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7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참기름'과 '참 군인'

"불순물을 걷어낸 자리에 진짜가 남아…오늘날 이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 역시 ‘진짜의 부재’에 있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참기름(참깨)은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인도지역에서 경작되고 있었다. 참깨는 향유나 의약품으로 사용되었다. 참깨는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한나라 시대부터 기름으로 사용한 기록이 나온다.

한국에 사용한 시기는 삼국시대 이전부터다. 조선 시대는 양반이 주로 사용했다. 동양권에 사용되던 참기름은 한류 바람이 불며 유럽의 나라들까지 식재료로 확산, 활용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참기름에 대한 인식은 식재료를 넘어 진실의 차원으로 불린다.

'참 군인', '참기름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참기름이 던지는 뉘앙스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완성하는 조미료의 이미지만은 아니다. 깊은 열과 압력을 견뎌낸 끝에 비로소 향기롭고 맑은 기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참기름의 본질이다.

겉껍질을 태우고 불순물을 걸러낸 후, 한 방울씩 짜내는 그 정성스러운 과정은 진실하고 순수한 것만 남기려는 사람의 마음과 닮았다.

반면 '참 군인'이라는 말은 어떤가. 병영 안팎의 풍경 속에서 수없이 소비되는 '군인'이라는 단어가 '참'이라는 접두어 하나만으로 단번에 무게를 얻는다. 참 군인은 단순히 계급장을 달고 지휘하는 이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향한 충성과 헌신, 자신의 안일보다 공동체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정신,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갖춘 존재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참'이라는 말을 굳이 덧붙여야 하는가. 세상에 진짜가 드물기 때문이다. 4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사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두 번째 재판에서다.

'국회에서 의원을 끌어내라'라는 윤 전 대통의 지시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나온 군 간부들의 증언에 대해 "가능한 지시인가"라고 반박하자 군 간부들은 "불가능한 지시인데 왜 지시했나"라고 맞받는 장면이 나왔다.

김형기 특수사령부 1 특전 대대장은 "저는 사람에게도, 조직에도 충성하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는 게 제 임무"라고 말했다.

방청한 시민들은 김 대대장의 말에 '참 군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날의 뉴스는 김 대대장의 증언(발언)은 감동의 뉴스로 전달 됐다. 이날의 법정에서는 참 군인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그렇다. 진짜 참기름은 시장에 넘쳐나는 싸구려 기름과 구별되기 위해 '100% 참깨 착유'라는 말이 필요하다. 진짜 군인도 말로만 애국을 외치는 이들과 달라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군인을 군인이라 부르지 않고, '참 군인'이라 부르며 진짜의 의미를 되새긴다.

참기름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뜨거운 불에 볶아야 하고, 으깨고 짜내야 한다. 그 과정을 견딘 깨에서만 깊은 향이 우러난다. 참 군인 역시 마찬가지다. 극한의 훈련과 위기, 내면의 갈등과 유혹을 견뎌낸 사람만이 진정한 군인의 품격을 가질 수 있다. 물리적 전투를 넘어 정신의 전쟁을 이겨낸 이만이 참 군인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둘 다 공통으로 본질을 추구한다. 불순물을 걷어낸 자리에 진짜가 남는다. 오늘날 이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 역시 ‘진짜의 부재’에 있다. 말은 많지만, 실천은 없고, 이름은 있지만, 정신은 사라진 자리에 우리는 무엇을 남겼는가. 참기름 없이 조리된 음식이 밍밍하듯, 참 정신없는 조직은 절대 향기롭지 않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진짜 군인, 참된 헌신, 깨끗한 의지 없이 운영되는 국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참군인은 국가라는 공동체의 마지막 맛을 결정짓는 참기름과도 같은 존재다. 조리의 끝, 마지막 한 방울이 요리를 완성하듯, 참 군인의 존재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짜와 가짜가 혼재하는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말과 이미지에 휘둘리고, 본질보다는 포장에 열광한다. 하지만 결국 시대를 지탱하는 것은 참기름처럼 끝까지 자기 향기를 지키는 존재들이며, 참 군인처럼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임무를 다하는 사람들이다.

정제되지 않은 말, 훈련되지 않은 정신, 위장된 충성심이 만연한 오늘, 우리는 묻는다. 나는 참기름인가? 나는 참 군인인가? 사회도, 교회도, 정치도, 군대도, 결국 이 질문 앞에 서야 한다. 왜냐하면, 끝까지 남는 것은 오직 '참'뿐이기 때문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배너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고수부 작가 초청 '북토크 콘서트' 9월 18일 인사동서 개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가 주관하는 '고수부 작가 초청 북토크 콘서트'가 오는 9월 18일 오후 5시, 인사동 '촌'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송명화 박사(문학평론가)의 사회로 권대근 문학평론가(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문학박사)가 맡아 진행하며, 최근 출간한 제11 수필집 <어둠을 밝히는 빛처럼> 출판을 기념해서 군인으로서의 삶과 문인으로서의 길을 동시에 걸어온 고수부 작가의 인생 궤적과 문학 세계를 조명할 예정이다. 고수부 작가는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어교육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ROTC 37기로 임관해 월남전에 맹호부대 장교로 참전했으며, 미 육군공병학교 축지과정 수료, 주한미군 군사협조단(JUSMAG-K) 연락장교, 국방부 관리정보실 근무 등 군 경력을 쌓았다. 이후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그는 전쟁기념관 학예관을 거쳐 퇴임 후 K.J 스피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군 경력과 학문을 접목한 삶을 이어왔다. 2003년 <순수문학>을 통해 등단한 고수부 작가는 수필집 <어둠을 건너는 빛처럼>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군인의 경험과 인간 존재의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전북베트남인회, 제3회 전북베트남인체육대회 성황리 개최 (김제=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전북베트남인회(회장 김지연)가 주최·주관한 '2025년 제3회 전북베트남인체육대회'가 9월 14일 전북 김제시 검산동 김제시민운동장 축구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전북 지역에 거주하는 약 1만 5천여 베트남 교민이 모국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문화·사회적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며, 교민과 지역사회의 교류를 강화하고 베트남 공동체의 단합을 도모하는 의미 있는 장이 되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부 호(Vu Ho) 주한 베트남대사, 정성주 김제시장,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현장을 빛냈다. 대사관과 지방정부, 그리고 다수 후원 기업과 기관의 지원 속에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다. 이번 체육대회는 줄다리기, 팔씨름, 계주, 축구 등 다양한 종목으로 꾸려져 700여 명의 베트남 교민들이 함께 땀 흘리며 화합을 다지는 장이 됐다. 또 '2025 전북 오픈컵'을 비롯해 취업·학업·건강 상담 등 실질적 지원 프로그램도 병행되어, 체육 행사 이상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는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하여 호성전주병원, 유디전주효자치과, 더불어사는좋은이웃, 김제시가족센터,

정치

더보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