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수)

  • 맑음동두천 2.2℃
  • 맑음강릉 9.6℃
  • 맑음서울 5.9℃
  • 안개대전 6.1℃
  • 박무대구 7.0℃
  • 구름조금울산 9.4℃
  • 맑음광주 8.5℃
  • 구름조금부산 13.6℃
  • 맑음고창 5.2℃
  • 맑음제주 15.2℃
  • 맑음강화 5.6℃
  • 맑음보은 2.3℃
  • 맑음금산 5.1℃
  • 맑음강진군 7.6℃
  • 맑음경주시 5.7℃
  • 구름조금거제 11.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악마와 바꿉니다"

"위대한 사람은 뜬구름을 보지 않고 구름을 내려오게 한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신안 압해도 무지개길을 지나서 임자도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을 해변 길, 산티아고 카페에 들어가 앉아 달달 한 아이스티 한잔을 주문했다. 무더위 탓인지 카페 안에는 아무도 없다. 음악 소리도 없고 가까이서 배를 수리하는 소음만 들렸다.

바텐더는 중년의 여인으로 인상이 무척 인자해 보였다. 그는 개를 기르는지 산책을 다녀오는 개에게 손짓하며 반갑게 맞았다.

"여행객인가 보죠?" 난 그렇다고 대답하고 찾아가는 곳을 지도를 가리키며 어떻게 가는지 물었다.
"멀지는 않지만, 날이 더워서 걷기는, 무리에요. 거긴 왜 가세요. 거긴 아무것도 없어요." 웃으면서 말했다.
"거기에 해변의 작은 집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악마를 만날 수 있다고 하던데요?" 여인도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그래 그 악마는 무엇 때문에 만나시려는 거예요?"
"그 악마에게 나의 영혼을 팔면 그 악마는 내가 원하는 능력을 준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영혼과 악마의 능력을 바꾸려고요?"

여인은 농담처럼 어깨를 올리며 웃었다. 자신도 산티아고에 순례길을 갈 때는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야고보가 걸었던 순례길을 걸으며 앞으로 살아가는 ‘생의 문답’을 얻고자 했다 한다.

"야고보의 길에서 얻은 것이 무엇이에요?" 여인은 웃으며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라고 했다. 여인이 운영하는 카페명이 '산티아고 카페'라는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파도치는 바닷가에요. 파도는 내 앞에 수없이 다가와 방파제에 부딪혀요. 나는 한 줌의 파도에도 멈추게 하는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을 지나는 여행객에게 쉬어 가는 의자를 내어 주는 것이 유일한 일이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말하는 동안 그녀에게 멀리서 꼬리 치는 하얀 진돗개와 남자를 향하여 양손을 들어 반기더니 자리를 떴다.

3층 건물, 1층은 지나는 손님에게 잡화류를 판매한다. 바로 옆에는 해물탕을 파는 식당이다. 2층은 카페다. 여인이 말하는 여행객에게 쉬어가는 편안한 의자들이 바다를 향하여 놓여있다. 카페의 주인이 알려준 목적지에 가도 악마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만이 나를 따라올 뿐이다. 4시간을 달려서 영혼과 능력을 바꾸려는 계획은 무산되는 것인가?

뜬구름이라는 말이 있다. 위대한 사람은 뜬구름을 보지 않고 구름을 내려오게 한다. 그리고 구름의 이야기를 쓴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는 뜬구름을 잡으려고 높은 산으로 오르는 무지를 범하며 살아온 것이다.

뜬구름을 잡는 것은 하루하루를 똑같이 반복하여 사는 것이다. 감정의 낭비다. 감정의 낭비는 물질의 낭비와 같다. 정치가 사회를, 혼돈하게 한다고 푸념도 한다. 더러운 말을 입에 담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수 없이 화를 낸다.

정확하지 않은 감정을 이끌고 사는 자신을 모른다. 뻔뻔하게도 나의 영혼을 팔아서 능력을 얻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하고 서해안도로를 달려 압해도까지 달려갔다. 한 권의 책보다 유튜브를 본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상식으로 점심의 대화 메뉴에 올린다.

가짜 뉴스에 가짜 세상에 기대면서 살아가는 수치심이 견딜 수 없다. 더는 속지 않고, 더는 바보가 되지 않아야 한다. 박완서 소설가의 말처럼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책 안에서 찾는 답이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색깔도 책에서 찾아본다. 돌아갈 길을 모른다. 그래서 길을 걷는다. 돌아갈 곳은 분명히 있다. 그곳으로 가는 방법을 모르고 헤맬 뿐이다.

영혼은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순간, 영혼을 빼앗길 수는 있다. 그러나 빼앗기지 않았다고 믿는 순간 나는 내 영혼의 영원한 주인이다.

내 영혼은 내 안에 있다.

최창일 시인(시집 '시원의 입술' 저자).

i24@daum.net
배너
문학, 영혼을 깨우는 묵향의 잔치… 단테문인협회 '제2회 국내문학상 출판기념회' 및 '제1회 단테문학 작가상' 시상식 개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가을의 문턱, 시와 사람의 향기가 한자리에 모였다. 단테문인협회(이사장 오선 이민숙)는 지난 11월 2일 서울 YMCA 인근 문화공간온에서 '제2회 국내문학상 수상작품집' 출판기념회와 '제1회 단테문학 작가상' 시상식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인과 문학인 60여 명이 참석해 시와 영혼으로 엮은 가을의 잔치를 함께했다. 이날 김호운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축사에서 "문학은 쓸모를 초월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며 "어머니의 동화책에서 떡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묻던 그 시절, 문학은 우리에게 눈물을 가르쳤고 자유를 허락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문학이 시대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밝히는 등불임을 상기시켰다. 오선 이민숙 단테문인협회 이사장은 "묵향으로 빚어낸 작가들의 시와 수필은 애잔한 인생의 연민에서 건져 올린 문학의 진주"라며 "오늘 이 자리는 K-문학의 새로운 빛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라고 전했다. 이종태 서울시의원도 "단테문인협회는 발족 초기부터 지역 문단을 넘어 행동하는 작가들의 연대로 자리 잡았다"며 "천만 시민을 대표해 문학의 가치와 감동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길 바란다"고


배너
배너

포토리뷰


배너

사회

더보기
(재)송호·지학장학재단, '제39회 송호장학금' 및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 개최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국내 굴지의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송호지학장학회관 지학홀에서 오는 10월 28일(화) 오후 2시, '제39회 송호장학금'과 '제16회 지학장학금(연구비)' 수여식이 열린다. 이번 수여식은 재단법인 송호·지학장학재단(이사장 정희준)이 주최하는 연례 장학행사로, 올해는 총 35명에게 1억 1천8백만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가 전달된다. 화성에서 피어난 39년의 교육 나무 '송호·지학장학재단'은 고(故) 정영덕 선생이 1985년 고향 화성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송호장학회'를 모태로 한다. '송호(松湖)'는 선친의 아호로, 선친의 뜻을 이은 장남 정희준 이사장이 2009년 재단법인으로 확대 개편하여 현재의 송호·지학장학재단으로 이어오고 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송호장학금'은 화성 시내 고교 재학생 중 학업 성적이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지원해 왔으며, 올해 역시 화성 남양고등학교 재학생 10명에게 총 1천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2010년부터 시행된 '지학장학금'은 이공계 대학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장학 제도로, 실질적 연구성과를

정치

더보기
용혜인 의원 "선방한 협상… 국민경제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30일 29일 타결된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국익 중심의 전략적 협상을 통해 선방했다"며 "이제 국민경제의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용 대표는 이날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압박 속에서도 정부가 원칙을 지켜냈다"며 "현금 3,500억 달러의 '묻지마 투자' 요구를 거부하고,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력 수출품의 대미 관세율을 유럽연합과 일본 수준으로 맞추고,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낸 점은 큰 성과"라며 "정부와 민간이 국익을 중심으로 협력한 결과, 이번 협상은 '선방'이라 부를 만하다"고 강조했다. 용 대표는 그러나 "이번 협상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대미 수출 의존과 불균형한 재정·외환 운용, 그리고 국민에게 환원되지 않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가 여전히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대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면, 그 성과 또한 국민이 나눠 가져야 한다"며 "기업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구조, 즉 '공유부 기본소득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