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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저녁놀 속에서 피어나는 시조의 품격'… 권혁모 시인, 다섯 번째 시조집 <아버지의 솜사탕> 출간

"굵은 힘줄 증기기관차는 아직도 가고 있다"
"끝내 손을 놓지 않는 시조라는 그대와 함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권혁모 시조시인이 다섯 번째 시조집 <아버지의 솜사탕>(좋은땅 刊)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총 91편의 시조가 수록되어 있으며, 일상과 자연, 가족과 기억, 시간의 흐름을 단아하고 절제된 언어로 담아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으로 등단한 권혁모 시인은 오랜 시간 전통 시조 형식을 기반으로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창작을 지속해 왔으며, 시조의 정형성과 자유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언어미학을 꾸준히 탐색해왔다.

그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학애서 과학교육과를 졸업, 물리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오랜 동안 일선 교육 현장에서 후학을 양성해 오며 자연과 우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시조라는 형식 안에 담아내는 데 집중해왔다. 시적 언어의 절제와 감정의 깊이를 조화롭게 아우르며, 한국 현대시조의 감각적 확장을 시도해온 대표적 시인이다.

그동안 시조집 <오늘은 비요일>, <가을 아침과 나팔꽃>, <첫눈>, 오디오북 시집 <눈이 내리네> 등을 발표하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으며,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월간문학상, 영축문학상, 한국꽃문학상 특별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안동문인협회, 양천문인협회, 태사문학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오늘' 시조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 '아버지의 솜사탕'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넘어, 산업화 속에서 아버지가 흘린 땀과 사랑을 상징한다. 터널을 지나 울리는 기적 소리는 고된 삶과 시간의 흐름을 은유하며, 세대를 잇는 기억과 정서를 담아낸다.

산업화 시대의 상징인 증기기관차를 통해 아버지 세대의 고단한 삶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그 속에 담긴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을 '솜사탕'이라는 이미지로 승화시켰다. 기계적 세계와 인간적 정서가 공존하는 이 시는 권 시인의 대표적인 시적 감수성과 상징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아버지의 솜사탕

- 권혁모 시인

굵은 힘줄 증기기관차는 아직도 가고 있다
아버지의 고단함이 어둠 속에 얼룩진
철길 옆 오막살이집 밤새 기침을 한다

급수탑은 거룩했네 엄마 가슴 수유하듯
포성(砲聲)이 재를 넘어 그림자로 따라 오는
산마을 등불을 내린 깊고 깊은 그 밤에

기차 굴뚝을 나온 흑장미의 요정이여
석탄 몇 삽을 던져 피어나는 솜사탕을
아이들 고사리손에 하나씩 건네더니

세월의 강은 그렇듯 철길 따라 흐르고
기적 소리가 뚫어 놓은 캄캄한 터널을 지나
백 년은 가야 할 역이 뻐꾹새로 울고 있다

삶의 저녁놀 속에서 피어나는 시조의 온기

권혁모 시조시인의 이번 다섯 번째 시조집 <아버지의 솜사탕>은 달콤한 그리움과 짠한 현실이 뒤섞인 언어의 솜사탕을 독자에게 조용히 건넨다. 시인은 일상 속 사물과 장면을 통해 시간과 존재의 의미를 곱씹으며, 시조 특유의 단아한 형식 위에 깊은 정서를 담아낸다.

특히 표제작 '아버지의 솜사탕'은 이번 시집의 정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증기기관차의 굵은 힘줄은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젊음을 연기로 태운 아버지 세대의 고단한 삶이 흑장미처럼 피어난다.

"기차 굴뚝을 나온 흑장미의 요정이여 / 석탄 몇 삽을 던져 피어나는 솜사탕을 / 아이들 고사리손에 하나씩 건네더니…"

기적 소리를 뚫고 나아가던 과거의 시간은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달콤한 사랑이었음을, 시인은 조용히 전한다. 이 시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한국 근대사의 감정적 실루엣을 시조로 섬세하게 직조한 사례다.

<아버지의 솜사탕> 속 시편들은 대체로 전통 시조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과감히 현대적 언어와 감각을 수용한다. 시인은 "첫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밤에만" 내린다고 노래하며, 방향을 바꾸는 시선으로 낯익은 것들을 새롭게 바라본다. 물리학을 전공한 이력이 언어 곳곳에 스며 있어, 자연과 우주를 아우르는 감각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시집은 삶의 주변부에 위치한 감정들을 조명한다. '비요일', '첫눈', '나팔꽃', '눈이 내리네' 등 시인의 이전 작품들처럼, 이번 시집도 사소한 일상의 장면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사유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더욱 익어 있고, 한층 다정하다.

짧은 시조 속에 농축된 기억과 정서는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남긴다. 오래된 골목, 눈 오는 날의 우산, 빛바랜 기차역 풍경처럼, 시인의 언어는 독자의 기억과 맞물리며 공감의 결을 짜낸다.

이 시조집은 전통과 현대, 감성과 이성, 일상과 우주를 매개하며, 한국 시조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아버지의 솜사탕>은 단지 "읽는 시"를 넘어, "머무는 시", "생각하게 하는 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이 지칠 때, 이 시집 한 권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는 독자에게 따뜻한 불빛이 되어줄 것이다. 마치 어릴 적 손에 쥐었던 솜사탕처럼, 사라지면서도 오래 남는 맛으로.

이번 시집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시인의 시적 세계를 계절과 시간, 공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낸다.

제1부 <내 마음의 짱뚱어>는 유년과 기억, 내면의 풍경을 담은 시조들이 포진한다. '망원경', '귀소', '지구를 그리며', '아카시아 꽃 편지' 등은 삶 속 사소한 순간과 그리움의 결을 섬세히 포착한다.

제2부 <신성리 갈대숲>은 자연과 역사, 여행의 감각을 담는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소백산 철쭉', '부여 나성(羅城)', '스톤 염전', '타히티 여인들' 등 다양한 풍광과 문화적 체험이 시조 속에 스며 있다.

제3부 <분천역>은 산업화와 가족, 일상의 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자리한다. 표제작 '아버지의 솜사탕'과 '분천역', '이별의 부산정거장', '풍등(風燈)' 등은 삶과 세대, 기억을 연결하는 상징적 공간을 보여준다.

제4부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는 사찰과 산길, 자연 속 사유와 깨달음을 담았다. '선암사 해우소', '봉암사 마애불', '소나기' 등에서 시인은 자연과 인간, 시간의 흐름을 조용히 관조한다.

제5부 <개기월식>은 달과 밤하늘, 천문 현상을 소재로 한 시조를 통해 우주적 감각과 인간적 사유를 동시에 탐색한다. '개기월식', '너도바람꽃', '포구에서 - 벗을 보내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6부 <첫눈>은 눈, 계절, 그리움, 기억의 풍경을 중심으로 '독법', '반달', '새 소리 듣기', '산수국과 별' 등이 포함된다. 시인은 첫눈과 낙엽, 밤하늘의 별을 통해 삶과 사랑, 시간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제7부 <달과 소년>은 인간과 자연, 성장과 순수의 기억을 담았다. '두견새', '오리온자리', '아카시아꽃 그늘에서', '독도 갈매기', '달과 소년' 등에서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와 마음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권혁모 시인은 시집의 서문에서 "끝내 손을 놓지 않는 시조라는 그대와 함께, 저녁놀을 한껏 태우다 갈 뒤안길을 걸으며 한바탕 한세상을 노래하려 한다"고 밝혔다.

시인의 산문 중 '첫눈'에서는 "흩어진 파란 낙엽의 뜨거웠던 첫눈"이라 표현하며, 그리움과 사랑, 삶의 의미가 시간과 함께 소실점으로 멀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탐색한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아니면 멀고 먼 곳에서 별들의 선무공작으로 너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문장에서는, 시인의 시선이 공간과 시간, 기억과 감정을 넘나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의 솜사탕>은 산업화 시대와 세대, 자연과 인간, 기억과 사랑이라는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는 작품집이다. 증기기관차와 솜사탕, 첫눈과 달, 산과 바다를 오가는 시조의 여정 속에서, 독자는 세월의 강을 따라 흐르는 삶과 사랑,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을 만날 수 있다.

독자들은 권혁모 시인의 이번 시집을 통해 시집 속 철길과 솜사탕, 첫눈과 달빛을 따라 아버지 세대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 풍경을 함께 거닐 수 있을 것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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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다시 오늘을 건너다…<묵묵히 질량을 쓴다>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시조는 과거의 유산일까, 아니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현재형의 언어일까. 묵묵히 질량을 쓴다는 이 질문에 대한 또렷한 답이다. 14명의 시조시인이 '초월'이라는 공통의 화두 아래 모여, 시조가 동시대의 감각과 질문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형식임을 한 권의 책으로 증명했다. 시조 동인 초월 동인이 첫 시조집 <묵묵히 질량을 쓴다>를 도서출판 도화를 통해 펴냈다. 이번 시조집은 우리 시조의 현재와 가능성을 탐색해온 14명의 시인이 함께 참여한 공동 작업으로, 동인의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의미 있는 첫 결실이다. 이들은 특정 이론이나 경향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초월'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각자의 시적 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시조집은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결들이 나란히 놓인 '다성적 풍경'을 형성한다. 이 시조집에서 말하는 '초월'은 흔히 떠올리는 관념적 탈속이나 현실 도피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상식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창작의 태도, 전통 형식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길어 올리려는 시도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참여 시인들은 시조라는 틀을 해체하기보다, 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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