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빠르게 읽히고 쉽게 잊히는 시대, 월간 <순수문학> 2026년 5월호(통권 390호)는 '문학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춘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도, 이 문학지는 여전히 '읽는 시간'을 요구하며 독자와 깊이 있게 마주한다.
화려한 실험이나 자극적인 기획 대신, 문학 본연의 호흡을 지키는 방식으로 구축된 이번 호는 한국 문단의 현재를 담아내는 하나의 '현장 아카이브'로 읽힌다.
1993년 창간 이후 <순수문학(純粹文學)>(편집 주간 박영하 시인)은 시·소설·수필·평론을 아우르며 한국 문단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 온 대표적인 종합 문예지다.
특히 신인 발굴 기능이 두드러져, 매년 새로운 작가를 등단시키며 문단의 세대 교체를 이끌어 왔다.
이 점에서 <순수문학>은 단순한 발표 지면을 넘어, 문학 생태계를 유지하는 순환 구조로 기능한다.
이번 호는 시·동시·수필·단편소설·평론 등 전 장르를 고루 아우르며 균형 잡힌 구성을 보여준다.
장르별 특집과 신인 당선작을 함께 배치한 편집은 '과거-현재-미래'를 한 지면에 겹쳐 놓으며, 문학의 시간층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규모 필진이다. 수십 명에 이르는 시인과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호는, 개별 목소리를 넘어 동시대 문단 전체의 결을 보여주는 '집단적 초상'에 가깝다.
신인과 중견, 원로가 한 자리에 공존하며 문학의 흐름과 깊이를 동시에 형성한다.
작품 경향 또한 눈에 띈다. 최근 문단의 흐름을 반영하듯, 일상과 체험을 기반으로 한 '생활 밀착형 서정'이 두드러진다.
가족, 이웃, 이동과 같은 삶의 구체적 장면들이 시와 산문 전반에 스며들고, 개인의 감정은 공동체적 감수성으로 확장된다.
또한 시적 산문과 서사적 시가 공존하며 장르 간 경계 역시 유연하게 흐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급진적 실험보다는 '지속 가능한 문학'을 지향하는 <순수문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신인을 발굴하고 세대 간 목소리를 병치하며 문학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에 충실하다. 물론 일부 작품에서 정서의 반복이나 젊은 독자층을 겨냥한 파격성의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절제는 오히려 문학의 본령을 지키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결국 월간 <순수문학> 2026년 5월호는 새로운 문학을 선언하기보다, 문학이 지속될 수 있는 토양을 묵묵히 일구는 지면이다.
빠른 시대 속에서 느린 언어가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한 권이다. 4월의 끝자락에서 이 문학지를 펼쳐 읽으며 한 줄의 총평은 이렇다.
"순수문학(純粹文學)은 새로운 문학을 폭발시키기보다, 문학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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