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극단 단홍은 1987년 창단공연으로 <여자만세>를 시작으로, 동성애와 에이즈에 관한 연극 <천사의 바이러스>, 교도소의 비리를 파헤친 <뼁끼통>, 학교 폭력과 학생들의 방황을 그린 뮤지컬 <스트리트 가이즈>, 모노뮤지컬<우리들의 광대>, 영국 에든버러 참가작 <드링커>, 코믹극 <막차탄 동기동창>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유승희 연출이 이번에는 김시라 원작의 <품바>를 연출한다.
1981년 첫선을 보인 이래 2018년까지 200만 관객을 울리고 웃기면서 6,500회 공연을 돌파해온 <품바>가 11월 13 오후 3시 서대문 문화체육회관에서 극단 단홍 32주년 기념공연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1996년 '국내 최장기', '최다공연', '최다관객'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수록되는 쾌거를 이뤄낸 대한민국 연극사의 살아있는 신화 <품바’>가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모노드라마로의 공연으로는 20년만으로 9대 품바였던 최성웅 배우가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품바>는 각설이패들의 유일한 안식처인 '천사들의 집(천사촌)'을 배경으로 그들의 우두머리인 '천장근'이라는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모노드라마에 기저를 둔다.
"사람이 생각하기 때문에 위대하다는 것은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알지 못하는 이 시대의 수 많은 인간들 틈에서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 어렵고 고통 받는 사람들…" 이라며 한 바탕 진지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사설을 늘어놓으며 각설이가 등장한다.
이어서 90 여분 동안 ‘천장근’이라는 한 각설이의 일대기를 축으로 일제시대, 해방, 6.25를 거쳐 대한민국 현대사의 다양한 정치적 상황 하에서 그가 겪는 인생 역정이 1인 14역의 연기를 통해 펼쳐진다. 그 안에서 각 시대별로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을 풍자와 해학을 통해 재조명한다.
연극 <품바>는 1대에서 20대까지의 품바를 배출하면서 정규수, 정승호, 박동과, 김기창, 최종원, 김호정, 최성웅, 박해미, 김뢰하, 이재은 등의 국내 유명 배우들을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도 9대 품바 최성웅은 역대 품바 중에서도 명인중의 명인으로 손 꼽힌다.
제9대 품바 최성웅의 걸쭉한 입담은 관객들을 한마디로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역대 품바들이 받았던 화려한 명성을 그대로 이어 받으며 9대 품바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밤주막', '어머니', '모정의 세월' 등의 수백 편의 연극에 출연했던 최성웅은 95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약 500회에 출연한 역대 '품바' 배우 중에서 최장기 공연을 한 배우이다.
<품바>가 처음으로 기록된 문헌은 신재효의 한국 판소리 전집 중 '변강쇠 가'이다. 이에 의하면 품바란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 하여 '입장고'라 불렸고 조선시대 말기까지는 이런 의미로 통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와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푸~" 하는 '입으로 뀌는 방귀'라 하여 '입방귀'라는 의미로 일반화 되었다. 이것은 곧 피지배계급을 대표하는 걸인들이 지배계급의 문전에서 "방귀나 처 먹어라! 이 더러운 놈들아!"라는 의미로 입방귀를 뀌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한과 울분을 표출 한 것이다. '가장 낮은 자의 목소리로'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한 <품바>는 현재 각설이나 걸인의 대명사로 일반화 되었다.
제9대 품바로 9년여 동안 500여회 공연을 통해 진정한 거지 대장으로 거듭난 '최성웅'은 연기 경력 45년 차의 베테랑 광대로 창과 노래와 춤과 재담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이시대의 만능 재주꾼이다.
최성웅은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웃다가 웃다가 가슴 찡해서 눈물을 나게 하는 감성을 지닌 대학로 최고의 개성파 배우이다. 모노드라마 <품바>는 앞으로 한류의 바람을 일으켜 국내 공연과 해외 공연에 주력할 예정으로 최성웅 특유의 입담과 춤과 노래로 신명나는 영화 같은 모노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다.
<품바>는 일로에서 1979년 시작하여 1981년 당시 광주 민중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것을 시작으로 동시대의 면면을 함께 바라보고 뒹굴면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도맡아왔다.
우리네 역사의 굴곡을 따라 혹은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크게는 민주화와 노동자의 외침을, 사각지대에 놓인 인권문제며 통일의 꿈과 같은 세상사를, 소박하게는 술 한 잔에 털어온 시름과 희망으로 일궈낸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며 지난한 세월을 함께 해왔다.
시대마다 따뜻한 위로와 냉철한 질책을 거듭해오며 ‘한민족의 역사’ 그 자체가 되어버린 <품바>가 42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상을 걸쳐 입은 모습으로 변모한다.
'어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는 구성진 각설이 타령으로 전 국민에게 친숙한 <품바>는 실존 인물이었던 각설이패 대장 천장근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지난 사 반세기가 넘는 동안 가장 낮은 자의 목소리로 우리네 일상을 관통하며 시대를 넘나드는 한과 해학을 밀도 있게 조명해온 한국판 모노드라마로 품바타령을 따라 부르며 웃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품바>의 춤사위와 말솜씨에 넋을 놓다 보면 단 시간에 온갖 세상 풍파를 다 겪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학벌주의, 유치원 비리, 부정취업 등의 한국사회 병폐가 시절마다 사람의 마음 대신 표를 동냥하는 정치권, 타 문화를 배려하지 않아 인질사태까지 만들어낸 포교의 현실 등 불합리와 부조리에 병들어 아픈 세상사를 찌그러진 밥통 속에 넣고 쓱쓱 비벼낸다.
<품바>는 쓴소리 단소리 한마디를 하더라도 경쾌한 웃음으로 풀어낼 줄 안다. 우스꽝스런 몸짓은 그냥 넘겨버릴 수 없고, 재치와 능청으로 버무려진 연기에 웃다 보면 어느새 눈물도 핑 돌고, 관록이 묻어나는 세월의 질곡에서는 슬그머니 고개도 끄덕여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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