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의 "남편은 민주화의 아버지"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2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순자 씨를 향해 "경거망동 말라. 국민이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마저 농락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전두환을 비롯한 5.18 범죄자에 의한 역사모독, 피해자 모독 발언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며 "범죄자들과 그 비호세력의 세 치 혀에서 나온 말들은 피해자들에게는 또다시 그해 오월의 총칼이 돼 상처를 할퀴고 있다"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변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도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각종 법안을 애써 외면하는 한국당에게도 묻는다. 같은 생각인가. 이순자 씨 말에 동조하는가"라고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에 부여된 책무를 이행하고 역사적 진실을 명확히 하는 것만이 경거망동한 반역사적 발언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자행한 지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변함없는 뻔뻔함은 따를 자가 없음이 분명하다"며 "이순자 씨는 어불성설 그만하고 참회와 속죄의 길을 걷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노영관 상근대변인은 "희생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로 살아온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며 "만행으로 인해 죽어갔던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되돌려놓고 억울함을 토로하라"고 비판했다.
노 상근대변인은 "온갖 위헌·불법적 만행도 알츠하이머 투병 탓에 깨끗이 잊고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주장하는 것인가"라며 "건강상태를 앞세워 재판과 증언을 피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꾸고 기대하는 국민 앞에 함부로 민주주의 운운하지 마라"고 말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기가 막힌다. 해외토픽에 나올 일"이라며 "전두환이 민주주의 아버지라니 신년 벽두에 이 무슨 망언인가"라고 질타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용납할 수 없는 작태"라며 "5.18진상규명에 앞장서서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5.18단체들과 광주시민을 정면으로 모욕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5.18과 한국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면서 "5.18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 진상규명작업이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당은 5.18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자기 최면도 이만하면 병"이라며 "전씨는 광주를 생지옥으로 만든 학살자다. 그런데도 전씨는 단 한 번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부부가 회고록을 내며 자신들도 5.18의 억울한 희생자라며 망언을 늘어놓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씨는 남편이 치매를 앓아 5.18 관련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며 "치매를 앓으면서 재작년 회고록은 어떻게 냈는지, 골프 치러 다니던 사람은 전씨가 아니고 전씨 아바타인지 의아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40여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전씨 부부가 민주주의와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같다. 뻔뻔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며 "전씨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조금이나마 유지하고 싶다면, 광주 영령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바에야 전씨 부부는 그 입 다물고 더 이상의 망발을 멈추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순자 씨는 한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단임제를 이뤘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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