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보=서울) 최현숙 기자 = 자신에게는 평생 '어깨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거나 어느 누군가에게 아픔과 힘이 되고자 할 때 그의 어깨는 자신의 삶보다는 이들에게 우선이 되어 준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아도 그의 삶은 자신이 소유하려는 욕심보다는 상대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 주고 볼 때마다 늘 은혜가 되어 사회의 빛이 되어 주는 사람이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는 아직도 혼란한 이 사회를 따스하게 덮어주는 사람들이 또한 많이 있다. 최근 이런 삶을 살아가던 분이 국민들의 안타까움이 되는 일이 생겼다. 다름 아닌 서울아산병원에서 응급 환자들을 수술해 왔던 흉부외과 故 주석중 교수다.
주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아산병원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자신의 집과 근무하던 병원의 거리가 10분밖에 안 되는 곳에 머물러 시간을 가리지 않고 오직 환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정작 자신이 쉬어야 할 밤이나 주말에도 쉬지 않고 오직 수술 환자들을 위한 길을 걸어오며 그들의 생명을 살리며 보살펴 왔다.
고인은 대동맥박리 등 대동맥질환,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평가 받아왔다. 응급 수술도 많고 의사 인력도 많지 않은 분야지만 주 교수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왔다.
이렇게 시대의 빛이 되었던 그가 며칠 전 교통사고로 인해 이제 더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유가족과 사회의 슬픔이 되어 어제 장례식을 마치고 이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장례식에는 주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도 함께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한다. 현재 이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과 그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은 자신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라며 그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SNS의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17일 "주 교수는 국내 대동맥수술의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낼 수 없는 인재 중의 인재"라며 "유능한 의사의 비극은 한 사람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늘의 뜻이겠지만, 인간의 마음으로는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주 교수는 2015년 병원 소식지에 “수술한 후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될 때 힘들었던 모든 일을 잊는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번 달에도 정규 수술이 2건이 예약되어 있었고, 외래진료는 150건 정도가 예약되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찢어진 대동맥을 꿰맬 수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전국 30여 명뿐인 가운데 한 사람의 빈자리는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 현실을 더욱 아프게 한다.
주 교수는 1988년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후 세브란스 병원에서 흉부의 전공의를 수료했으며, 1998년 서울 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 근무를 시작했다. 2005년에는 미국 캐사추세츠주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같은 해 하버드 의대 버밍엄 여성병원 심장외과 임상 전임의를 거쳤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이런 주 교수를 두고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20년 서울아산병원에서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대동맥 박리를 치료해 온 결과 수술성공률 98%까지 놓였다는 연구성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그가 이 사회에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평생 환자밖에 모르고 살았던 주석중 교수.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국민들이 이끌어 가는 사회, 국민이 살아가는 사회, 국민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에 그의 교훈은 어두운 곳에 밝은 빛이 되어 주는 우리들의 소망이다.
시대에 교훈이 되어준 故 주석중 교수. 부디 그곳에서는 고단했을 그 시간들을 내려놓고 이제는 평안한 쉼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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