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이 무너지는 입추(立秋). 나무 그늘아래 커피를 마신다. 매미 노래 소리를 듣는다. 커피를 마시는 식물학자 방식 선생께서 매미처럼 최애 사랑을 하는 곤충이 또 있을까? 말하듯, 질문하듯, 툭 던지듯 말머리를 다하지 않는다. 매미가 노래하는 소나무를 향해 시선이 간다.
왜 방식 선생은 매미를 향하여 최애 적 사랑이라 말할까. 나는 묻지 않고 생각의 지도를 그려보았다.
매미는 여름의 가객(歌客)이다. 애절한 세레나데를 부른다. 암컷을 향한 사랑가(歌)는 오디션을 방불 한다. 매미의 소리를 '매미가 운다.', '매미가 노래한다.' 두 가지의 표현이 있다. 암컷을 위한 구애의 표현이라고 보면, 노래로 규정하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매미의 노래하는 시간은 일정한 출근이 있다. 이 또한 매미를 나름대로 관찰한 나의 곤충기다(파브르 선생 흉내 내본다). 확률적으로 아침 8시를 전후로 노래를 시작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소리 지르는 매미도 있다. 이들 매미는 정치꾼, 시정잡배 부류로 정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곤충의 세계도 변이하는 세상).
매미가 입고 있는 날개옷은 시스루 패션이다. 시스루 패션을 개발한 디자이너도 분명 매미의 날개옷을 참고하였을성싶다. 굼벵이 시절 헌옷을 벗어 던지고 천상의 날개로 갈아입는 것은 곤충들의 멋이다. 매미는 유충시절은 뿌리 즙을 먹는다. 성충이 되면서 줄기 즙을 먹는다. 인간이 고로쇠를 먹는 것은 매미가 수액을 먹는데서 시작이 됐다는 설도 있다. 매미는 한번 옷을 갈아입고는 더 이상 옷을 마련하지 않는다. 매우 근면한 차림이다. 매미는 일생을 수액과 이슬만 먹는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동요 등 음악 소재로 등장한다. 매미는 책선(蚱蟬)이라는 한약재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한약재다. 매미의 허물은 선태(蚱蛻), 선각(蟬殼), 선탈(蟬脫)이라 하여 해열, 항파민, 파상풍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 졌다. 매미가 유충을 탈피하기 직전 굼벵이는 신장염이나 간경화의 한방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매미의 생애는 99.9%를 땅 밑에서 애벌레로 7년을 보낸다. 어떤 종은 주기가 17년, 13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보내기도 한다. 그들은 북아메리카에 주기매미(Magiccada)다. 매미가 어떻게 땅속에서 날짜를 세는지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13년 매미는 17년 매미의 유전자 변이라는 가설도 있다.
우리나라의 매미에 관한 기록은 영국인 워커라는 곤충학자가 1850년에 4종을 보고하면서 15종의 매미종이 있다는 실태들이 알려졌다(세계적으로 약 1500종).

겸재 선생이 의도된 그림인지 알 수 없지만 매미와 소나의 관계는 최애(最愛)라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소나무의 수명은 70년이다. 어떤 소나무는 600년, 2000년을 살고 있는 소나무도 있다. 소나무의 수명에 대하여 확실하게 규정하는 학자도 없는 듯하다(있을 수도 있음을 전재하면서).
이렇게 장수 하는 소나무에 매미가 한여름 짧은 사랑을 하다가 떠나는 심정이 어떨까. 물론 매미와 소나무의 사랑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다분히 나의 상상일 뿐이다. 소나무 입장에서 매미의 짧은 생이 그저 안타가울 수 있다. 너무나 짧은 매미와 연인의 관계를 분석한다면 매미는 순간의 감정이다. 소나무는 지속하고픈 사랑일 것이다. 순간과 영원성은 무게와 깊이를 저울질하며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떠나는 매미에게 소나무는 말한다. "너는 모를 것이다. 홀로 남겨진 겨울이 얼마나 춥고 쓸쓸 할지, 추사의 '세한도(歲寒圖)'를 보아라" 떠나는 매미는 소나무에게 말한다. "너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해. 내 생애 단 한번 후해도 미련도 없어."
사랑 앞에는 늘 '우상'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우상은 '인간'이 된다. 그것이 최애의 사랑이다. 불볕더위의 매미여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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