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미래일보) 이중래 기자 = ‘지역갈등’과 ‘광주정신’을 정치풍자극으로 풀어낸 광주시립극단 제13회 정기공연 <달빛결혼식>이 지난 주말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무대에 올라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총 4회 공연에 1,200여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연극 <달빛 결혼식>은 나상만 예술감독의 1987년 작 <우덜은 하난기라>를 30년 만에 새롭게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달빛’은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합성어이며, ‘결혼식’은 두 지역의 ‘화합’을 상징하고 있다.
모두 11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지역감정이라는 딱딱하고 무거운 소재를 다양한 연극적 재미와 장치로 풀어내 역사의 모순과 지배자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하였다. 영호남 지역감정과 지역차별의 여러 에피소드(경상도 처녀와 전라도 총각, 전라도 고참과 경상도 졸병, 프로야구, 지역당, 5.18 등)를 위트 있게 병렬시키면서도 종국에는 영호남의 화합이라는 큰 주제를 이끌어냈다.
특히 인형극으로 진행되는 사자청문회에서는 김유신, 왕건, 박정희를 등장시켜 연극적 재미와 역사적 교훈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했다. 마당극적 요소 또한 관객이 직접 극에 참여하고, 배우와 소통하며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객석에는 특히 중년층이 주요 관람객들이 자리했다. 서울에서 관람하기 위해 내려온 김현명 한국수입협회 부회장(前 LA총영사)은 “현대사의 굴곡을 접할 때마다 울컥했다.”며 “연극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며 관람 후기를 말했다.
이번 연극에서는 단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원로 연극인 이승호(70)씨를 비롯해 한중곤, 노희설, 송정우, 최유정 등 총 22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섰다. 지난 2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후 약 3개월간의 연습을 거쳤다. 70대부터 2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이 연기 뿐 만 아니라 춤, 노래, 악기연주까지 최소 1인 5역을 소화하며 혼신의 무대를 선보였다.
연극을 통한 달빛동맹의 교류도 이어져왔다. 대구시립극단 최주환 예술감독은 배우 오디션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연습이 진행되는 3개월 동안 화술․ 사투리 지도를 맡아 일주일에 한 번 씩 대구와 광주를 오가는 열정을 보여 왔다. 앞서 대구시립극단은 40주년 기념작으로 나상만 감독의 연극 ‘멍키열전’을 무대에 올렸던 바 있다. 공연을 관람한 이홍기 대구연극협회장은 “작품의 주제와 형식이 파격적이다. 대구에 꼭 알려서 영호남이 함께 화합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 <달빛결혼식>은 박스 오피스와 포털 사이트에서도 화제로 떠올랐다. 개막을 앞둔 23일~26일 사이 공연계의 박스 오피스라 할 수 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서 2위, 인터넷 ‘D’포털 연극 검색 순위 5위에 오르는 등 서울 중심의 연극계에서 광주시립극단의 저력을 보여주며 이변을 낳았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개막 첫날 공연을 시민들과 함께 관람하며 배우와 극단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앞서 인사말을 통해 “역사와 광주 정신을 올곧게 세우는 계기가 되고 국민화합의 큰 울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박지원, 천정배, 최경환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진식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등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의 관람이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우리 시대의 오랜 갈등 속에서 김대중․박정희 두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은 미래의 희망을 제시했다.”고 관람 소감을 말했다.
나상만 예술감독은 “앞으로 더 다듬고 다듬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상징하는 대표공연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광주시립극단은 오는 7월 연극 ‘멍키열전’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광주수영선수권대회 개최 기념 광주문화예술회관 ‘그라제(7.13.~21)’ 축제 기간에 야외무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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