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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정자의 대왕'

대구, 생명 전파의 장대한 드라마…"우리 모두 정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최은하 시인은 대구탕을 좋아했다. 그러나 대구는 알탕이 제격이라 말한다. 선생은 부드러운 대구 알탕을 앞에 두고 대구에 대한 놀라운 상식들을 풀어놓곤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국문학을 전공한 시인의 폭넓은 독서가 실감난다.

대구 이야기는 정자에서 시작된다. 정자란 종족 보존의 시작이다. 생명이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은 단순한 본능을 넘어서 장대한 생명의 드라마다. 그 드라마의 서막은 바로 '생식세포'에서 열린다.

그중에서도 수컷 개체가 방출하는 정자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중 '정자의 제왕'이라 불릴 만한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대구(Gadus morhua)다.

주로 대서양에 서식하는 대구는 단순한 어종이 아니다. 수억 년을 진화하며 바다 생존의 전략을 체득한 존재다. 대구 수컷 한 마리는 번식기마다 무려 수십억에서 수천억 개에 이르는 정자를 바닷물에 방출한다. 왜 그렇게 많은 정자가 필요할까?

답은 암컷에게 있다. 암컷 대구는 한 번 산란에 5천만 개에서 많게는 2억 개의 알을 낳는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알을 수정시키기 위해 수컷은 말 그대로 정자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체외수정 방식의 한계, 낮은 수정률을 극복하기 위한 진화적 전략이다. ‘많을수록 좋다’는 원칙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생물학의 논리다.

대구뿐 아니다. 청어(Herring), 연어(Salmon) 역시 수억 개의 정자를 방출한다. 그러나 단일 방출량 기준으로 대구는 독보적이다. 바다 전체를 수정장소로 삼는 이 드라마는 생명 탄생의 수치를 경외심으로 바꾼다.

선생의 이야기는 다른 어종으로 이어졌다. 지구상에서 한 번에 가장 많은 알을 낳는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의외의 생선, 개복치(Mola mola)다. 못생기고 느릿느릿 헤엄치는 이 물고기는 한 번 산란할 때 무려 3억 개의 알을 낳는다. 이는 척추동물 중 단연 1위다. 포식자와 환경 요인 속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낮기 때문에, 개복치는 숫자로 승부를 건다. '많이 낳고 그중 극소수만 생존한다'는 전략이다.

개복치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뼈를 가진 어류이며, 몸길이 3m 이상, 체중 2톤을 넘는다. 덩치에 비해 유영은 느리지만, 생명의 전파 전략만큼은 가장 효율적인 존재 중 하나로 평가된다.

물고기처럼 수적으로 압도하는 번식전략은 포유류에선 드물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아프리카 자이언트 텐렉(African giant tenrec)은 고슴도치처럼 생긴 작은 포유류지만, 한 번 임신에 최대 32마리의 새끼를 낳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포유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또 다른 예외는 아르마딜로(Nine-banded Armadillo). 이 동물은 매번 유전적으로 완벽히 동일한 네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복제 쌍둥이를 반복적으로 낳는 유일한 포유류다. 이들은 유전적 복제라는 신비한 방식을 통해 생존을 꾀한다.

대구, 개복치, 텐렉, 아르마딜로. 이들의 공통점은 낮은 생존율이다. 수많은 알과 정자를 퍼뜨려도 그중 극소수만이 성체로 자란다. 이 치열한 생존의 게임에서 이들은 ‘다산’이라는 단 하나의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최은하 선생은 알탕을 떠올리며 웃으신다. "오늘 우리가 먹는 대구 알탕 한 그릇은 생존 확률 0.0001%의 극한을 통과한 존재다"라고. 생명을 대하는 경외심이 담긴 말이었다.

자연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는 통계적 전략이 숨어 있다. 수정률이 0.01%라 해도 1억 개의 정자와 알이 만나면 몇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그 몇이 생명의 흐름을 이어간다.

우리는 종종 생명을 '기적'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기적은 우연이 아니라 치열한 선택과 숫자 속에서 피어난 필연이다. 대구는 정자를 바다에 뿌리고, 개복치는 알의 행성을 만든다. 텐렉은 새끼를 품고, 아르마딜로는 복제처럼 동일한 생명을 낳는다. 그리고 그 생명들 중 일부만 살아남는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1억 개의 정자 중 단 하나의 승자였고, 생존율 0.0001%의 기적이었다. 우리의 시작도 '정자 하나'였다.

대구는 말이 없다. 그러나 생명의 전략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바다의 정자왕, 그 침묵 속에 담긴 생명 본능의 시학(詩學)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대구

- 최은하 시인

깊은 심연에
은빛 비늘 반짝이며 유영한다
겨울이 오면 더 살이 올라
어부의 그물에 풍어로 담긴다

북풍이 불어와 물결을 흔들고
대구는 조용히 길을 찾아간다
정자의 대왕, 대구의 기억처럼
고요한 입술로 말을 아끼는 생명

한 점 살 속에
바다의 진실을 넣는 맛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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