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훗날 자신의 묘비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그리고 러너(runner),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는 문장으로 새겨달라고 했을 정도다.
김훈 작가는 책상 앞에 '필일오(必日五)'라고 적힌 작훈(作訓)이 있다. 날마다 200자 원고지 다섯 장 분량을 쓰겠다는 다짐이다. 김훈 작가가 다섯 장이라 하는 것은 일정한 습관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이 간다. 학자들의 습관은 궁둥이에 땀띠가 나게 하자는 말도 있다. 책상과 의자를 떠나지 않는 학자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에게 일정한 분량을 꾸준하게 써내는 습관은 그리 만만한 습관은 아니다.
학인은 우리나라에서 관찰과 습관의 표징 적인 분을 들라면 단연 이순신 장군이라 한다.
충무공 이순신이야말로 탁월한 견자이자 성실한 관찰자였다. 이순신 장군은 다양한 일과 전쟁을 치르면서 고뇌의 일상들을 난중일기에 적었다. 인상적인 것은 비가 오는 날이면 강수를 여러 형태로 나누어 기록하였다. 적당히 내리는 비는 우(雨), 종일 내리는 비는 우우(雨雨), 가랑비는 세우(細雨), 이슬비는 소우(小雨), 안개비는 연우(煙雨), 소나기는 취우(驟雨), 장시간 내리는 비는 음우(陰雨), 거센 폭풍우는 대풍우(大風雨)라고 기록하고 있다.
충무공은 단순하게 기록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관찰의 상상력이 밑그림을 그리는 습관의 관찰자였다. 후세의 작가들이 이슬비, 봄비, 가랑비와 같은 표현은 이순신 장군의 표현이 바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열하일기(熱河日記)의 박지원도 이순신 장군과 비슷하다. 말을 타고 가면서도 기록의 습관을 지녔다. 1800년대만 하여도 볼펜이 없던 시절이다. 먹과 붓을 사용하던 시절이다. 그림의 천재, 정선도 그렇다. 금강산, 북한산을 오르면서도 먹과 붓으로 스케치하는 습관이 몸에 익숙했다.
권일송 시인은 생전에 기록의 습관을 말하곤 했다. 화장실에도 메모장이 비치하는가 하면 그날의 사건과 머릿속에 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기록하여 시(詩)작의 밑그림, 씨앗으로 채집하였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영혼의 음료수와 같은 채근담(菜根譚)의 작가 홍자성(1573~1619. 명나라)도 그렇다. 야채의 뿌리를 뜻하는 채근은 뿌리를 씹으면 오래도록 맛이 가시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채근담 이야기다.
홍자성 학자는 일상의 생활은 습관에 둔다. 나무가 뿌리를 두듯 습관에 인생의 근거를 둔다. 일상에 부딪히는 일들을 적절하게 충고를 담은 책이다.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옹달샘과 같다.
솔직히 이런 책들은 재미가 없다. 엄숙주의와 교훈내용들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지녀야 할 도리들이다.
채근담은 전집 225장과 후집 13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을 조지훈 시인이 '자연의 섭리', '도의 마음', '수신과 성찰', '세상 사는 법도'로 이해 하기 쉽게 순서를 배열하고 다시 주제별로 묶어서 펴내기도 했다. 시인 조지훈의 시적 감성으로 역주 또한 읽을 만한 책이다.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두 가지를 든다. 욕심을 채우거나 욕심의 크기를 줄이거나, 중도를 지키며 적당하게 물러설 줄 아는 것은 성인군자만의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과 욕망의 크기를 생각하며 습관의 마음을 가지고 기록하고 행동하면 우리의 생활은 넉넉하여지고 작가의 실상에 젖어 들 것이다.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내가/ 호수가 되면// 호수는 연꽃이 되고// 연꽃은/ 돌이 되고
미당 서정주 시인의 '내가 돌이 되면' 중에서다. 이 시, 12행에 해석을 붙이면 '된다'는 말이 여섯 번이나 되풀이되는 시로 영원히 생성되는 순환을 뜻한다.’된다’는 것은 습관이 숨 쉬는 표현이지 않을까. 밤이 아침이 되고 아침은 대낮이 되고 대낮은 황혼의 저녁이 되면서 밤이 된다. 후학의, 아전인수(我田引水)의 해석이면 미당께 죄송하다.
'마크 밴슨'의 저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100번만 같은 일을 하면 그게 당신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라고 했다.
해석하면, 너무나 사소해서 하찮게 느껴질 정도의 작은 반복이 큰 인생을 만든다는 뜻으로 읽고 싶다. 인생은 습관만큼 바뀐다. 행동이 인간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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