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김정현 기자= 사회 원로 10명이 2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가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이해동 목사(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과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 의원 숫자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성사시키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아무도 국회의원 정수확대를 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국민들이 싫어하더라도 국민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 원로들은 "유권자 숫자가 2배 이상 늘었고 나라의 규모와 국정 자체가 인구의 증가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어도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으로 고정돼 있다"면서 "그러나 외교안보, 무역, 복지, 과학기술, 국토개발과 교통, 기후위기, 정치개혁 등 국정의 규모가 전방위적으로 폭증하고 있으며 그만큼 전문가와 함께 종합적 능력을 가진 협치 인재들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현재 모습은 우리나라의 긴급한 필요에 부응만한 선거제도와 유권자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회 원로들은 현재 지역 국회의원들이 국정보다는 차기 선거 당선을 위해 지역 행사·종교 집회 등에만 충실한다고 지적했다.
사회 원로들은 "지금 상황에서 지역 당선 국회의원들은 낙선되더라도 폭주하는 국정에 충실해 전체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든지, 아니면 국정이 어찌되건 차기 당선을 위해 지역구 챙기기에 전념하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 원로들은 이것을 해소하려면 연동형비례대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가 답이라는 것.
사회 원로들은 "남북화해, 평화공존, 그리고 궁극적인 평화통일에 대응해 가려면 누리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지역대결, 남남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연한 정치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지난 2016~2017년의 촛불시민혁명도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다가오는 동아시아평화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정치개혁 구도를 만들라는 것이었다"고 피력했다.
사회 원로들은 "우리나라 인구와 국가 규모에 알맞은 국회는 의원 정수 500명 정도이며 당장 그렇게만들 수는 없어도 350명 정도로 확대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현재 300명의 10%인 330명은 허락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회 원로들은 "지역구 의원들을 대폭 줄이려 할 경우, 여야 의원 다수가 이 부분에서만은 공조를 만들어 정치개혁 입법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합리적 보수정당과 온건한 진보정당이 현재의 양대 거대정당과 함께 공존하면서 연합정치, 협치정치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회 원로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해 온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는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 국회의원 수 하나도 못 늘린다는 것에 1·2당이 꼼짝을 못하고 설득할 생각도 안 한다”며 “국회의원 정수 늘리자는 것은 의원들이 아니라 정치학계, 일반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빨리 여야 4당 +1 테이블을 만들어서 확고하게 정기 국회 안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안정적으로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한다"면서 "의원정수확대 문제도 기본적으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사회 원로 분들이 이런 제안을 각 당에도 적극적으로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영 대표도 "한국당이 선거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이 공수처에 관한 의지의 절반만 가져도 이 문제는 처리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사회 원로 10명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의원정수 확대가 정치개혁입니다
아무도 국회의원 정수확대를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싫어하시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싫어하시더라도 국민 여러분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사실을 사실대로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우리 국회의원 정수는 현재 300명입니다. 굉장히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 숫자가 2배 이상 늘었고 나라의 규모와 국정 자체가 인구의 증가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어도 국회의원 숫자는 그대로 300명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안보, 무역, 복지, 과학기술, 국토개발과 교통, 기후위기, 정치개혁 등 국정의 규모가 전방위적으로 폭증하고 있으며 그만큼 전문가와 함께 종합적 능력을 가진 협치 인재들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현재 모습은 우리나라의 긴급한 필요에 부응할만한 선거제도와 유권자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권자 여러분들이 선출한 지역 국회의원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장례식장, 결혼식장, 지역의 각종 운동경기장과 산악회, 지역의 각급학교 입학-졸업식, 동창회 모임, 각종 종교집회에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모임 말고도 생일잔치에까지 초청하는 일도 잦습니다. 이런 초청에 제대로 응하지 못할 경우, 지역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다음에는 뽑지 말아야겠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지역 당선 국회의원들이 선택할 길은 두 가지일 겁니다. 낙선되더라도 폭주하는 국정에 충실하여 전체적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든지, 아니면 국정이 어찌 되어가건 차기 당선을 위해 지역구 챙기기에 전념하든지, 두 가지 중의 하나일 겁니다. 거의 대다수 지역당선 국회의원은 후자를 택하고 중앙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무조건 복종하는 쓸모없는 정치인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 선수를 거듭할수록 형편없는 정치꾼이 되는 이유입니다.
없는 지역감정을 만들어서라도 영호남 대결정치를, 없는 이념대결을 조장해서라도 좌우 대결정치를 두 개의 거대 정당들이 이끌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도, 정치인 자신들도 남북대결 구도 속에 남남대결 정치 구도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큰 지정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해방, 분단, 전쟁을 치르고 굳어졌던 남북대결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북화해, 평화공존, 그리고 궁극적인 평화통일에 대응해 가려면 우리 내부에 자리 잡고있는 지역대결, 남남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연한 정치구조를 이 기회에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난 2016~17년의 촛불시민 혁명도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다가오는 동아시아평화 시대를 제대로 맞이할 정치개혁 구도를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와 국가 규모에 알맞은 국회는 의원 정수 500명 정도입니다.
당장 그렇게 만들 수는 없어도 현재의 지역 국회의원 수를 합하여 350명 정도의 국회의원 정수로 확대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시면 현재의 300명 정원의 10%인 330명은 최소한 허락해주셔야 하겠습니다.
한가지 국민 여러분의 비난을 듣더라도 요청드릴 일이 있습니다.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지역구 의원들을 대폭 줄이려 할 경우, 여야 의원 다수가 이 부분에서만은 여야공조를 만들어 정치개혁 입법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라의 운명을 틀어막는 가장 두려운 시대역행, 정치퇴행을 부르게 될 것입니다. 이것만은 막아야 하겠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우리는 합리적 보수정당과 온건한 진보정당이 현재의 양대 거대정당과 함께 공존하면서 연합정치, 협치정치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옛말에 "미운 자식에게 떡 한 개 더 준다"는 얘기가 있고 오늘날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국회를 개혁하려면 국민 여러분들의 배려가 함께 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와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번영하기를 바라온 저희들이 국민들의 비난·비방을 무릅쓰고 위와 같이 말씀 드리오니 저희 충정을 받아들여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2019년 11월 25일
이해동(목사·청암언론재단 이사장), 함세웅(신부·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임재경(언론인·대한독립대동단기념사업회 이사장), 임헌영(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이삼열(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유네스코 한국위 전 사무총장), 장임원(의료인·주권자전국회의 고문), 최병모(변호사·전 민변 회장), 정강자(참여연대 공동대표), 노혜경(시인), 이부영(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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