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인은 로빈 던바(Robin Dunbar·옥스퍼드대) 교수가 30년간 분석한 자료를 들어가며 말을 이어간다. 참고로 던바 교수는 '사랑에 관한 연구'와 같은 흥미로운 저서의 심리학자다. 던바 교수는 인간이 주저 없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회적 뇌'는 150명이라 한다. 150명이라는 수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공동체의 크기를 가리킨다. 피그미족이 이루는 공동체는 150명이다. 피그미족을 예로 든 것은 신체가 작은 인간이 가장 순수하게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종족을 하나의 사례로 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조사한 결혼식의 하객은 평균 144명이었다. 수천만 명이 도시에 모여 살지만, 인류가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의 크기는 일정한 수준이라 설명한다.
던바 교수의 분석은 친밀이란 인간이 이루는 공동체의 크기를 친밀함에 따라 구분이 된다. 우정의 원리라는 가설로 절친한 친구 수는 5명, 친한 친구는 15명, 선호하는 친구는 50명인 식이다. 서로 이름을 기억하는 친구는 1500이었다. 던바 교수가 말하는 이름의 기억을 1500명이라는 숫자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학자의 오랜 연구서이니 그렇게 인식을 해두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던바 교수는 인간이 SNS로 대화를 한다고 해도 150~250명 정도고, 다수의 SNS 이용자가 현재의 우정을 공고히 다지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매우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절친은 왜 필요할까.
외로움은 독감 바이스처럼 전파된다는 연구 결과다. 미국의 시카고대 존 카시오포(John Terrence Cacioppo,1951~2018)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 내용이다.
연구진은 1983년부터 미국 프레이밍햄 지역에 사는 4500명에게 일주일에 얼마나 자주 외로움을 느꼈는지 조사했다. 2년 단위로 조사한 결과, 외로움은 불신이나 부정적 감정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는 2009년의 자료다. 근간에 들어 전염병과 같은 외부환경으로 인한 외로움과 순수한 환경의 외로움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외로움을 느낀 사람은 친구와 동료에 원치 않는 이야기로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타인을 긍정적으로 대하지 못한다. 결국, 친구를 잃게 된다. 따지고 들어간 분석의 결과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않은 사람보다 4년간 약 8% 정도 친구가 줄어들었고, 이런 경향은 여성이 남성보다 강했다.
외로움을 타는 사람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5배나 높았다. 외로움이란, 자신도 모르게 사회관계로부터 무너지는 결과를 만든다. 결국, 외로움이란 나 자신과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는 척도다.
학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만나면 밝게 웃는 절친이 있다. 30년 이상을 돈독하게 지내는 송봉구 회장과 김진우 교수다. 송봉구 회장은 전자업계에 종사한다. 경쾌한 절친이다. 필드에서 오케이를 잘 주어 오케이 발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송봉구 회장은 밝음과 경쾌함을 받는 자가 아니라 주는 편의 절친이다.
김진우 절친은 중앙대 교수로 재직을 했다. 김 교수는 음대 학장으로 현직에 있을 때 작곡 발표회에 초대를 받아 가곡의 까상까상함(빨래가 바짝 마른 상태)을 깨워주었다. 절친들의 만남은 외로움을 날려준다. 하루가 멀다고 만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가 궁금하다 싶으면 띵똥띵똥 누른다. 만나면 밝은 대화다. 무엇이 좋은지 웃는 시간이 많다. 자녀들의 성장에 조언을 주고받는다. 열하일기의 박지원 작가는 1800년대에 하층 그룹에 사는 친구를 사귀고 토론의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는 노론의 명문가였지만 아내와 형수에 의존하여 살았다. 과거를 멀리하고 직장을 갖지 않았던 연유다. 아내와 형수가 세상을 떠나자 생활고를 겪는다. 젊은 나이에 사귄 친구들이 사실을 알고 뛰어왔다. 그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노년을 즐겁게 지냈다. 그는 중풍으로 세상을 떠나며 친구를 불러 웃고 떠들게 하며 눈을 감았다. 오늘은 우래옥에서 송봉구, 김진우 절친을 만나는 날이다.
외로움을 건너는 강은 결국 절친, 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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