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기자단 초청 팸투어는 관에서 진행하던 기자 간담회 형태에서 벗어나 기자단이 지역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자단의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남 보성군에는 두 개의 읍이 있다. 보성읍이 녹차와 녹차해수탕으로 유명하다면, 벌교읍은 겨울철 별미인 꼬막과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보성군은 3경(景) 3보향(寶鄕)의 고장으로 문화와 연계한 관광자원은 주변의 산악 및 청정 해역과 접해 있어 개발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3경은 산과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3보향은 의로운 고장·예술의 고장·녹차의 고장을 일컫는 말이다.
보성은 기암괴석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산이 많은 곳으로 ‘임금 제’(帝)자가 들어가는 산이 제암산, 존제산, 제석산 등 3개나 돼 언젠가는 이곳에서 임금이 나올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보성은 또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기개로 유명하다. 임진왜란 때는 전라좌의병이 보성에서 태동했으며, 일본강점기 때는 항일운동이 가장 격렬하게 전개된 곳이다.
보성은 발길 닿는 곳마다 예술의 혼이 숨 쉬는 곳으로 우리나라 판소리의 맥을 이어 온 박유전, 정응민, 조상현 선생 등이 공부했던 소리의 성지이기도 하다.
근대 민중음악의 선구자로 항일 음악가로 활동했던 채동선 선생을 배출했고, 군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군립 미술관을 건립하는 등 예술의 고장으로 불린다.
또한 보성은 전국 차 재배 면적의 34%, 생산량의 37%를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차를 재배하고 녹차의 중심지다. 매년 전국 규모의 '보성다향대축제'를 개최하는 등 차 문화 보급에 기여하고 있어 다향의 고장이라고 일컬어진다. 보성군 벌교읍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다.
보성은 크게 보성읍 주변의 녹차, 벌교읍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와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역사적 유물들이 대표적 관광 자원이다.



보성 벌교는 발길 닿는 곳 마다 소설 <태맥산맥>의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언덕 길 위에 옛모습 그대로 복원된 현부자네 집, 소설 <태백산맥>에서 주인공 정하섭과 무녀의 딸 소화가 사랑을 꽃 피운 곳이다. 좌·우익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소화다리, 지주로부터 빼앗은 쌀을 나눠줬던 홍교 등 소설 속의 배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이 홍교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아치형 석교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크고 아름다워 보물 304호로 지정돼 있다. 이 외에도 갯펄을 농토로 만들기 위한 소작민들의 땀과 눈물로 만든 중도방죽 등 곳곳이 소설의 무대가 되고 있다.


2008년 개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기행 1번지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태백산맥 문학관'은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조정래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국내 최대의 단일 문학작품 전시관이다.
7백만 독자가 읽은 문학작품이면서도, 11년 동안 불온성 시비에 휘말기도 했던 소설 <태백산맥>과 작가 조정래의 문학세계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육필 원고 1만 6,500여 장을 비롯해 취재수첩 등 작품 관련 자료 총 159건, 719점이 전시돼 있다.
작가의 집필 동기, 4년간의 자료 조사, 6년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소설 태백산맥의 탄생에 이르는 자료 등 작가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내용 등이다.






특히 지금은 이름을 바꾼 '남도여관'은 소설에서 '보성여관'으로 토벌대가 머물렀던 장소다. 일제강점기에 문을 열었던 지금의 5성급에 해당하는 숙소였다.

그리고 2004년 등록문화재로 132호 지정돼 2008년 문화재청이 매입하고, 2012년 중건해서 개관했다.
이런 여관이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벌교가 목포와 광주에 이은 전라남도의 3대 도시에 해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벌교역과 이어지는 중심에 있었다. 지금은 카페, 숙소, 공연장, 전시장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남도여관 앞에는 정하섭 아버지가 운영하는 '도가집'이 있다.
남도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벌교금융조합이 있다. 1919년 건립된 르네상스식 바탕에 양식건물로 붉은 벽돌과 돌로 지은 건물이다. 내부는 전형적인 일제강점기 관공서 건물이다.



금융조합에서 나와 고개를 들면 마주하는 언덕 같은 나지막한 산이 부용산이다. 벌교의 안산이며 벌교 사람들이 산책하듯 오르내리는 '부용산 오리길'이다. 박기동 시인이 여동생을 묻고 내려오면서 쓴 '부용산'은 빨치산이 고향을 그리는 노래가 되면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부용산 산책길 옆에는 '고향'과 '그리워'로 널리 알려진 민족음악가 채동선 생가와 귀향봉안비를 만날 수 있다. 벌교에는 채동선음악당과 채동선합창단이 있다.
사실 소설 <태백산맥>은 60여 년 전의 옛날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 진행형의 우리네 삶이기기도 하다. 따라서 <태백산맥>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된다. 그들을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하여 소설의 무대가 된 곳을 찾아가 작품의 배경을 더듬어 보는 것은 매력적인 여행이 된다.

일제시대 투철한 민족정신으로 유명한 작곡가 채동선(蔡東鮮.1901-1953) 선생을 기리는 음악당이 그의 고향인 벌교읍사무소와 나란히 세워져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요, 작곡가요, 음악사상가로서 민족정신을 실천한 음악가 채동선 선생은 1901년 벌교읍 세망리에서 출생했다. 당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채동선 선생은 제일교보(현 경기고)에 유학하면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것이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이다.

그는 강의 외에는 창작과 바이올린에 열중하면서 한복에 두루마기, 고무신을 신고 낮에는 농사꾼으로 밤에는 국악채보에 전념하는 등 민족음악 수립의 기초를 쌓았다.
주위의 친일 권유에도 불구하고 창씨개명도 거부한 채 은둔하다가 광복이 되자 고려음악회를 창설해 관현악, 합창, 취주악 활동도 활발히 한 그는 부산 피난 생활 중 얻은 신병으로 1953년 삶을 마감했다.







벌교공원에는 정지용 시에 곡을 붙인 대표작 '고향'이 친필 악보대로 새겨지고 작품목록이 수록된 기념비가 서있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둘러보고 여자만이 펼쳐진 갯가로 나서면, 어촌마을의 정취가 물씬한 진풍경이 펼쳐진다. 썰물 때면 아낙네들은 뻘배를 타고 미끄러지듯 갯벌로 나선다. 밀대로 갯벌을 파헤치면 참꼬막이 가득 올라온다.

수산물 지리적표시 제1호인 벌교꼬막은 벌교 여자만 일대에서 생산되며 11월부터 다음해 초봄까지가 제철이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꼬막은 풍부한 비타민,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철분은 물론 각종 무기질이 균형 있게 들어있는 대표 계절음식이다. 벌교 앞바다인 여자만의 때묻지 않은 청정 갯벌에서 나는 벌교산 참꼬막을 최고로 치는데, 특히 초겨울부터 초봄까지의 벌교산 참꼬막은 살이 가장 많이 차고 맛있어 일명 '명품 꼬막'이라 불린다.

뜩히 벌교 꼬막은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됐다.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고 올랐다고 한다. 맛이 쫄깃쫄깃 짭조름해서 삶아서 양념하지 않은 채 술안주나 반찬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우리가 흔히 반찬으로 먹는 꼬막에는 새꼬막과 참꼬막이 있는데, 그중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서너 배 비싼 가격에 팔리며 맛 또한 더욱 깊다. 껍데기에 나 있는 빗살무늬 홈의 깊이가 더 깊고 검은색을 많이 띄고 있는 것이 참꼬막이라 할 수 있는데, 벌교에서는 새꼬막은 꼬막으로 쳐 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특히나 겨울철 벌교에 가면 살이 꽉 차고 쫄깃한 진짜배기 명품 참꼬막을 만날 수 있다.
전국 꼬막의 60% 이상이 이곳에서 난다. 꼬막은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즐길 수 있다. 나머지 기간은 산란기여서 이곳 사람들의 표현에 따르면 미끄러워 먹지 못한다고 한다. 물때를 잘 맞추면 꼬막을 채취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꼬막으로 미각여행을 즐긴 후, 해지기를 기다려 보성읍으로 발길을 돌리면 또다른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바다를 보고 싶다면 인근에 위치한 율포 해변이 제격이다. 율포 해변은 백사장 길이가 1㎞ 정도로 아담하지만 갯벌체험은 물론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명소다. 게다가 인근에 보성군에서 운영하는 율포해수녹차탕이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녹차탕과 해수탕을 즐길 수 있다.
보성 율포로 가는 길은 더디고 따사롭다. 몸속에 스며드는 해수탕의 온기처럼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구불구불 언덕을 내려서 차밭을 지나 육지 끝까지 내달리면 회천면 율포다.
모래 해변과 솔숲이 호젓한 곳에 '뜨끈한 율포해수녹차센'가 여행객을 반기고 있다. 해수탕과 녹차탕에 테라피 시설까지 갖춘 현대식 건물이 제법 듬직하다.
율포해수녹차센터에 닿기 전에 득량만 바다가 눈길을 끈다. 고깃배가 드문드문 떠 있는 바다는 해안에 명물 하나를 보탰다. 율포해수녹차센터는 3층 건물이다. 이곳의 자랑거리는 3층에 들어선 노천해수탕과 테라피 시설이다.
노천해수탕에 몸을 담그는 순간, 고단한 여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득량만 바다와 솔숲, 율포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으로 전해지는 은은한 짠맛, 코로 확인되는 바다 향과 솔 향, 얼굴을 휘감는 득량만의 차가운 바람, 몸속으로 스며드는 뜨끈한 기운이 깊은 휴식을 선사한다.
여기에 꼬마들의 웃음까지 더해지면 오감이 유쾌한 노천해수탕 체험이 완성된다. 노천해수탕은 율포의 일출을 감상하는 이색 포인트다. 율포해변은 남해의 해돋이 명소로, 매년 해맞이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 밖에 야외 공간에는 족탕, 냉탕 등이 있다. 3층 실내 공간에는 테라피를 위한 아쿠아토닉풀이 있다. 강한 수압으로 결리고 쑤시는 몸을 다스리는 곳이다. 넓은 풀에 온도가 적당해 꼬마들이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다.
실내 시설은 찜질방으로 연결된다. 스톤테라피방, 황옥방, 황토방, 아이스방 등이 테마별로 갖춰졌다. 황옥방에서는 창으로 바깥 풍경이 훤히 내다보인다. 오락 기구가 있는 키즈방 역시 아이들에게 사랑받는다.
2층으로 내려가면 남탕, 여탕 등 본격적인 욕탕과 사우나 시설이 있다. 찻잎 모양을 형상화한 욕탕 내부는 녹색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는 해수탕 외에 고온녹차탕이 있다. 보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의 고장. 율포해수녹차센터에서는 녹차의 이름과 효능을 빌려 찻잎을 하루가량 우린 물로 녹차탕을 운영한다.
고온녹차탕은 녹색이 아니라 진한 황토색을 띤다. 뽀글뽀글 기포까지 더해져 녹차를 ‘몸으로 마시는’ 기분이 든다. 녹차 온욕은 피부 질환, 항균 작용, 스트레스 해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율포해수녹차센터 1층에는 특산품 코너와 카페 등이 있다. 3층 휴게실에서는 간식거리를 판매한다. 연중무휴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8시다.
율포해수녹차센터 정문에서 율포해변이 바로 연결된다. 율포해변은 보성군의 대표 해수욕장으로, 잔잔한 바다와 고운 모래밭, 고요한 포구가 어우러진 남도 바다의 모습을 갖췄다. 해변 따라 이어진 솔밭은 산책 코스로 좋다. 50~60년 된 곰솔이 늘어섰으며, 곳곳에 조각 작품이 분위기를 더한다.

보성은 녹차의 고장이다. 그래서인지 눈길이 닿는 곳은 온통 녹차밭이다.
봄날 보성 차밭에 몸을 내맡기면 율포해안을 뒤덮은 안개를 밀어내고 다향이 그득히 피어올라 몸을 적신다. 보성에서는 혀에 감도는 차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일상을 벗고 차밭에 몸을 던져 온몸으로 다향을 음미해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맘때는 녹차잎의 싱싱한 색깔을 감상하지 못한다. 아직은 꽃샘추이가 실술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썰렁함 속에서 나름대로의 매력을 뿜어내 발품 판 것에 대한 후회는 들지 않는다.


굳이 카메라 앵글을 잡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어디를 대고 셔터를 눌러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특히 해질녘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황홀경이 따로 없다.
보성읍 근처 대한다업농원은 CF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이곳은 무려 30만 평에 걸쳐 차밭이 일궈져 있다. 60년 된 삼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다원으로 들어서면 확 트인 시야로 절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CF에서 봤던 언덕을 지나면 허리 높이 정도 되는 차나무가 줄을 지어 산비탈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보성은 전국 녹차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한 해 2000억여 원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대규모 다원만 200여 개, 군소 업체까지 더하면 6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차의 고장 보성에 왔다면 한국차박물관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다. 보성의 한국차박물관은 보성 차밭이 있는 일원의 한국차문화공원에 있다. 차에 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차 전문 박물관으로, 면적 4,598㎡,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에 수장고와 전시실, 체험실,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다.
건물 내부 전시실뿐 아니라 차박물관의 주변에도 세계차나무 식물원이 조성돼 있어 관람객들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계절 푸른 차밭에서는 찻잎 따기 체험, 차 만들기 체험 등 차에 관한 이론부터 교육, 체험까지 가능하다.

보성의 또 다른 명소는 강골마을이다. 영화 <서편제>와 <태백산맥>, TV 예능프로그램 등의 단골 촬영지가 된 마을은 우리네 전통과 멋, 소박한 정서가 지금껏 남아 있다.



마을 돌담길과 대숲을 여유롭게 둘러본 후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면 또 다른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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