회고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공연장소 섭외나 소품준비, 무대설치, 사진촬영, 음향 등 하드웨어적인 것은 논외로 치고, 처음 도전하는 '연극'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익히느라 쩔쩔맸던 게 생각난다"며 "연극으로서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연출자와 대본의 구조는 물론 대사의 맥락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이주민 연기자들, 가사와 육아로 들쭉날쭉한 연습시간, 자녀들과 분리되지 않은 활동 공간, 다양한 다문화행사로 인한 연습 공백까지, 의도의 진정성과 순수함만으로 밀고 나가기엔 버거웠던 시간들을 보내고, 첫 공연 '성동마을에 사랑 걸렸네'는 배우와 관객 모두를 감동 속으로 풍덩 빠트려었다”고 덧붙였다.
다정극단은 그동안 첫 공연 '성동마을에 사랑 걸렸네'에 이어 2016년 두 번째 연극 '마마', 2019년에 세 번째 연극 '네 목소리를 보여줘!'를, 그리고 올해는 러시아, 일본, 중국, 몽골, 키르키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주민들과 함께 네 번 째 공연 '바로, 내가 주인공이야'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연극은 이주 배경 여성의 탄생을 뜻하는 각국의 자장가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결혼식 장면과 결혼 축하연이 이어지고 남편과 친지와 갈등 장면, 남편의 가부장적 성향, 친지와 헤어지는 상황 등을 보여준 다음 배우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선언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연극을 연출한 김숙현 경기대 연기학과 강사는 "삶에서 만난 고통과 상처, 까마득한 과거를 직시하며 자신이 숙성해가는 과정을 연극에서 보여준다"면서 "코로나19 탓에 마스크를 쓰고 연습했던 단원들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격려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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