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9 (화)

  • 구름조금동두천 6.4℃
  • 맑음강릉 9.3℃
  • 구름조금서울 7.8℃
  • 맑음대전 8.1℃
  • 맑음대구 8.9℃
  • 맑음울산 8.6℃
  • 맑음광주 9.1℃
  • 맑음부산 10.3℃
  • 맑음고창 8.8℃
  • 구름많음제주 11.4℃
  • 구름조금강화 7.5℃
  • 맑음보은 6.8℃
  • 맑음금산 7.6℃
  • 맑음강진군 9.7℃
  • 맑음경주시 8.6℃
  • 맑음거제 6.1℃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이름 없는 길을 걷는 물

저수(貯水)의 역사에서 배우는 생명의 지혜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인류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원은 ‘물’이었다. 인류 최초의 정원인 에덴동산은 두 줄기의 강물에서 시작되었다.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정의했다. 생명은 물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인류의 문명은 늘 물을 둘러싼 투쟁과 협력 속에서 전개되었다. 강이 흐르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고, 그곳에서 도시와 국가가 세워졌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문명의 토대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이 물을 '저수'하기 시작한 순간은 곧 문명의 출발점이었다.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유역,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주변에서는 계절마다 반복되는 범람과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인공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동체적 선택이었다.

이집트의 나일강도 마찬가지였다. 나일강의 범람은 기름진 토양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을 안겼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파라오는 관개와 저수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것은 곧 국가 권력의 기반이 되었다. 중국 황허강 주변의 초기 농경사회도 큰 강의 범람을 막고 물을 모으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 그들에게 물은 곧 생존의 열쇠였고,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고 여겼다.

한반도 역시 물을 저수하고 다스리는 전통 속에 문명을 세웠다. 삼국시대에는 저수지와 둑을 쌓아 농업 생산력을 높였다. 대표적으로 백제의 저수지 기술은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신라의 보와 제방은 공동체적 농업 체계를 가능하게 했고, 고려·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적 차원의 수리(水利) 행정이 자리 잡았다.

세종대왕 시기에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수리 사업이 국가적으로 조직화되었다. 이는 농업 기반을 튼튼히 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켰다. 물의 확보와 관리가 곧 나라의 흥망을 가르는 중대한 과제였다.

오늘날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점점 망각해 가고 있다. 지구의 70%가 바다라 하지만, 인류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극지방 빙하와 지하에 묶여 있어, 실질적으로는 1% 남짓이다

. 21세기는 '물 전쟁'의 시대라 불린다.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으로 이미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물은 이제 석유보다 귀한 자원으로 불리며, 유엔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 지역에서 살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강릉의 가뭄, 남부 지방의 집중호우는 모두 기후변화와 연결된다. 때로는 넘쳐나고, 때로는 모자라는 극단적 변동 속에서 물을 어떻게 지혜롭게 관리할 것인가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우리는 흔히 수도꼭지를 틀면 당연히 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수많은 저수지와 댐, 정수 시설, 그리고 묵묵히 지켜온 관리 시스템이 존재한다.

물은 단순히 흘러가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땀과 지혜가 모인 결실이자 자연의 섭리 속에 주어진 귀한 선물이다. 우리는 다시금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한다. 낭비를 줄이는 작은 습관,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지혜, 하천과 습지를 보존하는 사회적 선택이 필요하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우리 세대가 지키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인류가 최초로 물을 저수했던 순간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려는 공동체의 지혜였다. 오늘날 우리는 그 지혜를 다시 배워야 한다. 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일은 단지 농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문제다.

돌과 모래, 풀잎 사이
끊임없이 흘러가며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마른 입술 적시고
뜨거운 땅 식히며
눈물처럼 맑게 스며드는 순간
생명은 다시 일어난다

바람이 지나가면 흔들리고
햇살 닿으면 빛을 품는다
그 어떤 것도
물의 자유 묶을 수 없다

흘러가며 머물고
머물며 흘러가며
끝내 강과 바다를 품는
그 길 위에 물은 노래한다

- 최창일 시의 시 '이름 없는 길을 걷는다' 전문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는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물은 우리 곁을 흐르지만, 동시에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저수의 역사 속에 담긴 생명의 교훈을 삶에 새겨, 물을 소중히 여기고 지혜롭게 다스릴 때 인류의 미래는 비로소 안전해질 것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배너
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쏘다 …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가 지난 11월 8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대한한궁협회, 인덕대학교, 서울특별시장애인한궁연맹,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 한문화재단, 현정식품 등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에는 약 250명의 남녀 선수와 심판, 안전요원이 참여해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어울림의 한궁 축제'를 펼쳤다. 본관 은봉홀과 강의실에서 예선 및 본선 경기가 진행됐으며, 행사장은 연신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했다. ■ 개회식, ‘건강·행복·평화’의 화살을 쏘다 식전행사에서는 김경희 외 5인으로 구성된 '우리랑 예술단'의 장구 공연을 시작으로, 가수 이준형의 '오 솔레미오'와 '살아있을 때', 풀피리 예술가 김충근의 '찔레꽃'과 '안동역에서', 소프라노 백현애 교수의 '꽃밭에서'와 '아름다운 나라' 무대가 이어져 화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성의순 서울특별시한궁협회 부회장의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한궁가 제창이 진행됐다.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한궁 대회는 건강과 행복, 평화의 가치를 함께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정치

더보기
부승찬 의원, "경기남부광역철도, 수지구민들과 조기 확정 반드시 이룰 것"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용인시병)은 6일 수지연대가 주관한 '경기남부광역철도 조기확정 촉구 걷기대회'에 참여해 "지난 총선 때 수지구민들께 약속드렸던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이미 타당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객관적으로 검증된 만큼 조기 확정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제가 가진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 수단을 다 동원해 반드시 착공되게끔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6일 부 의원은 수지연대 회원 등 200여명과 함께 신봉동·성복동 일대 3.1km를 걸으며 주민들과 수지구 교통복지, 용인-서울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 정체 해소 방안을 비롯해 지역 교통 현안 전반에 대한 주민 의견을 꼼꼼히 들었다. 걷기대회에 참여한 한 수지 주민은 "출퇴근길마다 꽉 막히는 도로를 지날 때마다 '언제쯤 전철을 탈 수 있을까' 하는 마음뿐"이라며 "경기남부광역철도가 설치되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꼭 착공까지 이어졌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부 의원은 "주민의 말씀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절박한 호소로 들린다"라며 "주민들의 간절함을 국토교통부와 전하고 끊임없이 설득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최선을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