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14일 '월인석보', '하피첩' 등 보물 급 문화재 18점을 공매로 매각해 38억 1,500만 원(건당 평균 2억 1,194만 원)을 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값으로 측정할 수 없는 귀한 문화재들이 국가와 공공으로 들어왔음에도 1점당 평균 ‘2.1억 원’ 때문에 공매로 나왔던 것이어서, 과연 이와 같은 공매가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미래일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4일 보유 중이었던 19점의 보물급 문화재 중 18건을 공매로 매각했다. 이들 문화재는 검찰이 지난 2011년 김민영 전 부산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압수하여, 예금보험공사가 인계 받아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등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이 중에는 세종이 직접 지은 찬가인 '월인천강지곡'을 수록하고 있으며 초기 훈민정음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는 보물 제745-3호 '월인석보'(7억 3천만 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직접 짓고 친필로 쓴 보물 1683-2호 '하피첩'(7억 5천만 원), 조선 최초의 법전 '경국대전' 중 현존 가장 오래된 것인 보물 1521호 '경국대전 권3'(2억 8천만 원) 등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보물 중 보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15.9월 경매출품 지정문화재 낙찰현황> (단위: 백만 원)
연번 | 명 칭 | 종 목 | 매각금액 |
1 | 정약용 필적 하피첩 | 보물1683-2 | 750 |
2 | 월인석보 | 보물745-3 | 730 |
3 | 경국대전 권3 | 보물1521 | 280 |
4 | 이한진 전예경산전팔쌍절첩 | 보물1681 | 200 |
5 |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권상2의2, 권하3의 1~3의2 | 보물1219-2 | 170 |
6 | 선종영가집(언해) 권하 | 보물1163 | 160 |
7 | 반야심경소현정기(언해) | 보물1708 | 160 |
8 |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권1 | 보물1518 | 150 |
9 | 김현성 필적 | 보물1626 | 150 |
10 | 몽산화상법어략록(언해) | 보물1012 | 135 |
11 | 지장보살본원경 | 보물1567 | 130 |
12 | 해동조계복암화상잡저 | 보물1459 | 125 |
13 | 육경합부 | 보물965-2 | 125 |
14 |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 | 보물1520 | 115 |
15 |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6~10 | 보물1193-2 | 115 |
16 | 묘법연화경삼매참법권상 | 보물1519 | 110 |
17 | 대혜보각선사서 | 보물1662 | 105 |
18 | 대승기신론의기 권상,하 | 보물1663 | 105 |
합 계 | 3,815 |
* 출처 : 예금보험공사 제출 자료.
예보, 문화재 공매에 대한 기준조차 없어
현재 문화재보호법 상으로는 보물급 문화재라 하더라도 사인 간 양도가 가능하다. 동법 제33조에서 ‘소유자 관리의 원칙’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문화재 보유가 가능하고, 같은 법 제40조에서 소유자가 변경될 경우 문화재청에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사인 간의 양도도 가능한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번 건의 경우 이들 문화재들이 국가와 공공의 영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김 전 저축은행장이 보유하던 문화재들은 검찰을 거쳐 예금보험공사로 들어왔고 이들은 국립박물관에 보관 중이었다. 결국 1점 당 2억 원 꼴의 금액을 보전하기 위해 공공으로 돌아온 보물 문화재를 공매로 되판 것이 된다.
다행히 이번 경우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에서 1차적으로 공매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에 일부 제한을 걸어 18점 모두 박물관이나 미술관, 종교재단 쪽으로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매 제한은 문화재 공매에 대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공사가 원 소유주인 김 전 저축은행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루어진 것이다.
김 전 저축은행장은 해당 보물들을 인계하면서 ‘공공성 있는 기관에 매각해 달라’ 는 요청을 했으며, 예금보험공사는 국유재산법 제43조의 자격제한 규정에 근거하여 경매에 응찰할 수 있는 기관을 공공성이 있는 기관으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한은 문화재 공매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아니고 매각주체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보물의 공매 매각 건의 경우 개인이 응찰하였다 하더라도 법령이나 예금보험공사 내부규정 등에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설명이다.
문화재청도 이러한 문화재 공매에 대해 대책이 없긴 마찬가지다. 문화재청은 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예보의 공매처분은 상법에 근거한 정상적 절차로 판단되며 이러한 문화재 거래 및 채권행사를 위한 공매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