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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천사와 슬픔은 우리 옆집에 산다"

시인이 하는 일은 자화상...모든 예술은 시와 동행의 친구들이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슬픔은 없어지진 않는다. 서랍에 넣어지지도 않는다. 슬픔은 곁에 있다. 어느 시인은 슬픔을 서랍에 15분만 넣어두고 싶다는 표현도 한다. 오래된 골목처럼 익숙한 슬픔은 그 골목을 거닐고 있다.

시인이나 철학자가 슬픔의 생김새나 슬픔의 내면을 위하여 무엇인가 하겠다면 그것은 자만일 것이다. 슬픔에 오랜 공부를 한 학인의 말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슬픔을 위하여 따라나서는 정도로 보는 것이 겸손일 것이다.

간혹 시를 통하여 슬픔과 고통, 우울증에 서성이는 환자를 치유한다는 직함의 사람도 있다. 명함에는 '시(詩)치유사'라 소개한다. 사실 이 같은 일은 한국 시단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외국에서 '시치유'라는 저서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는 다소 다르다. 심리학을 전공한 시인들이다.

외국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정신치유 의사 자격을 부여한다. 의사와 다름없는 전문적인 정규교육을 받은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다소 과장이거나 터무니없다. 의학적인 교육을 수반하지 않는다. 평생교육원과 같은 곳에서 불분명한 민간자격증을 가진다.

시인이 하는 일은 자화상이다. 시를 쓰면서 내 영혼의 생김새는 이런 거고 '내 삶의 풍경은 이런 거네, 내 뒷모습은 이렇게 생겼구나' 깨달아 가는 것이라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학인은 말을 잇는다.

시는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늘 곁에 있다. 가장 오래 남아서 누군가와 저항을 같이 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빈번하게 실패를 하여도 옆에서 응원하여 주는 것이 사랑이듯, 시는 그렇다. 공자는 시경의 시편에서 그와 같이 말하려 무진 애를 썼다. 300편이 넘는 시에서 하나같이 곤충과 식물, 동물을 동원하여 말하고 있다.

시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 다양한 물감을 가지고 사랑, 평화, 분노, 환멸, 기쁨을 다양하게 그리며 알게 한다. 음악도 그림에 나오는 다양한 물감과 다르지 않다. 음악은 소리의 시다. 누군가와 동행하고 혼자 있는 시간에 동행하여 주는 것이 음악이다. 모든 예술은 시와 동행의 친구들이다.

불행은 어디서 올까? 누군가 건드리고 간 사람들이 있다. 나폴레옹, 칭기즈칸, 히틀러는 불행을 건드리고 간 대표적 인물이다. 마치 벌집을 건드리고 간 것과 같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통받은 사람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 않았다. 고통받은 사람을 환대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생각이, 고민이 많으면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시는 인식이 오기 전 뒤척임이다. 그것은 모르는 것들이다. 시는 아는 것을 통해 모르는 마을에 가는 것이다. 아는 것이 전부라면, 아는 것을 말한다면 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간혹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존재의 가치를 받으면 눈물이 난다. 그 눈물의 구체성은 말하기 어렵다. 바람이 뭔지 말하기는 어렵다. 시인은 그 바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지용은 '향수'를 통하여 바람을 보여 준 대표적 시인이다.

보여 준다고 다 보여 주는 것도 아니다. 시는 과정이 목표이고 멈추는 곳이 끝나는 지점이다. 삶에서 의미를 놓친다면 무기력하다. 시는 의미를 붙잡고 놓치면 안 되는 것이다. 의미를 놓아 버리면 맥박이 천천히 가거나 갑작스럽게 빨라지는 것이다.

의미를 끝까지 잡지 못하면 상실의 사람이 되듯, 상실의 시가 된다. 파도는 누가 뭐래도 파도의 길이 있다. 세상과 바람이 뒤에서 수군거려도 파도는 어김없이 방파제에 부딪히며 생을 마감한다.

우리의 슬픔도 누군가를 통해 그저 견디는 것이다. 한 사람을 위한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필요하다면 시는 만들어진다. 시는 인간에게 슬픔을 건너, 용기를 만들어 준다. '찬사와 슬픔 들이 우리 옆집에 산다.' 그 천사와 슬픔은 우리를 날마다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수첩에 담고 있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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