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6 (목)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작가들이 최고의 소설 제목으로 뽑은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작가에게 작품과 더불어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장미의 이름> 소설보다는 기호학의 대가로 알려진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에게는 작가, 기호학자, 시대의 지성이라는 칭호를 불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평론가의 이구동성이다.

그가 2016년 향년 86세로 눈을 감자 세계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21세기를 산, 위대한 르네상스인이 영원한 이름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가장 슬픈 활자를 사용해 주었다"고 애도했다.

움베르토는 철학자, 비평가였다.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 8개국 언어를 구사했다. 그를 들어 언어 천재이자 기호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불렀다.

그의 명성을 알려준 소설 <장미의 이름>은 1980년 세상에 알렸다. 이 작품은 14세기 초반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영국인 수도사 윌리엄이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 추리 소설이다.

윌리엄과 주변 인물을 통해 종교재판 등 중세사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이 소설은 40여 개국에 걸쳐 총 20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1989년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기호학회 회장을 지낸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 교수는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추리 과정까지 곳곳에 기호학의 원리들이 녹아있다"라며 "에코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기호학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 이어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기념하기라도 하듯 두 번째 소설 <푸코의 진자>를 추리 소설 기법으로 펴냈다. 솔직히 장미의 이름에 기대어 푸코의 진자를 손에 든 독자들은 땀깨나 흘리며 소설을 넘겨야 했다. 그리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에는 무게감이 넘쳤다. 거두절미, 기호학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꼽힌다.

주인공인 세 명의 출판 편집자들이 입수한 암호 메시지를 푸는 과정은 독자의 지적 유희를 마음껏 만족하게 하기에 더함이 없다.

로마 교황청이 "신성모독으로 가득 찬 쓰레기"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에코는 뛰어난 글솜씨와 지적인 구성으로 필명을 떨쳤지만 정작 작가는 "소설은 내게 주말, 아르바이트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의 본업인 철학, 기호학 연구에 애정을 둘러싼 학자의 언어로 보인다. 그는 그가 근무하는 학교의 도서관 장서의 위치를 기억할 정도였다. 그는 당시 석학의 주인들인 레비스트로스, 롤랑 바르트 등과 함께 1969년 세계기호학회를 창립하였다. 기호학의 학문적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이가 들며 미디어와 현실 정치에 대해 비평도 하였다. 에코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일곱 번째 소설 <창간 준비호>는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을 겨냥한 작품이다. 한 시대의 지성도 저간의 언론에는 마땅치 않았다.

에코는 지성인이며 성격은 쾌활하였고 동료들에게 소탈한 사람이었다. 강의가 끝나거나 휴식 시간에는 학생들과 담배를 나누며 피우는 친절한 교수였다. 큰 학자, 석학임에도 다가가기 편한 학자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에코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소설 <장미의 이름> 마지막 구절을 인상적이라 한다.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이라는 구절이다. 익살스러운 사실은 <장미의 이름> 소설에는 장미꽃에 관한 내용은 한 줄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장미의 이름>은 제목의 효과를 보았다. 사람들은 꽃 중에 장미를 좋아한다.

소설이나 시집에서 심중을 당기는 제목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은 <장미의 이름>을 두고 한 말 같다. 시인과 소설작가들은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최고의 제목이라 평한다. 작품의 제목은 독자의 마음을 횡단하기 때문에.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학자)

i24@daum.net
배너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개헌개혁행동마당 등 53개 시민단체, 국립대전현충원서 홍범도 장군·무후 광복군 추모 (대전=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지난 10월 8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개헌개혁행동마당’(상임의장 송운학)에 참여하는 ‘국민주권개헌행동’을 비롯한 53개 시민단체 대표단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홍범도 장군과 후손이 없는 광복군 17위 선열을 추모하는 합동차례를 올렸다. 대표단 약 20여 명은 이날 묘역 참배 후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좌우합작 정신을 계승해 국권국익 수호, 남북 평화공존, 국민개헌 보장 등의 실천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서약문 채택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홍범도 장군·무후 광복군 17위 선열에 추모차례 1부 행사는 독립유공자 제7묘역에서 김동섭 ‘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됐으며, 2부는 송운학 '국민주권개헌행동' 상임대표가 이어받아 참배와 헌시 낭독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항일무장투쟁 만세!", ▲"대한독립 만세!”, ▲"국권국익 수호 만세!"▲"남북평화공존 만세!", ▲"국민개헌보장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선열들의 뜻을 기리고, 참된 자주독립과 직접민주제 실현의 길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무후 독립유공자 7,285명… 후손 확인 못 해 예우도 미흡" 송운학 상임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이곳

정치

더보기
남인순 의원, 환자 돕는다던 '환자대변인' 16%가 병원 측 변호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구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12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촉된 환자대변인 인적사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56명의 환자대변인 중 9명(약 16%)이 현재 병원 측 자문 또는 소송 대리 업무를 수행 중인 변호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특정 병원의 소송을 직접 대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5곳 이상의 병원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변호사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분쟁 조정 환자대변인 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 시, 환자 측의 권리를 법적·의학적으로 보호하고, 조정 과정에서 환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공모와 심사를 거쳐 의료사고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 56명을 환자대변인으로 선정·위촉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남 의원은 이번 인선 과정에서 "의료사고 분쟁 시 환자를 조력해야 할 변호사들이 병원 측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온 인사들로 위촉된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은 이어 "특히 현직에서 병원 소송을 대리하거나 자문 업무를 수행하면서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