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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소크라테스도 고민하는 이름 짓기'

"책의 제목은 책장을 넘기기 전 읽어야...제목을 보면 본문을 유추할 수 있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시(詩)도반은 故 황금찬 선생과 우이동, 한마을에 살면서 행사장 동행이 잦았다. 비 내리는 여름날이다. 이탄 시인, 황금찬 선생과 한국기독교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청주 동행이었다. 황금찬 선생은 평소 유머가 많다.

문인들의 여자관계도 구수하게 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야기 끝에는 "내가 본 것이 아니에요. 들은 이야기에요"라며 마무리한다. 이야기가 끝났다 싶은데 한참 후 다시 강조한다. "시도반 선생, 내가 목격을 한 것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입니다"라고 다시 못 박음질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참을 웃곤 했다.

이야기 중 이탄 선생이 한 달에 한두 번은 고스톱을 치는 것이 낙(樂)이라 한다. 황 선생은 시인이 고스톱을 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 당부한다. 황 선생은 교회 장로다. 이탄 선생은 정년 후 유일한 낙이라며 웃는다.

청주 가는 길은 멀었다. 황 선생은 시집을 펴내며 제목에 신경이 쓰인다는 화두를 꺼낸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세상의 모든 짐승과 식물의 이름을 짓는 것에 신경이 크게 쓰였을 것이라 한다. 선생은 악기 중에 가장 퇴폐적인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말이 없자 '섹소폰'이라 한다. 교회 연주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색다른 지론을 말했다. 그러면서 동화 같은 이야길 한다.

어느 봄날, 천지를 창조하고 하나님께서 동물들에 전달했다. 이름을 짓는 날이니 아침 8시에 늦지 않게 동산으로 모이라는 것이다. 이름은 물론, 아직 나누어 주지 못한 눈도 나누어 준다 했다.

동물들은 들뜬 기분으로 이른 아침 줄을 서서 이름과 눈을 받아갔다. 호랑이가 제일 먼저 왔다. 포효가 들어간 이름과 부리부리하고 큰 눈을 받아갔다. 다음이 사자였다. 역시 용맹하고 부지런한 맹수들은 눈과 이름을 중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물 중에서 눈이 가장 밝다는 독수리가 세 번째로 왔다. 하나님은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독수리에게 동물 중 가장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나누어 주었다. 심지어 물속 물고기의 유영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이었다.

한참을 나누어 주다 보니 정오가 지나고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코끼리가 느린 걸음으로 늦게 도착했다. 눈이 담긴 바구니를 털어내어도 눈이 바닥이 났다. 다시 한 번 바구니를 털어보니 아주 작은 눈이 겨우 두 개 남아 있었다. 코끼리는 덩치와 비교하면 눈이 작다고 하소연하였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지렁이가 코끼리 뒤에 들어왔다. 아무리 바구니를 털어도 더 이상 준비된 눈이 없었다. 바닥이 난 것이다. 지렁이는 이름은 받았으나 눈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동식물 중에 유일하게 지렁이만 눈이 없는 이유라 한다. 우리는 황 선생의 동화 같은 이름짓기와 눈에 대한, 이야길 들으며 청주에 도착한 일이 있다.

어느 시인은 건물의 문고리를 잡으면 제목이 떠올려진다. 건물에 들어가려면 문에 달린 손잡이를 밀거나 당겨야 한다. 건물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연결의 시작이다.

책의 제목은 책장을 넘기기 전 읽어야 한다. 제목을 보면서 본문을 유추한다.

미국의 출판인 앙드레 버나드는 "제목은 책의 눈동자"라 했다. 글을 다 써넣고 제목을 붙이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는 작가의 일상과 같다. 한국에서 4백만 부가 팔린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미국에서 <정의>라는 밋밋한 제목이었으나 한국에 들어오면서 국내 출판사의 재치로 의문형의 제목으로 다듬어졌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제인 오스틴이 애초에 '첫인상'으로 탈고한 소설은 편집의 과정과 주변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오만과 편견>으로 제목의 옷을 입었다.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는 광화문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광화문 그 사내'로 출간될 뻔한 재미난 후일담을 들었다.

<명량>의 영화 제목도 그렇다. 그동안 '성웅 이순신', '이순신'과 같은 이름 나열식 제목으로 수많은 영화를 제작하였으나 실패를 하였다. 구태의연한 제목이 아닌 <명량>, <한산>이라는 호기심의 제목이 될 때 천만 관객으로 환호하여 주었다.

지적인 소설가로 알려진 장 폴 사르트르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문학의 언어를 '사물의 언어'와 '도구의 언어'로 나눴다.

사물의 언어는 작가의 투명한 정신을 말한다. 시(詩)의 경우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투명하고 순수한 언어다. 도구의 언어는 산문과 같은 언어들로 구분한다. 제목은 어디에도 구애받거나 치우치는 경우가 아니다.

기발한 제목으로 서점의 좌판에서 독자의 걸음을 멈추게 하면 된다. 뻔한 말이지만 제목은 내용을 압축이다. 제목에 너무 많은 것을 넣다 보면 오히려 힘이 빠진 제목이 될 수 있다. 책의 이름 짓기는 소크라테스도 고민했다 한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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