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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시인의 주량은 시대의 통곡과 같이하고 있어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이 땅은 술 마시게 한다>(1966년)의 권일송 시집의 제목이 새삼 회자 되는 시대다. 지난주 토요일 '착각의 시학', 송년회 자리. 통영에서 올라왔다는 시인은 지금의 시대를 권 시인의 시집 <이 땅은 술 마시게 한다>의 제목이 딱 떨어지는 시대라 한다.

권 시인과 함께 활동한 1960년대 동시대의 시인들이 대부분 전통적이거나 자연 친화적인 시의 경향을 보였다. 권일송 시인은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사건들에서 소재를 즐겨 취하여 풍자·비판하는 주지적 시풍을 견지했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떠오르는 천년의 햇빛/ 지는 노을의 징검다리 위에서/ 독한 어둠을 불사르는/ 밋밋한 깃발이 있다// [중략]//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눈을 열면 심상치 않은 유린의 바람/ 그것은 외진 벼랑을 타고/ 미끄러. 져 내리는 살의와 이방의 꽃/ 짐승들의 머리 푼 주검이/ 놀에 비낀 텅 빈 광야의 한때// 허물어진 금관의 둘레 만큼이나/ 아아라히 저무는 가장 인간적인 것/ 무더운 원색의 여름날/ 땀 흘린 도주의 난간 위엔/ 처형을 기다리는 문명한 달과/ 디모크래시의 피 벌은 함성이/ 묻어나 있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스치는 바람결에 목을 늘여/ 만세록을 펼치고/ 서로의 더운 맨가슴을 마구/ 부비노라면/ 하나같이 열병을 앓는 사람들/ 포탄처럼 터지는 혁명의 석간(夕刊) 위엔/ 노상 술과 노래와 여자가 넘쳐난다//[중략]// 도는구나 세상이여/ 다섯 마당 여섯 마당… 열 마당째/ 돌고 도는구나 이승의 인연들이여/ 끝끝내 나의 사랑 선사(先史)의 하늘/ 타는 불씨를 땅속 깊이 묻을 양이면/ 비에 젖는 공화국 헌법 제1조//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부분이다.

시가 말하듯 시인의 주량은 시대의 통곡과 같이하고 있다. 날마다 맞는 아침은 위험한 아침이다. 한 줄의 뉴스가 속량(贖良)이 못 된다. 마음과 눈의 구속(拘束)이다. 문학은 마음에 선물을 얹어 주는 것이라면 시대의 소식은 편견과 미래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꺼리고 기억은 순수가 아니라 일렁이는 파도 소리 뿐이다. 외로움과 우울증은 아무도 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를 챙겨줄 거라 기대했던 그 사회(정부)가 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때 생긴다. 미국의 뉴저지 심리학과에서 발표한 이야기다.

'저 사람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 마음 같지 않았을 때 우울하고 외로운 사회가 된다'라 했다. 물론 내 마음과 똑같은 세상이나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권일송 시인은 비에 젖은 공화국의 헌법 제1조가 뜨겁게 뜨겁게 이지러진 나의 조국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에게 장미의 5월은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 수풀에 누운 달빛이 고궁에 울린 동학의 말발굽 소리는 뗏목으로 흐르는 한여름의 통곡이고 만다. 시인은 실성한 듯 비 내리는 수유리 4.19 묘지를 달린다. 병든 시대와 미친 듯 술래잡기를 한다. 시인은 기대하며 누구에게 마음을, 주는 사람은 아니다.

이 밤 문득 내가 전했던 마음이 상대에게 닿지 않아도 쓸쓸하지 않다. 다만 그를 그리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시인의 삶은 어차피, 고독한 부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의 하나에서 살고 기쁨을 얻는다.

'사랑하다'와 '살다'라는 동사는 어원을 찾아가면, 결국은 같은 말에서 유래 됐다고 한다. 영어에서도 '살다(ive)'와 '사랑하다(love)'는 철자 하나 차이일 뿐이다. 산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 비슷할까? 우리 사람 속에는 '사랑'이 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권일송 시인은 말하고 있다.

속박과 그 속박의 늪을 해치며 가슴까지 젖는 우울과 초저녁에 내리는 비, 시(詩)가 키우는 지구인의 행복으로 보았다. 헛되고 헛된 상실의 시대. 시인은 벽을 넘으면 초저녁의 밤 빗속에서 행복이 자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헌법이 우리를 보호하려 하듯 그 헌법의 수호자는 시민에게 <이 땅은 술 마시게 한다>는 외로운 아침을 맞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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