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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자크 로게' 前 IOC 위원장을 추모하며

제8대 IOC위원장…벨기에 정형외과의사 출신
다국어에 능통하고 스포츠 관련 '업무의 달인'
평창 2018 지구촌 곳곳 메아리치게 한 장본인
필자! 2004년 '아테네올림픽 특별게스트' 초청

(서울=미래일보)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 벨기에 출신인 故 자크 로게(Jacques Rogge, 79세 1942년 5월2일생 말띠) 前 IOC 위원장은 2001년 제112차 모스크바 IOC 총회에서 제8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벨기에 국가대표 럭비선수와 1968년(멕시코시티), 1972년(뮌헨), 1976년(몬트리올)올림픽에 요트국가 대표선수로 활약하였으며 정형외과의사 출신이다.

그는 서울1988올림픽에 벨기에 올림픽선수단장과 올림픽위원장 및 유럽올림픽위원장을 역임하였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제3대 '앙리 드 바예라투르 백작'(Comte Henri de Baillet-Latour) IOC 위원장에 이은 벨기에 출신 두 번째 IOC 수장이었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 벨기에어 등 다국어에 능통하고 스포츠 행정에 박식한 스포츠 및 올림픽 관련 업무의 달인이었다.

정형외과의사 출신인 관계로 일단 추진 방향이 정해지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도저같이 밀고 나가는 행동파이며, 원리원칙주의자이다. 그는 재임시절 부패와 약물복용에 관한 한 무조건적 '인정사정 볼 것 없다'식의 신봉자였다.

따라서 그의 정책은 '부패와 도핑, 약물복용에 대한 무관용 주의' 이 한마디로 함축된다. 따라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별명은 'Mr. Clean'(청렴결백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유치 스캔들로 얼룩졌던 올림픽운동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한 IOC의 투명성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이미지를 지닌 IOC 개혁의 주도자로서 각인되었다.

그는 1991년 유럽올림픽위원회(EOC)위원장 재직 당시 유럽 내 40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15~18세 사이의 동계종목 청소년들이 참가하여 기량을 겨루고 친선을 도모하는 유럽청소년올림픽축제(The European Youth Olympic Festival : EYOF) 개최 아이디어의 창안자이기도 하다. 이 대회는 2001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싱가포르에서 제1회 청소년올림픽대회를 개최케 함으로써 청소년올림픽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겠다.

2005년 2월 초순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인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한 로게 IOC 위원장은 현지 기자들의 이상 기온 예보에 대해 질문을 받자 "나는 날씨 걱정을 하지 않으며 당신들이야말로 자나 깨나 날씨 이야기만 하는 유일한 친구들이군요"라고 하면서 "나는 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어느 한 해의 날씨가 몇 년 후 까지 예보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2002년 솔트레이크대회 개최 1년 전에도 눈이 안 와서 어쩔 수 없이 모든 행사가 취소된 적도 있었소. 그래서 으레 신들께서는 올림픽만은 보호해 주는 모양이오"라고 응수한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 자크 로게와 필자의 첫 만남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필자의 만남은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개최에 즈음하여 방한한 벨기에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겸 선수단장으로 그가 김종하 KOC(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의 오찬 회동 시 배석했을 때가 첫 번째였다.

그 후 그가 유럽올림픽위원회(EOC)위원장 재직시절 EOC 총회에 초청받아 필자가 김종하 KOC 위원장을 모시고 EOC 관계자들과 회동할 때 다시 만났다. 특히 그가 IO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면서 ANOC(국가 올림픽 연합회) 총회 마지막 날 개최되는 IOC 집행위원회와 세계 각국올림픽위원회들과의 연석회의석상에서 주로 필자가 태권도, 카페인, 도핑, 올림픽표어 등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 공식 발언을 함으로써 자크 로게 위원장의 머릿속에 인상이 남기 시작했을 것이다.

자크 로게 박사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기 1년 전인 2000년 제12차 리우데자네이루 ANOC 총회 시 필자가 당시 전임자인 사마란치 IOC 위원장에게 1998년 제11차 스페인 세비야 ANOC 총회에서 이미 제기했었다.

필자는 당시 상세한 공식서한까지 제출하여 IOC 금지약물리스트의 제1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던 카페인(Caffeine, IOC 제1등급 스폰서 그룹에 속해있던 코카콜라에 농축 함유되어 있는 성분)논란에 대하여 IOC 의료부문 전문가 자격으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요구에 의해 이와 관련한 대리답변을 필자에게 하였던바, 그 내용은 ‘카페인의 경우 선수들에게 주사로 인체에 주입되지 않는 한 도핑 검사 시 검출되지 아니한다.’였다.

필자가 발언권을 얻어 "마케팅과 도핑 사이에서 상충되는 올림픽 가치와 연관된 윤리적, 도덕적 연관성은 어찌되는 것이냐?"이라고 반문하자 당시 로게 IOC 집행위원은 "마케팅은 소관분야가 아니다"이라고 대답하였다. 잘 들어맞지 않는 답변이었지만 곤란한 상황을 피해가는 노련하고 절묘한 회답으로 여겨졌다.

자크 로게 박사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고(2001년) 다음 해(2002년) 쿠알라룸푸르 ANOC 총회 시에 필자가 1998년, 2000년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는 카페인(Caffeine)의 논란에 대한 IOC 위원장으로서의 견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답변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주사기로 주입되지 않는 한, 선수들이 카페인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6년여에 걸친 집요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인(Caffeine)은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 어느 날 조용히 IOC 금지약물 리스트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로써 코카콜라는 마케팅과 윤리적 갈등의 굴레에서 해방되었다.

지난 2002년 5월20일부터 25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제13차 ANOC 총회 마지막 날 5월 25일 개최된 IOC 집행위/NOC((국가올림픽위원회) 연석회의가 끝난 후,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마이클 페인(Michael Payne) IOC 초대 마케팅 국장은 필자더러 "질문 및 의견제시 횟수를 보면 귀하야말로 기록 보유자입니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ANOC(국가 올림픽 연합회) 총회 전야제 겸 환영 리셉션에서는 여흥 시간에 총회 개최국 '콕 치 시에'(Sieh Kok-Chi) 말레이시아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이 사회자에게 미리 추천을 하는 바람에 아시아 대륙 대표로 등 떠밀려 무대로 나가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 내외, 마리오 바즈케스 라냐 ANOC 회장 내외, 80여 명의 IOC 위원, 20여 명의 국제연맹회장, 202개국 NOC 위원장 및 사무총장 등 1,000여명의 관중들 앞에서 노래 한 곡조를 부르게 되었다.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서 밴드 연주가 가능하고 노태우 前 대통령 겸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의 애창곡이기도 한 '베사메 무초'를 감정을 살려서 부르고, 앙코르를 받아 ‘아리랑’을 이어서 뽑았다. 노래는 국제 공용어인가 보다. 모두 흥겨워 보였다.

필자가 국제회의 국가대표로서 로게 IOC 위원장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기타 사항에서 또다시 발언권을 신청하니까 로게 IOC 위원장은 농담조로 "노래 한 곡조 더 부를 것을 약속하면, 발언권을 드리겠소!"라고 하면서 발언권을 주었다.

필자의 질문 내용은 "현재 IOC 헌장에 명시되어 사용되고 있는 올림픽 표어(Olympic Motto)인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Faster, Higher, Stronger)는 현대 스포츠가 진화하여 온 결과 그대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니 미세조율(Fine Tuning)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사격(Shooting), 양궁(Archery), 체조 종목의 평균대(balance beam), 피겨스케이팅 등에 고전 표어대로 적용하면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사격할 때 보다 높이, 보다 빠르게, 보다 강하게 쏜다면 좋은 기록은커녕 예선탈락 감이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필자의 대안 표어는 VIP인데, '보다 생동감 있게, 보다 인상 깊게, 보다 정확하게'(More Vividly, Impressively, Precisely), "IOC에서 연구하여 채택할 의향이 없느냐?"였다. 로게 IOC 위원장은 가만히 경청하고 나서, "그것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IOC로서는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답변하였다.

물론 IOC가 100년 넘게 사용해 온 올림픽 표어를 바꾸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ISDI)을 2004년 초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ISDI의 표어를 VIP(More Vividly, Impressively, Precisely)로 설정하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 초특급 예우…'2004년 아테네 올림픽'

스포츠 외교는 단순히 올림픽 대회 및 국제스포츠기구총회 유치나 국제기구 임원피선을 위한 로비활동에만 국한되어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대회(2004년 8월 13일~8월 29일)에 자크 로게(Jacques Rogge) IOC 위원장의 특별 게스트 자격으로 정식 초청받아 IOC 본부호텔인 힐튼호텔에 체류하면서 VIP AD 카드를 발급받고, 차량도 신청만 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IOC 총회 및 올림픽 대회 기간 동안 지속적인 한국스포츠외교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IOC 본부 호텔에 숙박하다 보니 매일 IOC 위원장을 포함한 전 세계 IOC 위원들, 국제경기연맹회장들, 전 세계 스포츠 지도자들과 번갈아 가면서 만나고 자연스럽게 조찬도 같이 하고, 경기장도 같이 가고, 저녁식사도 함께 하고 늦은 저녁 무렵에는 칵테일도 한잔하면서 각종 정보와 근황 및 동향에 대하여 귀중하고도 신빙성 있는 교감을 갖는 기회를 많이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당시 한국선수단 임원으로 현지에 와 있던 이기흥 당시 대한카누협회장이 IOC본부호텔로 직접 찾아와서 국제카누연맹(ICF)회장 소개 및 면담 요청을 받고 평소 지인으로 잘 알고 지내던 국제카누연맹회장 및 사무총장을 올림픽카누경기장으로 함께 가서 소개해 주고 통역해 주고 사진까지 촬영해 주었는데 그는 현재 대한체육회장에 NOC자격 IOC위원까지 되었다. 스포츠외교의 성과라고 생각되니 가슴 뿌듯하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여 AD 카드 발급을 위하여 IOC 본부 호텔인 아테네 힐튼호텔에 가보니 테러경계태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IOC 위원장 초청장 사본을 보여 주고 나서야 힐튼호텔 뒤편 지하1층에 위치한 등록 센터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AD카드발급을 위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 30분 후에 IOC 총회 개회식이 예정되어 있어, 그곳 책임자에게 IOC 위원장 초청장 서한을 제시하자 곧바로 IOC 위원장 집무실 책임자에게 확인하더니 IOC 총회 개회식에서 IOC 위원장이 필자를 기다린다는 전갈이 왔다고 했다.

통상적으로는 안전 및 보안확인 절차를 위해서 최소 3일간의 대기시간이 소요되지만 예외적 경우로 분류하여 10여 분만에 그야말로 초고속 수속절차를 거쳐 서둘러 힐튼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IOC 총회개회식장으로 향했다. IOC 위원들조차도 정식초청장을 지참하여야 출입이 가능했으나 조직위원회 의전요원에게 IOC 위원장 초청장 서한을 보여 주자 필자를 직접 에스코트까지 하면서 총회 개회식장 2층 좌석으로 안내했다.

마침 올림픽찬가(Olympic Hymn)가 울려 퍼지면서, 개회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최국 그리스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부 요인들과 IOC 위원들, 및 국제 스포츠계 거물들이 모두 총집결되어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세계 스포츠정상회담’(World Sports Summit)장을 방불케 하였다.

개회식 직후 베풀어진 리셉션장에서 많은 IOC위원들과의 해후가 이루어졌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큰 키에 국제매너가 세련된 국제 스포츠외교통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이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리셉션 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마침 필자가 제일 먼저 맞이하게 되었다.

위원장님, 초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본인 ID 카드를 VIP급으로 격상시켜 주신 배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필자가 이렇게 말을 건네자, IOC 위원장은 간단하게 한마디로 압축해서 응답하였다. "you are always our friend!"(귀하는 늘 우리의 동지일세!)

● '견디기 힘든 것' 모함과 질시

필자는 2004년 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2년간 청춘을 불살랐던 보금자리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국제담당사무차장(1급)을 끝으로 떠났다. 직원으로서는 끝까지 올라간 셈이었으니 후회는 없었다. 개인 1명이 아무리 방어를 잘해도 여러 명으로부터 계속 모함과 질시와 질투를 받게 되면 결국에는 견디기 힘든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런 와중에 몽골에선 필자에게 '바가반디'(Bagabandi) 몽골 대통령 등 저명인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수도 울란바토르로 초청해서 명예박사학위도 수여해주고, 몽골 NOC 위원 겸 국제 관계 자문역이란 직위도 부여해주고, 2004년 2월 아테네 개최 ANOC 총회에 각국에 2명씩만 주어지는 몽골국가회의 대표 자격도 정식으로 부여해 주었다.

유병진 관동대학교 전 총장께서는 필자를 관동대학교 겸임 교수로 임명해 주었고,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필자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도 필자의 박물관 활동 등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는 공문까지 보내주셨다.

2006년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기간 중 필자는 장웅 북한 IOC 위원의 주선으로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함께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개인 면담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집행위원장직도 겸하고 있는 김진선 지사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준비 관련 내용설명을 로게 IOC 위원장에게 차분히 영어로 통역해 주고 나서, 그동안 항간에 필자에 대하여 몰지각한 어떤 국내스포츠 인사가 퍼뜨린 터무니없는 모함 등에 대하여 필자의 입장과 근황을 피력하는 신상발언을 하였다.

로게 IOC 위원장은 필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 빙긋이 웃으면서, "걱정 마시게. 그런 소문은 없다네. 귀하는 우리 동지일세"라고 하였다. 로게 IOC위원장의 사진 촬영제의에 김 지사와 필자는 함께 개별사진촬영의 기회를 가지기도 하였다.

● 스포츠계 최대 행사 'Sport Accord'

2006년 4월 초 대한민국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와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된 제15차 ANOC총회와 IOC집행위원회 그리고 국제연맹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열린 'Sport Accord' 회의에 참석키 위해 세계 스포츠지도자들이 모두 방한하였다.

Sport Accord회의란 국제경기연맹총연합(GAISF), 하계올림픽국제경기연맹연합(ASOIF), 동계올림픽종목협의회(AIOWF)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국제회의 및 전시회이다. 각종 회의와 국제학술회의, 스포츠산업전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동시에 개최되며, 국제스포츠계 인사 약 천여 명이 참가하는 스포츠계의 최대 행사 중 하나이다.

ANOC 총회 사상 처음 실시한 ANOC 환영식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제일기획에 의뢰해 실시한 것으로 다채롭고 수준 높고 감명 깊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참석한 전 세계 올림픽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동의 환영식의 피날레가 끝나자 모든 이들이 기립박수로서 답례하였다.

그러나 당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옆에 자리한 단 한명의 VIP는 앉은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바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었다. 모두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랬을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그 환영식 프로그램 내용이 IOC 윤리규정 테두리 안에서 구성되었지만 콘텐츠는 분명히 당시 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맥락이 은연 중 흐르고 있었다.

마케팅으로 말하자면 '매복마케팅'(Ambush Marketing)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평창에 대한 캠페인 성 프로그램이 로게 IOC위원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었다. 환영식 다음날 제15차 ANOC 총회 개회식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라냐 ANOC 회장, 로게 IOC 위원장, 이건희 IOC 위원을 비롯하여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 김정길 KOC 위원장, 조정원 WTF(세계태권도연맹 총재), 강영중 국제 배드민턴연맹 회장, 도영심 관광 스포츠 대사와 ANOC 및 IOC 수뇌부(부위원장급) 임원들을 초청하여 간담회를 가졌다.

필자는 VIP 접견행사 공식 MC로서 지정되어 참석자들 안내와 진행을 맡았다. 전날 밤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던 로게 IOC 위원장에게 필자가 다가가 필자의 역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 "That's good"이라고 응수하면서 미소 지었다. 밤새 안녕(?)해 지셨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노무현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끝나고 필자의 영어 안내에 따라 참석자들이 총회 개회식장으로 이동하였다. ANOC 서울총회, IOC집행위원회, SportAccord 컨벤션이 모두 끝나고 서울을 떠나는 날인 2006년 4월 8일 아침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조찬 장에서 만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아침 뷔페 식단 중 김치를 접시 가득 담고 있었다.

필자가 다가가 "김치가 인류 5대 최고 건강 음식 중 하나이며 20여 년 동안 올림픽 공식메뉴로 이미 자리매김해왔다"고 말을 건네면서 전날 조정원 WTF 총재로부터 부여 받은 태권도 명예 10단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하자 로게 IOC 위원장은 "Thank you, my friend." 고 미소 지으며 필자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식탁에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있던 로게 위원장 부부에게 "식사 맛있게 하시고 좋은 여행이 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작별인사를 한 후 ANOC 서울 총회에 참석한 IOC 수장과의 서울 만남을 결산하였다.

올림픽대회 유치와 관련 '대륙별 순환 원칙'이란 말이 종종 회자되곤 하여 필자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에게 확인 차 질문한 적이 있다.

로게 IOC위원장은 이 질문에 대하여 한결같이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하곤 하였다. "유치 자체가 막강하다면 올림픽대회 대륙 간 순환 원칙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 만일 올림픽대회 개최 대륙별 순환 원칙이 적용된다면, IOC는 FIFA처럼 대륙별로 제한된 유치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올림픽운동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될 것이므로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IOC 위원들 간에 심리적인 잣대로서 작용할 수도 있으나, 이 역시 'case by case'라고 볼 수 있다. 자크 로게 박사가 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2001년 이후, 첫 번째 올림픽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대회에 앞서 개최된 제113차 IOC 총회에서는 국제유도연맹(IJF)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에 피선된 한국의 박용성 IOC 위원을 비롯하여 엔디아에(Ndiaye) 세네갈 IOC 위원, 차문다(Chamunda) 잠비아 IOC 위원, 알타니(Al-Thani) 카타르 IOC 위원, 압둘라지즈(Abdul Aziz) 사우디 IOC 위원, 홀름(Holm) 덴마크 IOC 위원, 위버그(Wiberg) 스웨덴 IOC 위원(선수자격) 등 7명의 신임 IOC 위원을 선출하였으나, 이들은 2001년 사마란치 IOC 위원장 시절 이미 내정된 것이었다.

그럼 IOC 위원은 어떻게 결정될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올림픽 운동에 헌신한 인물 중 IOC 총회에서 선출하는 위원 ▶국제경기단체회장 중 15명 ▶각국 NOC(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중 15명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에서 뽑는 선수위원 15명 등이다.

1999년 IOC 개혁프로그램 내용대로라면 IOC위원 정원은 115명(개인자격 70명, NOC 자격 15명, 국제연맹자격 15명, 선수자격 15명)이나 기존 IOC 위원들의 정년(80세:1999년 이전 선출된 위원들) 만료까지는 115명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인 것을 고려한 자크 로게 신임 IOC 위원장은 2003년-2005년까지 신규 IOC 위원 선출을 중단시켰다.

매년 개최되는 IOC 총회 시 3년 동안이나 연속해서 신규 IOC 위원이 선출되지 않자, IOC 총회 결산 외신 기자 회견 시 "왜 신규 IOC 위원을 선출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로게 위원장은 전임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즐겨 사용했던 구절을 인용하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답변했다. "버스는 지금 만원입니다. 아무도 내리지 않으면, 누구도 더 태울 수 없습니다."

2005년에 들어서야 정년퇴임하는 IOC 위원이 5명 생기면서 2006년 제118차 토리노 IOC 총회에서 결원 5명을 보충하였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신임 IOC 위원 선출 관련 지침은 '간결, 명확, 투명'하였다.

NOC 자격 후보든 국제연맹(IF)자격 후보든 개인 자격 후보든 간에 IOC 위원 후보 지명 전형위원회(IOC Nominations Commission)의 관련 규정에 입각한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보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최종 후보선발기준이 적용되었다.

▼ 먼저 203개 NOCs 중 IOC 위원을 1명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NOC는 78개에 불과한 바, 올림픽운동 확산을 위하여 우선 지명 대상자는 나머지 IOC 위원이 전혀 없는 125개국 NOC 출신 후보라야 함. ▼ IOC의 여성 인사 점유 비율 20% 목표치 달성을 위해 1항 해당 후보 중 여성 후보를 우선 고려 대상에 편입함. ▼ 가능한 대륙별 안배를 고려함.

상기 선발 기준에 의거 5명의 신임 IOC 위원 후보가 2005년 10월 말 스위스 로잔 개최 IOC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내정되었다. △ 아프리카 1명(감비아 NOC 여성 부위원장 베아트리스 알렌(Beatrice Allen) △ 아시아 1명(말레이시아 NOC 위원장 툰쿠 임란 왕자(Prince Tunku Imran) △ 미주 1명(아루바(Aruba) 출신 NOC 여성 사무총장 니콜 호에베르츠(Nicole Hoevertsz) △ 유럽 2명(네덜란드 출신 세계사이클연맹 UCI 부회장 하인 베르브루겐(Hein Verbruggen), 이탈리아 출신인 국제테니스연맹 ITF 회장 프란시스코 리치 비티(Francisco Ricci Bitti). 이들 5명은 2006년 2월 제118차 토리노 IOC 총회 시 모두 출석 IOC 위원 과반수를 획득하여 신임 IOC 위원으로 선임되었다.

이같이 자크 로게 위원장은 정확하고 보편타당성 있고 객관적인 잣대로 전 세계 올림픽운동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크 로게 위원장의 '옥에 티'라면 '너무 맑은 물에는 많은 물고기가 모이지 않는다'였다.

2008년 베이징 개최 ANOC총회개회식에서 전 세계 206개 올림픽위원회 수뇌부가 총 출동한 가운데, '마리오 바스케스 라냐'(Mario Vazquez Rana) ANOC 회장은 20여 년간 ANOC총회 단골회의 대표로 공식발언을 가장 많이 한 필자에게 ANOC 최고의 스포츠외교공로훈장인 공로훈장을 수여하였다. 바로 이어서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필자에게 ANOC공로패를 수여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축해해 주었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2011년에는 남아공 더반개최 IOC총회에서 동계올림픽유치 3수 도전 만에 투표 1차전에서 독일의 뮌헨2018과 프랑스의 안시(Annecy)2018을 큰 표차로 누르고 개최도시로 선출된 대한민국의 평창2018을 전 세계에 메아리치도록 발표한 장본인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다음날 평창2018조직위원회 간부들을 위해 주최한 'Thank you 조찬'에 토마스 바흐(Thomas Bach) IOC위원장을 위시 자크 로게 IOC명예위원장도 참석하여 오랜만에 조우하였다. 그는 시종일관 필자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 얼굴이 필자가 본 그의 마지막 얼굴이 되었다. 로게 IOC위원장의 명복을 빌며 그의 영전에 이 글과 사진을 봉헌한다.

■ 프로필
現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및 외대동시통역대학원 수학. 대한체육회 26년근무(국제사무차장, KOC위원 겸 KOC위원장 특보) 및 2008년 올림픽 후보도시 선정 한국 최초 IOC평가위원.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 및 평창2018조직위원회 위원장 특보. 몽골국립스포츠아카데미 명예박사학위 및 중국인민대학교 객좌교수(국내 다수 대학교 겸임교수). 세계각국올림픽위원회 총 연합회(ANOC)스포츠외교 공로훈장 한국최초수상 및 부산 명예시민(제78호). 저서 : 총성 없는 전쟁 및 스포츠 외교론 등 7권(영문판 1권포함) 저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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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승부차기 스코어 4-2로 사우디 제압...3일 호주와 8강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극적으로 꺾고 아시안컵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31일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8강에 올랐다.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조규성의 득점으로 균형을 맞춘 후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스코어 4-2로 사우디를 따돌렸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3일 오전 12시 30분 카타르 알 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날 사우디를 상대로 깜짝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영권, 김민재, 정승현이 중앙 수비를 맡았다. 대신 조별리그에서 줄곧 선발로 나섰던 조규성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손흥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우디의 강한 압박 수비에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중반 손흥민의 슈팅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전반 26분 김태환이 후방에서 손흥민에게 한 번에 긴 패스를 투입했다. 이를 절묘한 트래핑으로 받아낸 손흥민이 상대 수비 한 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이는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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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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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희망을 잇는 사람들’…희망브리지, 특별한 나눔 '희망어스' 캠페인 추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송필호)는 재난 피해 이웃과 재난 위기 가정을 지원하는 신규 기부 캠페인인 '희망어스'를 전개한다고 5일 밝혔다. 희망어스는 나눔으로 '희망을 잇는 사람'을 상징하는 기부 캠페인으로 희망스토어, 희망패밀리, 희망컴퍼니로 구성되어 있다. ▲희망스토어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이 월 약정액 2만 원 이상 ▲희망패밀리는 각 가정에서 월 약정액 3만 원 이상 ▲희망컴퍼니는 소기업 등에서 월 약정액 20만 원 이상을 후원하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희망어스 캠페인을 통해 후원한 기부금은 연말정산 시 개인 및 사업자는 소득금액의 30% 범위 내, 법인은 10% 범위 내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희망어스 캠페인 사이트 (www.hopeus.kr) 에서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캠페인에 참여하면 나무명패, 후원증서 등 각종 키트도 받을 수 있다. 송필호 희망브리지 회장은 "우리 주변의 재난 피해 이웃을 돕는 희망어스 캠페인에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라며 "희망브리지는 기부자의 소중한 뜻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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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현행 준연동제 유지 결정"...통합형비례정당도 준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4월 총선 비례대표 제도를 현행인 준연동형으로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위성정당 창당에 대응하기 위해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광주를 방문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이와 같이 선거제 개편 입장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준연동제는 불완전하지만 소중한 한걸음"이라며,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준연동제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위성정당'과 관련해서는,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당이 소수정당 보호와 이중등록을 끝내 반대했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지만,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여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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