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세로쓰기의 편집,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권일송 시집은 1966년 9월 10일 발행 됐다. 137 페이지 책값은 250원이다. 판형은 세로쓰기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진달래> 김소월의 시집은 단기 4284년(서기 1950년)에 숭문사에서 펴냈다. 가격은 230원이다.
백석 시인의 정본 시집, 깊은샘 도서출판에서 원본 그대로 2007년 1월에 펴냈다. 당시의 가격을 표기하지 않았다. 정본이라는 말은 처음 펴낸 시집을 그대로 다시 만들었다는 말이다.
이들의 시집은 세로쓰기다. 세로쓰기는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전통적으로 널리 쓰였다. 세로쓰기는 주로 한자의 사용과 관련이 깊다. 문서나 책의 디자인에 따라 일반적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편집이 됐다. 우리나라가 한문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일본, 중국과 같이 세로쓰기를 자연스럽게 사용됐다. 대표적으로 성경도 그렇다. 세로쓰기는 문화의 특성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발전해 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책들은 가로쓰기로 시작되었다. 이처럼 인쇄술 발달과 함께 가로쓰기는 책의 판형에 자연스럽게 세계의 모든 나라는 가로쓰기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도 서양의 책이 들어오고 타자기, 컴퓨터 자판의 일반화에 의해 가로쓰기는 어느 날 요이땅 하고 신호도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됐다. 굳이 역사를 표기하면 20세기 초로 기술함이 옮을 것이다.
이근배 시인이 2013년에 펴낸 <추사를 훔치다> 시집에는 제목은 세로쓰기, 본문은 가로쓰기했다. 이근배 시인이 제목을 세로쓰기하고 본문을 가로쓰기에는 나름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여 본다.
추사는 한문 쓰기의 명필가다. 한문 쓰기는 주로 세로쓰기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는 한문이다. 세로쓰기다. 그 시절에는 세로쓰기가 문화였다.
이근배 시인 시집의 편집은 추사를 떠올리게 하고, 그 시절의 문화를 편집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는 제목을 세로쓰기로 한 것은 추사와 같은 곧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 것으로 유추된다.
시도반이 <시화무> 시집을 내면서 제목을 세로쓰기했다. 시도반이 제목에서 세로쓰기는 본문의 시가 두 줄, 길게는 다섯 줄, 짧은 내용이다. 시각적으로 공백의 시각을 살리기 위해서 제목에 한해서만 세로로 편집하였다.
우리나라의 최초 신문인 <독립신문>은 1896년 4월 7일에 창간되어 1899년 12월 4일에 종간되었다. 독립신문은 우리글로 편집되고 가로쓰기를 했다. 200년 전, 한문 사용과 세로쓰기가 익숙하던 시절이다. 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유길준은 개화파다. 이들이 독립신문을 만든 것은 ‘독립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부의 상당한 예산 지원도 받았다. 신문은 근대민족주의·민주주의·자주화 근대화 사상을 강조했다. 국민을 계몽하는 일에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독립신문이 수구 정파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당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매각을 강요하였고 이에 굴복, 1899년 12월 4일 자 신문을 끝으로 종간했다. 정부는 민간인의 신문사를 매수하며 속간을 약속했으나 결국 폐간됐다. 폐간을 위한 속임수였다.
독립신문이 나오던 편집의 형태는 타블로이드판 크기로 모두 4면이었다, 3면까지는 국판으로, 4면은 영문판으로 편집했다. 주 3회 화, 목, 토요일 격 일간으로 발행됐다. 1면은 대체로 논설과 신문사 광고, 2면에는 관보·외국 통신. 잡보,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만들어졌다. 다분히 영어권의 사람도 읽히는 것에 착안을 둔 것으로 보인다.
서재필의 회상에 의하면 창간 당시 서울의 정동 본사 이외에 인천·원산·부산·개성·평양·수원·강화 등지에서 지국을 두었다. 신문의 부수는 300부씩 인쇄하던 것이 500부가 되고 나중에는 3,000부씩 발행하게 되었다 한다. 다른 자료에는 1898년 1월 독립협회 회원이 2,000명이었을 때 약 1,500부를 발행했다,
그해 11월 회원이 4,173명으로 늘었을 때 3,000부로 급증했다. 영문판은 미국, 영국·러시아·중국 등에 상당한 부수가 발송됐다. 영문판 발행 부수는 1898년 1월 약 200부였다. 개략적인 숫자지만 당시로 서는 많은 부수다. 오늘날은 한 집에 한 부를 보지만 당시는 여러 집이 돌려가며 보았던 것을 감 안, 상당히 폭넓게 회독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시집의 가로쓰기 이야기가 너무 장황 설이 됐다.
가로쓰기의 시집은 활판으로 다소 투박하다. 그래도 가로쓰기의 <진달래>,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백석의 정본 시집은 학인의 서가에서는 가장 정면에 꼽혀, 가보와 같은 책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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