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시코만에서 북대서양으로 흐르는 걸프 스트림은 시간당 평균 약 6.4km로 흐른다. 이 강한 해류에 휘말리면 수백 km 이상 멀리까지 배가 이동할 수 있다. 독일 U보트도 걸프 스트림 인근을 활용해 선박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공격 후 도망치는 데 이용했다.
진도 앞 바다에 있는 시속 18km 이상의 울돌목은 조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무인도 옆에서 빠르게 흐르는 물살이 내려오다가 해협 중앙에서 밀려오는 썰물과 부딪혀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이순신 장군이 적의 함선을 제압해 승리로 이끌었던 것도 이 울돌목인 명랑의 전쟁터 같은 조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수평선은 고요하고 넓지만, 그 아래 물길은 미친 듯이 회전한다. 섬과 해안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남서해안은 좁은 해협과 복잡한 지형으로 인해 조류 변화가 빠르다.
특히 밀물과 썰물 전환 시에는 급격한 속도와 방향 전환이 발생한다. 그래서 물의 흐름이 가속화된다. 물이 좁은 공간을 빠르게 통과하며 생긴 물때에 밀리면 쉽게 먼바다로 더 밀려간다.
세월호 참사를 낸 진도 앞 맹골수도도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푸르지만 바다 아래는 강한 물살이 지배하는 곳이다. 워낙 조류가 강하고 복잡해서 해군조차 신중하게 항해하는 곳이다.
큰 여객선이나 상선은 기상 악화 시에는 진입을 피하고 우회하는 지역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사고 당시 선장은 조타를 항해사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웠다. 조타수는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무거운 화물이 쏠리며 배 전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선장은 맹골수도 부근의 항로에 대한 이해 없이 진입했음이 분명하다. 심한 조류 지역에서는 잠깐의 판단 착오로도 생명의 위협이 따른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선장이 자리를 비우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선장은 사고 직후에도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함으로써 구조 기회를 놓쳤다. ‘즉시 갑판으로 대피하라’고 해야 했다. 배는 기울고 탈출로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선장의 방송은 심리적 공포 속에서 탈출을 늦추는 족쇄 역할을 했다.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린다는 것은 실제로는 매우 위험하다. 겉보기에는 안전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탈출로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가 기울면 바닥은 더 이상 바닥이 아니다. 가구나 냉장고 등 무거운 물건들이 한쪽으로 몰리며 통로도 막힌다. 물이 차오르며 수압으로 문은 열기 어렵다.
그리고 전력 중단으로 선내는 암흑이 되어 구조대가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이 된다. 이런 연유로 선박의 기울기 초기가 탈출의 골드타임이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 침몰이 빠르기 때문이다. 조기에 바다로 나오게 하는 것이 승객들에게 생존의 길임을 정말 선장은 몰랐을까.
선장한테는 책임감과 판단력이 특히 요구된다. 바다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지식과 많은 경험도 물론 필요하다.
울돌목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지역의 특성을 이용해 조류가 전략적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조류가 사고 대응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승무원들은 조류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인식해야 하는 덕목이다.
선장에게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항로 이탈 등 규칙을 초월하는 권한을 준다. 선박 내의 최고 통수권자다. 대통령이 국민을 하나로 이끌고 중요한 국가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와 판단력이 필요하듯이, 선장도 기상 변화와 사고 발생 시 승객의 안전 보호를 책임지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게 된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나 선장의 안전 행위는 리더로서 많이 닮았다.
리더쉽이 없는 리더가 이끄는 길은 매우 위험하다. 위기 상황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리더쉽 없는 리더와 함께하는 것은 침몰을 자초하는 일이다. 품격과 자실을 갖춘 리더가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사)국제PEN한국본부, (사)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UPLI-KC)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울림>과 <문학의 뜨락> 등 동인지에 작품을 기고하고 있다. 올해부터 세종여성플라자 새봄기자단과 뉴스피치 시민기자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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