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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름의 끝, 익어가는 시간"… 8월, 기다림 속에 빛을 품다

입추 지나도 여전한 열기…계절과 사람, 서두르지 않는 성장의 기록


(서울=미래일보) 최현숙 기자 = 달력 속 '입추'라는 글자를 본다. '말복'도 여전히 반갑다. 입추와 말복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알아차리는 절기다.

아침과 밤공기는 가벼워졌지만, 한낮의 열기는 여전히 물러설 줄 모른다. 장마가 끝났지만 숨 고를 틈은 짧고, 우리는 여전히 여름 한복판에 서 있다. 예년보다 더위가 오래 갈 것이라는 예보는 계절의 발걸음을 마음보다 훨씬 느리게 만든다.

이 시기는 여름의 정점이자, 가을의 그림자가 스며드는 문턱이다. 나뭇잎 사이로 스치는 빛의 각도와 들판을 어루만지는 바람, 밤을 흔드는 풀벌레 소리 속에 이미 다음 계절이 숨어 있다. 그러나 장마 피해로 무너진 들판은 계절을 반기는 마음에도 조심스러움을 남긴다.

마른 땅에 단비처럼 반가웠던 비가 때로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햇살 속 우리는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깨닫는다. 익어간다는 것은 곡식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멀리 바라본 들판처럼, 사람의 마음과 삶 속에서도 조용히 변화가 자라고 있다. 그렇게 계절이 변하듯, 우리 곁에서도 누군가는 조금씩 다음 장을 준비한다.

이제 곧 군복을 입게 될 아이를 본다. 시간은 익숙한 얼굴로 스쳐 지나가지만, 어느 날 문득 낯선 순간을 가져오기도 한다. 부모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 모습 같던 아이가 제 몫의 책임을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말보다 먼저 가슴 깊은 울림이 일어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단단해지는 시간을 묵묵히 지켜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사랑은 기다림을 익혀가는 시간이다. 대학생이 된 아이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스스로 대부분의 비용을 감당했다. 큰 결정 앞에서는 도움을 청했고, 생일이면 작은 선물과 봉투를 건넸다. 그 속에는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의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그 성장을 지켜보는 마음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채워진다.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아이는 자랐고, 계절은 바뀌었다. 삶은 흐름 속에서 조금씩 나아간다. 때로는 어린 시절이 그리워 시간이 빠르게도 느껴지지만, 잘 자라준 모습에 대한 감사함이 더 크다. 이제는 빈자리를 세지 않고, 아이가 채워갈 시간들을 믿는다. 그것이 지금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응원이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여름 속에 있으면서도 조금씩 가을을 읽는다. 자연이 그러하듯, 사람도 익어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계절과 마음이 엇박자를 낼 때도 있지만, 계절은 속삭인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긴 여름의 끝에서 누군가는 출발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무언가를 떠나보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내 안의 시간을 채우는 일이다. 비워진 자리는 공허가 아니라, 새로운 감정과 의미로 채워질 여백이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과일처럼, 시간도 마음도 어느새 속을 충실히 채워간다.

8월은 더 이상 뜨겁기만 한 계절이 아니다. 멈춤과 익어감이 함께 걷는 시기. 다음 계절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기다림은 이미 우리 안에서 빛을 품고 자라고 있다.

gktkfkd04tk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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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림문학회, '제14회 녹색문학상'에 이열 <느린 인간>·명은애 <벌목공에게 숲길을 묻다> 공동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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