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 (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한국문학의 남쪽 끝, '땅끝순례문학관' 재개관… 해남 문학자취 새롭게 조명

"시맥의 고장 해남, 문학의 혼 다시 피어나다"
오는 7월 4일(금) 오후 2시, 해남 땅끝순례문학관 앞마당에서 기념식 개최

(해남=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반도의 시작이자 끝, 전남 해남에서 문학의 혼이 다시 피어난다. 조선의 고풍에서 현대의 저항까지, 해남의 땅은 시인들의 언어와 삶을 오롯이 품어온 '시의 땅'이다. 그 깊고도 넓은 문학적 혈맥(血脈)이 다시 살아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해남군은 오는 7월 4일(금) 오후 2시, 땅끝순례문학관 앞마당에서 리모델링을 마친 문학관의 재개관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개관은 단순한 시설 정비나 공간의 복원을 넘어, 호남문학과 한국문학의 뿌리를 되새기고 미래를 여는 문화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 해남 문학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문학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선부터 현재까지, 문학의 뿌리를 간직한 해남

해남과 남도는 예로부터 문학의 향기와 깊이를 간직해온 정신문화의 보고였다.

조선 초기에 호남 시학의 기틀을 닦은 스승 임억령과 백광훈, 불운한 정치가였으나 조선 최고 시인으로 손꼽히는 윤선도, 남도의 삶과 정서를 뼛속 깊이 노래한 토속 시인 이동주까지, 해남 땅은 한국 시문학의 본향이라 불릴 만하다.

해남의 시맥은 조선 전기 석천 임억령(1496~1568)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남읍 관동리 태생인 그는 사간원 대사헌을 지내며 개혁정치를 주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한 인물로, 담양 식영정에서 송강 정철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호남 시학의 스승이다.

그의 뒤를 이은 옥봉 백광훈(1537~1592) 역시 장흥 출생이나 다섯 살 때 해남 옥천으로 이주해 성장했으며, 최경창·이달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며 한시문학의 정점에 올랐다.

그리고 조선 중기의 중심에는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있다. 그는 해남의 보길도에서 생애 대부분을 유배자 혹은 은둔자로 살며 '어부사시사', '산중신곡' 등의 명작을 남겼다. 그의 시는 송강 정철과 함께 조선 시가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된다.

풀잎, 민초, 저항…해남 현대시의 흐름

근현대에 이르러 해남은 다양한 색채의 시인을 배출하며 한국 현대시의 축을 형성하게 된다.

박성룡 시인(1932~2002)은 해남 화원면 마산리 출신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뒤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풀잎', '풀벌레' 등의 작품을 통해 언어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특히 시 '풀잎'은 6차 교육과정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며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그의 선배격인 이동주 시인(1920~1979)은 해남 현산면 읍호리에서 태어나, 1950년 <문예>지에 '혼야'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는 해남의 전통과 정서를 토속적인 언어로 섬세히 그려낸 향토 서정시의 대가이며, 시 '강강술래'는 달빛 아래 펼쳐지는 남도 부녀자들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작이다.

김남주 시인(1946~1994)은 '해남이 낳은 위대한 혁명시인'으로 불린다. 유신 정권에 저항하며 감옥에서도 시를 쓰던 그는, "민중이 없는 시는 쓰지 않겠다"는 신념 아래 <진혼가>, <조국은 하나다> 등으로 민중시의 아이콘이 되었다.

고정희 시인(1948~1991) 역시 해남 출신 여성시인으로, 여성 해방과 민중연대의 시적 담론을 앞장서 실천했다.

김준태 시인(1948~ )은 해남 화산면 출신으로, 1980년대 암울한 시대를 시로 저항하며 <사람들 사이에 꽃이 피네>로 유명한 '오월 시인', '민족시인'으로 불린다. 남도의 정서와 삶을 품은 언어는 한국 민중문학의 중요한 축을 이뤘다.

황지우 시인(1952~ )은 해남 북평면 배다리 출신으로, 서울대 미학과 출신의 엘리트 시인이자 실험적 언어와 퍼포먼스로 시대를 저항한 지식인의 아이콘이었다.

중견 시인 박일남 시인도 해남을 기반으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지역문학의 든든한 줄기를 지켜오고 있다.

문학관 재개관, 문학의 시간과 공간을 잇다

땅끝순례문학관의 이번 재개관은 이렇듯 수백 년간 이어져온 해남 문학의 시간을 하나의 공간에 압축한 상징적 복원이다.

문학관 내부에는 이동주·김남주·박성룡 시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 대표 문인의 유품, 초판본, 육필 원고 등이 전시되며, ‘남도문학의 순례’라는 테마로 관람 동선이 구성됐다.

7월 4일 열리는 재개관 기념식은 '땅끝시여울'이라는 주제의 시낭송 퍼포먼스로 시작되며, 팬텀싱어 출신 테너 안세권의 공연과 함께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한 편의 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삶과 시가 만나는 공간, 땅끝순례문학관

이번 문학관 재개관은 문인들의 발자취와 문학정신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전시와 콘텐츠를 재정비했다. 지역 문학인의 육필 원고, 초판 시집, 육성 자료 등을 강화하고, 시낭송과 강연, 순례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살아 있는 문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7월 4일 열리는 재개관 기념식 재개관 행사는 '땅끝시여울'이라는 시낭송 콘서트로 시작된다. 이어 팬텀싱어 출신 테너 안세권의 무대, 기념사, 축사, 전시해설 및 관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 문인과 주민, 문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의 정신을 함께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초청 인사를 통해 "땅끝 해남은 단지 지리적 끝이 아니라, 문학의 시작이자 숨결이 이어지는 곳"이라며 "이번 재개관이 한국문학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맹 군수는 이어 "이번 재개관은 해남 문학의 깊이를 알리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문학을 통해 삶과 공동체가 다시 연결되는 시적 공간의 회복"이라며 문학관의 의미를 전했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재개관을 계기로 단순한 기념관을 넘어, 문학과 삶, 기억과 순례가 만나는 거점 공간으로 거듭난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이곳에서 문학은 다시 '길'이 되어 다시 오늘의 독자에게로 되돌아오고 있다.

i24@daum.net
배너
[詩가 있는 아침] 권천학 시인의 '아버지의 흔적'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분주한 하루의 문턱에서, 시는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목소리로 다가온다. '詩가 있는 아침'은 삶의 결에 스며드는 시 한 편을 통해, 잊고 있던 감정의 무늬를 되살리고, 마음속 어딘가 가만히 내려앉은 사연을 불러낸다. 이 코너는 오늘의 시와 함께, 그 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해설과 감상을 곁들인다. 더불어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가의 프로필도 함께 실어, 한 편의 시가 품고 있는 넓은 맥락과 울림을 전달하고자 한다. 만약 이 지면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은 시가 있다면, 누구든 추천해도 좋다. 추천된 작품은 검토 후 본 코너를 통해 소개할 수 있다. 시는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며, 이 아침, 그 눈으로 하루를 다시 열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아버지의 흔적 - 권천학 시인 무적함대였던 등판과 막강했던 어깨가 아버지였다 힘없는 두 다리 사이, 습하고 냄새나는 아버지의 부자지를 주물럭거려가며 내가 태어난 DNA의 통로가 되어준 흔적과 씨앗주머니의 주름 사이사이를 닦는다 퀴퀴한 역사의 어두운 길을 더듬어 들어간다 초점 없는 시선으로 그윽하게 나를 들여다보시는 아버지, 부끄러움도 없다 어쩌면 아버지는 지금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현장 르포]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세종 평화의 소녀상, 그 뜨거운 여름의 증언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2025년 7월, 세종시의 한복판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이 다시 한번 역사의 중심에 섰다. 불볕더위 속에서도 시민과 학생들은 손수 풀을 뽑고, 보라색 모자를 씌우며 "기억은 가꾸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모였다. 제5회 세종 평화의 소녀상 여름나기 행사는 단지 기념이 아닌, 침묵 속에서 증언하고 있는 과거와 마주한 현재의 고백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까지 이어지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잊히지 않는 책임을 새겼다. 일본군 장교였던 요시다 유우토의 사죄와, 그 아들의 반동까지… 기억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편집자 주] ◆ 세종 평화의 소녀상, 침묵 위에 놓인 연대의 보라색 모자…"뜨거운 여름, 차가운 진실 위에 피어난 연대의 꽃" 2025년 7월 5일 토요일 오후, 세종시 호수공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한여름의 오후, 평화의 소녀상 앞에는 일찍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여들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시민들의 손으로 소녀상 어깨 위에 보라색 여름 모자가 조심스레 얹힌다. 이 조용한 퍼포먼스는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믿음이자, 공동의 의식이었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세종

정치

더보기
서울시 '브랜드 총괄관'에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 내정설…민주당 서울시당 "서울의 자존심 훼손" 강력 반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이하 민주당 서울시당)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서울브랜드총괄관' 임명 가능성을 두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7월 12일 발표한 서면브리핑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의 브랜드를 뇌물 전과자이자 '명태균 게이트' 수사 피의자에게 맡기려는 시도는 서울시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 전 부시장은 이르면 다음 주 서울시 시장직속 브랜드 총괄 책임자로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서울시당은 "강 전 부시장은 2012년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며, "최근에는 '명태균 게이트'로 알려진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지효 민주당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서울시청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시민과 공무원 모두에게 치욕을 안긴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또다시 의혹으로 얼룩진 인사를 서울 브랜드의 책임자 자리에 앉히는 것은 또 다른 오만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최 부대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