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햇살론, 미소드림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이용자 60% 이상이 6등급 이상의 중신용자로 집계돼 8등급 이하의 극저신용자 지원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0년 초 ‘카드대란’으로 발생한 소위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정책서민금융상품을 내 놓았으나 아직도 100만 명에 달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서민금융연구원(원장 조성목)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서민금융지원체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변제호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을 포함한 정책서민금융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소금융의 경우 당초 차상위계층 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서 현재는 차상위계층 또는 6등급 이하로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햇살론과 바꿔드림론은 6등급 이하(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2600만원 이하에서 6등급 이하(소득 4500만원 이하) 또는 3500만원 이하로 확대됐다.
그런데 서민금융시장 현황을 보면 1~3등급의 고신용자는 대출이 충분하게 공급되는 반면 중신용자, 저신용자로 갈수록 필요한 자금만큼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책서민금융상품 또한 공급 비중을 보면 이용자 중 8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9.2%에 불과했다. 미소금융의 경우 6등급 이상 지원 비중이 64%고 햇살론 47%, 바꿔드림론 24%, 새희망홀씨 80%에 달한다. 반면 저신용자에 속하는 8등급 이하는 미소금융이 10%, 햇살론 14%, 바꿔드림론이 22%, 새희망홀씨가 3%에 그쳤다.변제호 과장은 "정책서민금융상품도 금융상품으로 부실률 등을 우려해 우선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게 지원이 이뤄진다"며 대상자의 적정성에 대해 지적했다.
변 과장은 "서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서민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라 거절을 하는 비율도 높다"며 "예컨대 햇살론의 승인비율이 50% 수준으로, 서민금융상품의 이면에는 거절된 사람도 존재한다. 등급이 낮을수록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등 상품 특성이 획일화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대출상품의 다양성은 빌려주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금리체계가 얼마나 다층적인가에 달렸는데, 현재 정책서민금융상품을 보면 금리 등이 획일화돼 있다"며 "모든 상품의 금리 수준을 (신용등급에 따라) 통일하다 보니 상품의 다양성이 줄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민금융체계 개편 과제로 △대상자 적정성 △시장금융과의 조화 △부실률 △한정적인 재원 등을 꼽으며 "저신용자에게 자원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공급량을 계속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 과장은 "4대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자 중 6등급 이상 비중이 60%에 달하는 반면 8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9.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햇살론의 재원인 복권기금이 내 후년부터 출연이 종료되고 미소금융의 경우도 지역법인에 대한 기부금이 사실상 종료되었고 휴면예금 출연규모도 감소하는 등 재원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채무조정신청자들의 평균 연체기간이 40개월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증현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현행 서민금융지원체계는 전체체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합성한 결과 복잡한 체계를 형성하게 되어 실수요자들이 알기 힘들고 취급실적이 저조한 상품이 많다"며 "상품의 다양성 확보와 취약계층의 지원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맞춤형 채무조정 기능강화와 효과적인 서민금융 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전 부총리는 이어 "서민들의 수효 측면보다는 주로 공급자적 시각에서 제도가 설계·운영 되어 온 측면이 강해 실수요자들의 맞춤형 지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책 서민금융은 금융과 복지 정책 간의 균형을 도모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변 과장은 채무조정착수를 연체 후 빠른 시기내로 앞당기고 채무과중도에 따른 차등적 원금 감면율을 적용하며 복잡하고 중복적인 지원체계를 단일화 하는 등 개편 방향을 밝혔다.
또한 신용상담기능을 확충하고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사회적가치 창출이 큰 기업에 대한 민간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재정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개편방향을 밝혔다.
조성목 원장은 인사말에서 "지금은 새로운 포용적 금융이 필요한 시기"라며 "과거와 같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시장과 수요자가 모두 만족하는 금융시대를 여는데 매진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조 원장은 이어 "현재 우리는 늘어나는 가계부채, 금융의 양극화, 금융소외의 확대, 불안전한 신용회복지원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한 때"라며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역량을 최고조로 하여 서민금융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그러면서 "저희 연구원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 전문가 뿐만 아니라 유관단체들의 참여도 절실한 상황"이라며 "전문가들과 관련 단체들이 협업해야만 좋은 정책도, 좋은 상품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격려사를 통해 "당장의 현안에 급급한 관점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까지 아우르는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안이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 의원은 "그동안 한계체무자, 다중채무자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정부의 정책금융상품들이 많이 있었다"며 "그러나 소외계층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보다는 단기적 대책이 주를 이루었고, 그나마도 공급자 위주의 상품들이다 보니 획일적인 잣대로 대상자와 비상대자를 가르게 되어 금융서민들의 개별 사정을 다 헤아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어 "서민금융 분야와 관련하여 특화된 연구기관이 없었던 차에 서민금융연구원의 출범으로 건강한 금융사회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연구원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당장의 현안에 급급한 관점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까지 아우르는 서임금융지원체계 개편안이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나선 저축은행중앙회 한대호 상무는 "중금리대출 영역을 넓혀주고 신용정보공유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농협중앙회 류정훈 팀장은 "정책금융상품 업무가 너무 복잡하고, 심지어 보증서 발급에 1개월이나 걸려 민원이 많다"며 개선을 요청했다.
또한 신협중앙회 고광득 부장은 "정책상품들이 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어 농촌지역은 대상자가 많지 않아 농어업 종사자도 대상이 되도록 확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회연대은행 안준상 본부장은 "비영리법인이 정책자금을 중개하기는 어렵다"며 "대출에 대한 책임을 묻기 때문이라"고 애로를 밝혔고, 한국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차원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좌장을 맡은 한국임팩트금융 이종수 대표는 "모든 사회 현상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우는 풍토에서 벗어나 사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음을 인식하는 차원에서 서민금융지원체계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00여명이 참석해 3시간 반 동안 열띤 토론을 펼친 이번 포럼에는 금융감독원 이상제 부원장, 저축은행중앙회 이순우 회장, 한국대부금융협회 임승보 회장, 서울대학교 최현자 교수가 참석했다.
플로어에서는 금융기관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임직원들의 질문이 이어졌으며, 상담기능 확충과 서민금융 관련 NGO를 활용하는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포럼을 주최한 서민금융연구원은 서민금융연구포럼으로 출발해 작년 9월 금융위에서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금년 5월 서민금융연구원으로 명칭변경 허가를 받았다.
은행업권에는 금융연구원이, 보험업권에는 보험연구원이 있고 투자업권에는 자본시장연구원이 활동해 왔으나 서민금융권에 특화된 연구기관이 없어 전문적 연구가 부족한 현실이어서 서민금융 전문 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었다.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