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詩가 있는 아침] 공현혜 시인의 '같이 살자'

시대를 버텨낸 존재들을 위한 헌사이자,
우리 모두에게 '뿌리 같은 우리'로 살아가자는 아름답고 절실한 요청



같이 살자
- 공현혜 시인

수직으로 때려야 하는 것은 못이다
톱은 힘을 빼야 말을 듣는다
모두 사람의 말이다
잘려 나가는 나무와
평생을 한자리에서 녹슬 못
그들의 말은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다
세상도 수직이나 수평으로 자란다
포장된 놈들만 그렇다 해도
보이는 놈들은 아무 말도 듣지 않는다
한 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겉모습으로 눈치챌 수 없이 비범하다
어떤 신호를 주고받아
사람이 사람을 수직으로 치는지 몰라도
현존하는 인내로 심장이 벌떡 일어서게 하고
갖가지 방식으로 손톱을 세워 살아내는 우리,
뿌리 같아도 하나로 살지 못하고
완연한 자유로 살아가지 못해도
같이 살자 같이 살자 같이 살자
천국은 나라라 하고 지옥은 감옥이라 하더라도
이승에서 같이 살다 보면 뿌리 같은 우리다.

■ 시작 노트
매화나무 몸통에서 꽃이 피더니 열매를 키웠다. 굵은 가지 새 가지에 태어난 놈들보다 요 한 놈이 더 매화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실나무, 또는 매화나무로 불리는 이름은 달라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이고, 늙은 몸에서 정력이 되살아나는 회춘(回春)을 상징 한다고 했다. 그럼 이 놈이야 말로 매실이다. - 공현혜 시인

■ 감상
공현혜 시인의 '같이 살자'는 산문시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언어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이며 시적 긴장을 잃지 않는다.

시인은 '못'과 '톱'이라는 공구를 통해 인간 사회에서의 소통, 억압, 인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못'은 '수직으로 때려야' 하는 존재, '톱'은 '힘을 빼야 말을 듣는' 존재로 표현되며, 이 둘은 인간의 말과 태도에 대한 메타포이다.

'잘려 나가는 나무', '녹슬 못'은 시대에 희생당하거나 외면당한 존재를 상징한다. 그들의 말은 들어주는 이가 없고, 세상은 수직적 권위와 수평적 질서로 포장된 자들만이 보이지만 그들 역시 진실한 소리는 듣지 못합니다. 이처럼 시인은 외면당하고 가려진 존재들의 고통과 말을 조명한다.

결국 시인은 "같이 살자"는 문장을 세 번 반복함으로써, 상처받은 존재들 간의 연대와 공존을 절절하게 호소한다. 그 외침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뿌리처럼 얽히고 설킨 존재들의 운명 공동체적 고백이다.

공현혜 시인의 이 산문시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연대의 외침이다. 누군가는 못처럼 억눌리고, 누군가는 톱처럼 힘을 빼고 살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시인은 뿌리처럼 엉켜 살아가는 우리들이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같이 살자'는 말은 단순히 물리적 공존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듣고, 단단히 뿌리 내리며 살아가자는 깊은 윤리적 호소이다.

공현혜 시인의 언어는 차분하지만 단단하며, 절제 속에서 뜨거운 생명력을 발산한다. 시대를 버텨낸 존재들을 위한 헌사이자, 우리 모두에게 "뿌리 같은 우리"로 살아가자는 아름답고 절실한 요청이다. - 장건섭 시인

■ 공현혜 시인
1966년 경남 통영 출생. 2009년 <현대시문학>, 2010년 <서정문학> 詩 부문 등단.
(사)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연구위원, (사)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사)한글문인협회 회원.
경북문협·통영문협·경주문협·한국불교아동문학회·경남아동문학회 회원.
한국서정문학대상, 경북작가상, 에스프리문학상, 시와창작 특별문학상 수상.
시집 '세상읽어주기', '애벌레의 꿈', '폭풍 속으로' 外 공저 시집 다수

i24@daum.net
배너
[詩가 있는 아침] 이문자 시인의 '먼지, 떠돌다', 잊힌 방에서 길어 올린 시적 기록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도시의 작은 방, 한때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던 공간에 어느 날 차가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따뜻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낡은 가구의 흔적과 먹빛의 기억만이 남았다. 이문자 시인의 시 '먼지, 떠돌다'는 일용근로자의 불안한 삶과 소외된 인간 존재의 고단함을 밀도 있는 언어로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시 속의 그는 비 오는 날이면 일을 나가지 못해 하루가 막막한 일용근로자다. 부스러기 돈을 모아 방세를 내고, 월세 보증금은 점점 줄어 조각만 남는다. 문 앞에 쌓인 광고지 더미만큼이나 오랜 시간 인기척도 없던 방. 주인 할머니가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엔 텅 빈 공간과 함께 '죄송합니다'라는 미완의 문장만이 방 벽에 남아 있었다. 벽에 붙은 수많은 전화번호는 마치 떠도는 먼지처럼 아무 데도 연결되지 않고, 사람의 흔적조차 푸석푸석하게 버려진 그의 지난했던 날만이 공간에 남는다. 시인은 이 모든 풍경을 '먼지'와 '떠돌다'라는 상징적 언어로 포착해낸다. 존재하지만 곧 사라지는, 그러나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생의 기록을 정제된 시어로 증언한다. 이문자 시인은 "작은 방 하나에도 수많은 사연이 쌓이고, 말없이 사라지는 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개헌개혁행동마당' 등, "직접민주제 초특급도입 등 개헌공약후보 나와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광복 80주년을 3개월 앞둔 지난 15일(목)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개헌개혁행동마당' 주최 및 9개 시민단체 연대협력 아래 '국민연대' 등 36개 시민단체가 '제7공화국 수립 관련 공개질의와 직접민주제 도입 등 개헌일정 공약촉구 기자회견'을 주관하고 21대 대통령 후보 7인 전원에게 "차기정부 최고중요 정치과제와 제7공화국 수립방안을 각각 밝혀라"며 "직접민주제 도입 등 국민주권보장 부분개헌과 주권재민 연성헌법 전환일정을 공약하라"고 요구했다. 이근철 '국민연대' 상임대표 등 참여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문을 순차적으로 낭독하면서 "지난 5월 9일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정당이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약칭 광장대선연대 또는 광장연대)와 함께 이재명을 광장후보로 지지하면서 "대선 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통해 국민참여형 개헌을 임기 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왜 10대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그밖에도 이들 대표는 “거대양당을 비롯한 원내정당은 우리의 애국애민 정신을 철저하게 외면하여 조기대선과 부분개헌 동시실시는 현실적으로 물거품이 되

정치

더보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