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1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야생 붓꽃 멸종과 인간의 죽음'

"식물은 인간을 향해 말하고, 인간은 신을 향해 말한다. 신은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오월에는 계절의 여왕을 대표하는 장미, 라일락, 붓꽃이 손을 들고 얼굴을 내민다. 그중에 붓꽃은 한국, 일본 중국의 들판에 자생하는 야생화다. 그 붓꽃이 생명력은 강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식물이다.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노년층이 붓꽃과 닮았다는 취지의 퍼포먼스의 사진 한 장이 조간 신문에서 눈길을 끈다. 평균 63세의 ‘어르신’이 회견을 하고 “기후위기는 노년층에게 생명 박탈의 위험”이라고 주장한다. 환경부가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보면, 폭염증가·기온상승으로 인한 사망·질병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 많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진정인들은 10년 새 폭염수가 길어져 2018년에 65세 이상의 온열 질환 사망자 수가 연평균 2배 이상이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63세 노인 123명이 국가 인권위원회 앞으로 진정서와 함께 멸종 위기종인 붓꽃종이 모형을 들었다. 야생 붓꽃멸종은 노인의 죽음과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어르신’들이 들고 있는 사진은 2023년 10월 세상을 떠난 노벨상 작가 루이즈 글릭(Louise Elisabeth Gluck, 1943~2023)의 ‘야생 붓꽃’ 시가 떠오른다. 루이즈 글릭 시집 13권 전권이 번역, 출간된 것은 작가의 나라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루이즈 글릭의 작품성도 작품성이지만 한국의 독자와 어울리는 시적 언어와 무관하지 않다. 글릭은 노벨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 시인이다. 1996년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Maria Wisława Anna Szymborska, 1923~)가 여성 시인으로 처음 수상했다.

시인 루이즈 글릭이 보았던 야생 붓꽃은 어떤 꽃잎이었을까?

시도반은 우연하게도 지난해 신안의 무지개길 언덕에서 루이즈 글릭이 시에 담은 파란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붓꽃을 대면한 적이 있다. 고흐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아이리스 붓꽃이다. 초봄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산모퉁이에서 작은 군락을 이루며 핀 모습이다.

바람이 불면 주변의 풀들과 잘도 어울리며 꽃잎을 바람에 날리는 대로 흔들었다.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지만, 우아(優雅) 귀티를 보이며 보란 듯이 수분이 적은 자리에 물줄기처럼 어색하게 피어난 상황이 눈길을 끌었다.

'내 고통의 끝자락에/ 문이 하나 있었어.//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봐: 그대가 죽음이라 부르는 걸 나 기억하고 있다고.//머리 위, 소음들,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들, 그리고 아무것 없어, 힘없는 태양은/ 메마른 땅 표면에 어른거리네.//끔찍해, 어두운 대지에 파묻힌/ 의식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그리고는 끝이 났지: 네가 두려워하는 것, 영혼으로 있으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갑자기 끝나고, 딱딱한 대지가/살짝 휘어졌어, 키 작은 나무들 사이로/ 내가 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빠르게 날고,//다른 세상에서 오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는 너, 네게 말하네, 나 다시 말할 수 있을 거라고:망각에서/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 목소리를 찾으러 돌아오는 거라고://내 생명의 한 가운데서 거대한/ 물줄기가 솟아났네, 하늘빛 바닷물에/깊고 푸른 그림자들이.' - 루이즈 글릭의 시 ‘야생 붓꽃’ 전문

글릭은 정원을 가꾸면서 '살며 사랑하는' 일에 이야기한다. 그건 곧 '사랑 없이 죽는' 일에 이야기다. 시인은 '사랑 없이 죽는' 일에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릭이 이야기하는 시는 언 듯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시인은 기독교적 전통과 신화적 세계를 절묘하게 엮는다. T.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의 모더니즘과도 다르다. 조금 들어가 보면 낮익은 일상의 목소리로 우리들의 삶, 감정을 정원의 붓꽃을 통해 전한다. 시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삶과 죽음의 상실을 응시하는 감각이 열려있다. 시인은 인간이 듣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 들어야 하는 말(신형철 평론가)들이다.

글릭이 시를 쓰던 20세기 미국의 시단 분위기는 서정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유약하거나 낮은 언어의 은유들을 별로로 생각했다.

글릭은 야생 붓꽃에 대한 목소리에는 여러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식물의. 인간의, 그리고 신의 목소리를 표현한다. 식물은 인간을 향해 말하고, 인간은 신을 향해 말한다. 신은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

루이즈 글릭의 꽃의 언어는 퓰리처상의 심사위원들의 귀에 경이와 통찰의 시간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글릭에게 수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루이즈 글릭이 그리는 야생 붓꽃의 멸종은 인간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음은 슬픔을 예견하거나 경고하는 작품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학자)

i24@daum.net
배너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문학인 나무심기 기념문집 제5권 '나무, 나를 철들게 하다' 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이사장 김선길)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문학인의 환경 실천운동 '문학인 나무심기' 5주년을 기념하여, 제5권 문학기념문집 '나무, 나를 철들게 하다'를 2025년 7월 5일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 문학인 80명이 숲과 나무, 기후위기, 생태의식을 주제로 창작한 시·시조·수필·동화 등 79편의 작품을 엮은 것으로, 특히 지난 3월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상처 입은 숲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문학을 통한 산림문화 실천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문집에는 (사)한국문인협회, (사)국제PEN한국본부,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사)한국소설가협회, (사)한국수필가협회, (사)세계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 (사)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등 총 7개 국내 주요 문학단체의 단체장 및 회원들이 참여하여 문학과 생태가 만나는 집필의 장을 열었다. 수록 장르별로는 시 35편, 시조 12편, 민조시 1편, 수필 30편, 동화 1편 등 총 79편이 수록 되었으며, 김승현 작가의 따뜻한 자연 삽화가 본문의 감성을 더한다. 이들 작품은 단순한 자연 예찬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서울특별시한궁협회,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한 제1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세대공감 한궁대회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약 250명의 선수, 임원, 심판, 가족, 지인이 함께한 이번 대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 축제로, 4세 어린이부터 87세 어르신까지 참가하며 새로운 한궁 문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대회는 오전 9시 한궁 초보자들을 위한 투구 연습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진 식전 공연에서는 전한준(87세) 작곡가의 전자 색소폰 연주로 '한궁가'가 울려 퍼졌으며, 성명제(76세) 가수가 '신아리랑'을 열창했다. 또한 김충근 풀피리 예술가는 '찔레꽃'과 '안동역에서'를, 황규출 글벗문학회 사무국장은 색소폰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홍소리 지도자가 '밥맛이 좋아요'를 노래하며 흥겨움을 더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개회식에는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 회장을 비롯해 허광 대한한궁협회 회장, 배선희 국제노인치매예방한궁협회 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김도균 글로벌한궁체인지포럼 위원장 겸 경희대 교수와 김영미 삼육대 교수, 어정화 노원구의회 의원 등도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기억은 계속되어야 한다"…세종시, 제5회 평화의 소녀상 여름나기 행사 개최 (세종=미래일보) 박인숙 기자 = 세종시가 주최하고 세종여성회가 주관한 '제5회 세계 평화의 소녀상 여름나기' 행사가 지난 7월 5일 세종호수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세종여성회, 민주노총 세종지부, 세종YMCA, 세종민주평화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와 학생,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소녀상 주변 환경을 정돈한 뒤, 소녀상 머리에 보라색 여름 모자를 씌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역사적 기억을 지켜갈 것을 다짐했다.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피해 여성들의 삶과 고통, 존엄을 상징하는 ‘기억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복 차림의 소녀 조각과 나비 문양, 들린 맨발과 비어 있는 의자 등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현실과 책임 문제, 그리고 역사적 성찰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행사에 이어 참가자들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국립 망향의 동산 위안부 피해자 묘역을 참배했다. '안식의 집'으로 불리는 추모 공간에는 고(故) 김복동, 이옥선 할머니 등 생존자의 증언이 새겨진 벽면과 바닥 문구가 설치돼 있으며, 위안부 피해자

정치

더보기
민주당 서울시당 "김건희 교원자격증 취소,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 신속한 학위 취소 촉구"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은 9일, 서울시교육청이 김건희 씨(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의 교원자격증 취소 절차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라며 "신속하고 엄정한 행정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인애 민주당 서울시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숙명여대가 제출한 요청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김건희 씨의 교원자격증 취소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은 학문의 기본과 교육 정의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김건희 씨는 숙명여대 석사 논문과 국민대 박사 논문에서 다수의 표절 의혹이 제기돼왔으며, 숙명여대는 최근 해당 논문이 "명백한 표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교육청에 교원자격 무효 처분을 요청한 바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그러나 "이 상식적인 결정에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라며 교육기관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20대 대선 당시 김건희 씨는 허위 경력과 표절 의혹에 대해 '잘 보이려 부풀렸다'는 면피성 사과로 넘겼고, 숙명여대와 국민대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학문적 자존심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씨가 훼손한 한국 교육의 가치를 이제라도 회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