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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망설이는 능력이 배움의 기술'

"때로는 모호성과 '뜬구름 잡는 말들'이 소중할 때도 있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요즘처럼 시 쓰기가 겁이 나는 경우가 있다. 내 안의 절실함을 이끌어.내는 순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는 애초부터 소수 지식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결과물도 아니다.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함과 청정(淸正)하게 사는 법을 일깨우는 일이다.

시도반은 시집 <시원의 입술>을 펴내고 주변 선후배에게 시집을 올리며 '청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옛 선비들이 그림이나 서예 글을 받아들고 답례의 선물을 한다. 편지에는 청정이라고 썼다. 선생님께 가장 바르고 깨끗하게 올린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렇듯 옛 선비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진실함을 선물하려 했다. 선비가 올리는 선물은 뇌물도 아니고 아부도 아니다. 오직 마음의 정성이다.

교직에 있는 후학과 막걸리 한잔을 한다. 서울 성북천 근처에 굴렁쇠라는 뒷 고깃집이다. 삼겹살 값이 많이 올랐다. 굴렁쇠 집은 옛 가격을 유지한다. 가난한 시인들이 가기에는 그나마 부담이 적다.

후학은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특유의 교수티를 낸다. 교육은 쓸모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가장 빛나는 힘을 끌어내는 것이라 한다. 시를 쓰는 후학의 교수기에 시를 쓰는 지론과도 다르지 않다. 최고의 스승은 미주알고주알 주입하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무엇이 너의 가슴에 눈뜸을 가로막는 것인지, 무엇이 너의 가슴이 피어나는 날개를 펴지 못하게 꺾고 있는 것인지!

후학은 막걸리가 들어가며 진리의 교실을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의 돌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다. 종교가 정치가 제 몫을 다하지 않는 세상이기에 뜻하지 않는 폭탄을 대화의 소재로 삼는 친구가 술자리를 싸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를 가르치는 장면은 멋진 스승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가상세계에서 스파링 프로그램 활용법을 가르치면서 모피어스는 네오의 능력을 시험한다. 네오는 재빠른 센스로 정보를 깨닫지만 자기 안의 의심을 떨쳐내지 못한다. 네오는 모피어스에게 패배하는 것은 모피어스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차 이야기가 너무 심각하거나 영화의 이야기가 지루해 진가 싶다. 깨닫는 것은 마음을 풀어가는 것의 철학과도 일치함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다소 옆길이 되었다.

"그래, 네 마음을 풀어주는 거야. 나는 문까지만 안내할 수 있지. 그 문을 나가는 것은 네가 직접 해야 해. 모든 걸 버려, 두려움, 의심 불신까지. 마음을 열어."

영화의 대사를 무심하게 옮기지만 영화의 대사가 오늘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교육이 성공과 출세를 향한 도구가 된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교회가 내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헌금에 중심이 되어버렸다. 정치가 국민을 화합하거나 경제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불신을 심어주는 세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결코 진정한 배움을 경험하도록 나아가는 것이다. 부정을 날려 보낸다. 분노를 위하여 기도거나 참회한다.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안의 열망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아 나아간다.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이미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야 한다.

시도반은 황금찬 시인이 살았던 우이동 집을 간혹 지나친다. 선생님은 무엇이 그를 문학으로 이끌었는지를 몸소 배우게 한 분이다. 황 선생님을 40년이 넘게 틈틈이 시간을 같이하였지만,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선생은 시에서 정치, 종교 이야기를 금하는 것을 강조했다.

만약 하려거든 기름종이에 기름 배듯 하라는 것이다. 조심의 의미를 매우 신중하게 가르친다. 요즘 104세를 사는 김형석 철학자와는 반대의 견해로 보인다. 물론 황금찬 선생이 기준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도 현명하다. 다만 시인에게는 '망설이는 능력도 필요한 배움의 기술'이라 말하지 않나 싶다.

우리는 나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고, 거리를 알 수 없는 별들에 둘러싸여서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물질로 가득 채워진 채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그러기에 황금찬 시인처럼 망설이는 능력을 길러가는 것이 시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때로는 모호성과 '뜬구름 잡는 말들'이 소중할 때도 있다.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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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계간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성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2025년 12월 5일 저녁,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 문학의 향기로 가득 찼다. 계간 <문학에스프리>(발행인·시인 박세희)가 주최하고 도서출판 등대지기가 주관한 '제3회 문학에스프리 문학상·작가상·작품상·신인상 시상식 및 송년 문학의 밤'이 각계 문인과 축하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종대 시인(문학에스프리 작가회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문학과 예술의 깊은 교류가 이어진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한국문학이 어떤 고민을 거듭했고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달리, 행사장은 오랜 창작의 길을 걸어온 문인들과 신예 작가들의 열정으로 따뜻했다. 정면 무대에는 "문학은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라는 문구가 걸렸고, 문단 원로와 신진이 함께 어우러진 축하의 장이 이어졌다. "문학은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 이날 축사에 나선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인문정신의 상징적 존재인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는 문학의 본질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다시 일깨웠다. 박 교수는 먼저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쏘다 …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 성료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제2회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배 어울림한궁대회'가 지난 11월 8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특별시한궁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대한한궁협회, 인덕대학교, 서울특별시장애인한궁연맹,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 한문화재단, 현정식품 등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에는 약 250명의 남녀 선수와 심판, 안전요원이 참여해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진정한 어울림의 한궁 축제'를 펼쳤다. 본관 은봉홀과 강의실에서 예선 및 본선 경기가 진행됐으며, 행사장은 연신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했다. ■ 개회식, ‘건강·행복·평화’의 화살을 쏘다 식전행사에서는 김경희 외 5인으로 구성된 '우리랑 예술단'의 장구 공연을 시작으로, 가수 이준형의 '오 솔레미오'와 '살아있을 때', 풀피리 예술가 김충근의 '찔레꽃'과 '안동역에서', 소프라노 백현애 교수의 '꽃밭에서'와 '아름다운 나라' 무대가 이어져 화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성의순 서울특별시한궁협회 부회장의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한궁가 제창이 진행됐다. 강석재 서울특별시한궁협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한궁 대회는 건강과 행복, 평화의 가치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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