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정부가 역대 최대 대외경제협력기금(이하 EDCF) 지원 사업이라고 발표한 필리핀 도로건설 사업이 윤석열 대통령 순방에 맞춰 졸속으로 검토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정, 기획재정위원회)은 21일 한국수출입은행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억달러(한화 1조3천억원, 현재 환율 기준) 상당의 필리핀 '라구나호 순환도로 사업'이 우리 측의 사업타당성 조사도 없이 두 달 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개도국 정부에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유상차관을 말한다.
지난 10월 7일 정부는 한-필리핀 정상회담을 계기로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NG 해상 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당 사업들은 각각 EDCF 최초 조 단위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과 인프라 시장 진출 확대를 이유로 큰 성과로 홍보했다.
하지만 해외순방 성과를 위해 예정에 없던 대형사업이 협의 안건에 포함되면서 사업 검토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간 'EDCF 정책협의' 내역과 사업 추진 경과를 보면 라구나호 순환도로 사업(9.05억 달러)은 올해 4월 최초 요청에 이어 6월에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10월에 MOU를 체결했다.
통상 EDCF 지원 사업은 여러 단계에 걸쳐 장기간 검토와 협의를 통해 정해진다. 실제로 같이 체결된 ‘PNG 해상교량 건설사업(10억 달러 이상)’의 경우 2020년 5월 요청 이후 필리핀의 요청에 따라 우리 정부 측의 사업타당성 조사도 실시하고, 매년 정책협의를 진행했다.
반면 라구나호 순환도로 사업은 자체 사업타당성조사 없이 필리핀 측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심사가 진행됐으며, 요청 이후 3개월 만에 검토를 완료했다.
김영환 의원은 "EDCF 개별 사업에 대한 MOU 발표도 이례적인데, 최대 규모 사업을 졸속 심사로 급하게 추진한 배경에 많은 의구심이 든다"며 "기금이 대통령의 순방 홍보용 쌈짓돈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추진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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