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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한며들고'와 '미며들고', 욕망하는 언어

"모국어의 숲은 착한 요정이 지켜주지 않는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미며들고' 단어가 생소하다. 소준섭 박사의 조간신문 칼럼 제목 부분이다. 인터넷 사전을 두드린다. 붉은 글씨로 ‘없는 단어’라 나온다. 칼럼을 읽어가면서야 '스며들다'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신조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으며 '윤여정에 스며들었다'라는 말이 나왔다. '윤며들다'는 말 등 '~며 들다'와 같은 유행어로 해석하면 쉽게 이해될 성싶다.

부유하였던 예전 미국이 아니다. 프런티어 정신은 퇴색되었다. 특정 나라의 돌기(우뚝 솟음)를 인정하려 않는다. 오로지 자국 이익 외교를 펼친다. 미국정치는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정신'이다. 세계의 교통순경과 같았던 과거의 미국으로 생각하면 순진한 외교다. 이럴진대 우리만 유독 영어 사랑 태도가 옛, 스럽게 '미며들고' 있다.

'도어스테핑', '글로벌 스탠더드', '메가포트' 등등에서 바라보는 언론과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인식이 지나치다는 평이다. 문체부 새말 모임 조사(6월 17~7월 23일, 2000명 대상)에 의하면 국민의 74.2%가 대통령 출근길 문답은 좋으나 '도어스테핑'과 같은 영어사용이 거슬린다는 여론이다.

'출근길 문답'과 같은 순수 한글로 바꾸면 한다는 지혜까지 내놓았다. 외래어 사용에 시민도 예민할진대 작가들은 언어에 더 신중하다.

작가들은 어떤 단어에 벼락 치듯 둔기를 맡기도 하고 신령한 세례를 받기도 한다. 이형기 시인은 중학교 2학년 때에 백석의 ’적막강산‘시를 접하고 격한 감정을 받았다는 후일 담이 돌아다닌다.

1947년 가을 <신천지>라는 잡지에 발표된 백석의 시를 접한다. '적막강산'은 별반 어려운 단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슬처럼 신선하거나 윤이 나는 단어도 아닌데 이형기 중학생의 가슴에 강하게 와 닿은 것이다.

오이밭에 벌배채 통이 지는 때는/산에 오면 산 소리/벌로 오면 벌 소리// 산에 오면/큰솔밭에 뻐꾸기 소리/잔솔밭에 덜거기 소리// 벌로 오면/논두렁에 물닭의 소리/갈밭에 갈새 소리// 산으로 오면 산이 들썩 산 소리 속에 나 홀로/벌로 오면 벌이 들썩 벌 소리 속에 나 홀로/ 정주(定州) 동림(東林) 구십여 리 긴긴 하룻길에/산에 오면 산 소리 벌에 오면 벌 소리/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 백석 시인의 '적막강산' 전문이다.

감상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도반에게는 백석 시인의 고향 정서가 담긴 평범한 시로 읽힌다. 그렇지만 이형기 시인에게는 '적막강산'이라는 시어가 구멍 뚫리게 가슴 켠에 자리 잡았다.

시간은 7년이 흘러서 1949년의 봄날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창밖을 멍하니 보던 이형기 시인은 '적막강산'이 떠올랐다. 7년 전에 백석에 받은 영감의 시어가 떠오른 것. 시인들은 흔히 이런 것을 두고 시의 씨앗이라 표현도 한다. 이형기는 가늠하기 힘든 감정을 억제하며 '비'라는 시를 만들기 시작한다. 7년의 씨앗은 그리 쉽게 발아되지 않았다. 수없이 수정 한 끝에 한 달여 만에 ‘비’를 마무리한다.

적막강산에 비가 내린다./늙은 바람기/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저문 창가에 머물 때/저버린 일상/으슥한 평면에/가늘고 차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나직한 구름자리/타지 않는 일모(日暮)// 이형기의 '비' 전문이다.

직설 표현으로 백석의 '적막강산'에 비하여 이형기의 '비'는 감상자의 가슴에 두드리는 울림이 크다. 원숙한 어조의 노래다. 외견상 청록파나 미당류의 전통을 잇는 서정으로 커만 보인다.

그뿐이 아니다. 백석의 '적막강산' 시를 이형기는 처녀 시집의 표제로 정하기까지 했다.

작가들은 문학작품, 예술을 대하며 영감의 표현에 뇌의 한 부분, 얻어터지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형기 시인처럼 긴 시간 발효를 거쳐 작품으로 탄생을 시킨 경우다.

언어에서 간절함의 기원은 어디일까. 작가들은 한 번쯤 생각하는 부분이다. 창작에서 열정의 지중(地中)에 서게 되면 주변의 모든 것이 작품의 부분으로 연관된다.

일제 강점기, 언어를 상실하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불행하다는 경험을 한 민족이다. 일본이 '일며들게' 하려는 부단한 노력에 굴하지 않았다.

모국어의 숲은 착한 요정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언어도 키우면 키운 대로 자란다. 그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은 모국어일 것이다. 언어의 '한며들기'들기는 우뚝 선 영웅의 삶보다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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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전 장관, 등단 30주년 기념 여섯 번째 시집 <바람을 안는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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